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올해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2023년까지 그룹 차원에서 총 1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계획 중 상당 부분이 CJ ENM의 몫이기 때문이다. 특히 2021년 11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직접 발표한 중기 비전 4대 미래성장 엔진 중 '문화'와 '플랫폼' 분야에 모두 CJ ENM 사업이 걸쳐있다.
다만 올해부터 CJ ENM CFO를 새로 맡게 된 황득수 경영리더의 성과 지표는 추가 투자건 추진보단 기존 사업 안정화와 재무건전성 관리가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까지 진행해온 투자건들마다 적자를 이어오고 있는 데다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엔 아직 요원해보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CJ ENM이 그룹 중기비전에서 주요 미션으로 받은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드라마·예능 등 장르별 특화 멀티스튜디오 설립, 오리지널콘텐츠 기반 티빙 가입자 800만 돌파, 버티컬 라이프스타일 플랫폼(CJ온스타일) 구축 등이다.
모두 그룹의 두 가지 큰 축인 문화와 플랫폼 분야 미션이다. 이를 위해 CJ ENM은 먼저 콘텐츠 차별화 차원에서 1년 전 피프스 시즌(옛 엔데버 콘텐트)를 인수했다. 우수한 지적재산권(IP) 라이브러리 및 개발 역량, 글로벌 네트워크 등을 흡수해 콘텐츠 제작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아직 적자를 내고 있는 피프스 시즌이 당장 턴어라운드 하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그룹이 '미래성장 엔진'을 키운다는 차원에서 이를 기다려줄 명분이 있다는 평가다.
먼저 콘텐츠 산업 특성상 기획부터 런칭까지 호흡이 긴 편이다. 여기에 제작 상황과 공급(배급), 플랫폼 픽업 시기 등에 따라 실질적인 이익이 달라지고 불확실성도 크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 등 외부 변수에도 취약해 그동안 제작과 공급 딜레이에 상당 부분 영향을 받았다.
CJ ENM에서도 피프스 시즌 인수 효과를 장기적으로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CJ ENM 관계자는 "피프스 시즌이 장악하고 있는 미국의 방송 영상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1768억 달러(약 221조원)로 국내 방송산업 매출의 10배 수준"이라며 "피프스 시즌의 북남미, 유럽 등 글로벌 거점을 고려하면 CJ ENM 입장에서 성장 기회는 더 커진다"고 말했다.
CJ ENM 엔터테인먼트 사업부문의 또다른 미션은 오리지널 콘텐츠 기반 티빙 가입자 800만 돌파다. 현재 티빙의 월평균 활성 이용자수(MAU)는 430만명 수준이다. 티빙이 외부 OTT플랫폼 시즌을 인수하면서 가입자를 늘릴 가능성도 일부 있지만 아직까진 최종 목표의 절반에 불과하다.
기존 시즌 이용자수 125만명을 전부 티빙 가입자로 끌어들인다 쳐도 550만명 정도다. 중기 비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티빙 관계자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으로 비용은 늘고 있는 반면 적자 규모는 더 커지고 있다"면서 "지난해 700억원대 적자에 이어 올해와 내년 적자 규모는 이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같이 피프스 시즌과 티빙 등 소위 '돈 많이 들어가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만큼 CFO 황 리더가 올해 신경쓰게 될 부분도 수익성 관리다. 제작비 증가로 지난해 CJ ENM 3분기 미디어 사업 부문은 마이너스(-)14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연결 기준 지분법손실도 문제다. 영업이익은 1308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분법손실이 908억원 발생했고 기타영업외비용 등도 차감되면서 결국 당기순손실은 790억원으로 남았다.
투자와 비용 증가가 이어지면서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도 치솟았다. 2020년 65.9%, 2021년 88.9%였던 부채비율은 2022년 3분기 말 127%로 급증했다. 차입금의존도는 2019년 13.2%에서 2020년 19%, 2021년 27.4% 등으로 오르다가 작년 3분기 말 33.1%로 최고점을 찍었다.
업계 관계자는 "CJ ENM은 그룹 매출을 책임지는 톱 3 계열사 중 하나인 만큼 당장 추가 투자를 하기보단 그동안의 사업을 안정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현재 유동화 수반하지 않는 한 투자가 쉽지 않을텐데 시장 상황도 여의치 않아 무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