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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게임사 '언노운월즈' 영업권 리스크 대두

③작년 신작 흥행실패로 실적부진, 1300억 손상차손 인식

박동우 기자  2023-03-16 17:11:18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크래프톤이 창사 이래 가장 많은 금액을 들여 인수한 업체는 '언노운월즈엔터테인먼트(Unknown Worlds Entertainment)'로, 비디오게임 개발에 주력하는 미국 회사다. 크래프톤은 글로벌 시장 입지 확대와 수익원 다변화를 염두에 두고 언노운월즈에 6500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언노운월즈는 지난해 선보인 게임 신작이 흥행에 실패하는 아픔을 겪었다.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크래프톤은 1300억원이 넘는 영업권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영업권 손상은 비용으로 처리돼 순이익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크래프톤 경영진은 앞으로 언노운월즈의 성과 구현에 한층 공들이게 됐다.

◇2021년 6500억 투입해 인수

2021년에 크래프톤은 회사 외형이 커지면서 사업을 다각화할 필요성을 인식했다. 내수 시장에 국한하지 않고 해외를 개척하는 과제가 떠올랐다. 소비자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북미 권역의 매력이 단연 두드러졌다.

경영진은 미주 시장을 분석하면서 현지 이용자들이 스마트폰 대신 비디오 기기로 게임을 즐기는 비중이 높은 대목을 눈여겨봤다. 그동안 모바일 게임 개발에 집중했던 사내 역량만으로 북미권을 개척하는 데 한계를 인식했다. 자연스레 콘솔(console) 게임 제작에 특화된 업체를 인수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언노운월즈가 투자 타깃으로 적격이었다. 2001년 설립 이래 △내추럴 셀렉션 △서브노티카 등의 비디오 게임 출시작을 선보인 회사였고 두터운 고객층을 감안하면 북미 진출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거라는 판단을 내렸다.

크래프톤은 2021년 10월에 언노운월즈 주식 일체를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해 12월에 현금 5억5323만달러(6508억원)를 지급했다. 인수 이후 경영 성과와 연동해 인수대금을 추가로 주는 언아웃(Earn-out) 조항을 감안해 금융부채 1939억원을 조건부대가로 잠정 인식했다.

언아웃 조항에는 언노운월즈가 출시할 게임 2종의 성과를 검토한 뒤 크래프톤이 언노운월즈 지분 매도자들을 대상으로 2026년에 최대 2억5000만달러를 추가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언노운월즈의 기존 주주들이 회사 창업 구성원들이었기 때문에 이들이 회사에 계속 남아 있도록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취지가 반영됐다.

떠안은 금융부채와 현금 지급액을 더한 이전대가는 8447억원이었다. 여기서 순자산으로 잠정 집계한 567억원을 제외한 금액 7880억원이 '영업권'이라고 인식했다. 이후 2022년에 순자산의 공정가치 평가를 마무리한 결과 무형자산 3600억원을 추가 반영했다. 그 결과 순자산 계상액은 2878억원, 영업권은 5107억원으로 조정됐다.

◇연평균 성장률 예측과 괴리된 실적

크래프톤은 언노운월즈를 인수한 뒤 영업권을 포함하는 현금창출단위에 대한 손상 검사도 진행했다. 회수가능액이 장부금액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나타나면 그만큼 자산에서 덜어내 비용으로 처리한다. 2022년 말 크래프톤은 언노운월즈 영업권의 손상차손을 1339억원으로 인식했다.

영업권에 손상차손이 발생한 건 언노운월즈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언노운월즈의 지난해 매출은 478억원으로 2021년 영업수익(754억원)과 견줘보면 36.6%나 줄었다. 2022년 순이익 235억원 역시 전년(385억원) 대비 40%가량 감소한 금액이다.

당초 예측한 언노운월즈의 연평균 실적 증가율과 크게 어긋나는 수치다. 크래프톤은 2026년까지 5년 동안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22.8%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나마 영업이익률이 전망에 근접한 대목은 위안거리다. 5년간 평균 43.7%로 예상했는데 지난해 영업이익은 198억원으로 매출 대비 41.4%였다.


경영 성과가 미흡했던 데는 지난해 하반기에 출시한 게임 '문브레이커'가 시장의 외면을 받은 영향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시범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일일 최대 동시 접속자 수가 한때 60명대에 그쳤던 사례가 방증한다. '미니어처 게임' 장르가 이용자들의 호응이 상대적으로 미미한 분야였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과도한 결제를 유도하는 운영 방식도 고객들의 유입이 저조한 요인으로 지적됐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언노운월즈를 인수한 취지는 글로벌 시장 진출 강화와 콘솔게임 실적 확대에 맞춰져 있다"며 "실적의 단기 변동성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긴 호흡으로 경영 성과 시현을 주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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