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은 최근 3년새 게임 개발사를 활발히 인수했다. 대표작인 '배틀 그라운드'에 국한하지 않고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는 취지였다. 하지만 인수·합병(M&A) 전략에 어두운 그림자도 드리웠다.
게임 개발에 주력하는 동안 실적이 저하되면서 영업권 '손상차손'으로 이어졌다. 지난 2년 동안 크래프톤이 출자한 회사들의 주식 장부금액은 4000억원 가까이 깎였다. 지분가치 감액 위험을 줄일 관건은 피투자기업들의 수익성 회복이다. 크래프톤은 언노운월즈 등이 신작 출시를 앞둔 만큼 실적 우상향을 견인하는데 관심을 쏟고 있다.
◇'언노운월즈' 감액 최대, 누적 2500억 손상처리 최근 공시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크래프톤은 언노운월즈, 블루홀스튜디오, 네온자이언트 등 피투자기업 9개사에 대한 보유주식 장부금액 1881억원을 손상 처리했다. 2022년에도 1875억원을 손상으로 인식했다.
2년간 장부가를 감액한 규모는 3756억원이다. 2022년에 이어 작년에도 영업권 손상을 겪은 업체 면면을 살피면 △언노운월즈(Unknown Worlds) △블루홀스튜디오 △5민랩 △띵스플로우 △히든시퀀스 등이 존재한다.
감액 수준이 단연 두드러지는 기업이 언노운월즈다. 크래프톤이 언노운월즈 영업권을 포함하는 현금창출단위에 대한 검사를 진행한 결과 2022년(1240억원)과 2023년(1261억원)에 걸쳐 2501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외부감사인도 언노운월즈 손상평가를 핵심감사사항으로 계속 강조해왔다.
회계감사를 진행한 삼정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를 통해 "언노운월즈 장부금액은 6095억원으로 전체 종속기업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9.6%로 유의적"이라며 "종속기업투자 회수가능액은 경영진이 가치평가 모델, 투입 변수를 어떻게 결정하는지에 따라 측정 결과가 변동된다"고 지적했다.
언노운월즈는 북미에 자리잡은 비디오 콘솔(console) 게임 개발사다. 크래프톤이 모바일게임에 국한하지 않고 수익원 다각화를 염두에 두고 2021년 10월에 인수한 기업이다. 현금 5억5323만달러(6508억원)를 투입하고 금융부채 1939억원을 조건부 대가로 떠안았다.
인수 당시 크래프톤은 금융부채와 현금 지급액을 합산한 이전대가 8447억원 가운데 잠정 집계한 순자산 567억원을 제외한 7880억원을 영업권으로 책정했다. 2022년에 순자산 공정가치를 평가해 무형자산 3600억원을 추가로 인식했고 순자산을 2878억원, 영업권을 5107억원으로 계상했다.
2022년 11월에 437억원을 들여 인수한 스웨덴 게임 개발사 네온자이언트(Neon Giant) 역시 137억원의 손상차손을 겪었다. 네온자이언트는 액션 장르 역할수행게임(RPG) '디어센트'를 선보인 업체로 크래프톤이 게임 개발에 필요한 지식재산권(IP)을 확장하는 차원에서 437억원을 들여 주식을 매입했다. 크래프톤이 보유한 네온자이언트 보통주 지분 28.9%의 평가가치는 작년 말 기준 300억원으로 연초 437억원과 견줘 31.4% 감소했다.
◇크래프톤 '신작 출시→개발사 실적 회복' 전략 인수한 업체들의 장부가 감액이 잇달아 발생한 배경은 실적 저하와 맞물렸다. 지난해 언노운월즈 영업수익은 371억원으로 2022년 매출 478억원 대비 107억원(22.4%) 적다. 크래프톤이 앞으로 5년간 예상하는 연평균 매출 성장률 27.1%와도 극심한 괴리를 보였다.
같은 기간 언노운월즈의 순이익 역시 235억원에서 169억원으로 66억원(28.1%) 줄었다. 앞서 출시한 전략게임 '문브레이커'가 최고 동시접속자 수가 30명에 그치는 등 성과를 못 거둔 영향이 컸다. 네온자이언트 역시 인수 1년차에 접어든 지난해 매출 80억원에 순손실이 40억원 발생했다.
크래프톤은 피투자기업들이 새로운 게임을 선보여 실적 회복의 기회를 잡으면 자연스레 손상차손 리스크도 완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언노운월즈는 서브노티카의 실패 요인을 점검한 뒤 후속 게임인 '서브노티카 2'를 올해 안에 공개하는 계획을 세웠다. 네온자이언트 역시 이용자 자유도가 높은 오픈월드 1인칭 슈팅(FPS) 장르 작품 개발에 계속 매진하고 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게임 개발에 주력하는 피투자기업들은 신작 출시까지 소요 기간이 길어져 실적 향상에 어려움을 겪었고 영업권 손상차손 인식이 불가피했다"며 "신작 공개와 맞물려 개발사들의 수익성이 제고되면 자연스레 출자한 주식의 장부가 감액 위험이 상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