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CJ그룹은 2021년 지주사 CJ를 포함해 모든 계열사가 이사회 주도의 ESG 거버넌스를 구축해 의사결정과 전략 방향성에 따른 세부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2023년엔 계열사 중대성 평가 방법론인 '그룹 표준 중대성 평가 방법론'과 지주사 CJ의 'CJ 중대성 평가 방법론'을 각각 수립해 적용하기 시작했다.
CJ는 이 방법론을 적용해 도출된 계열사 중대 이슈와 더불어 지주사로서 중대 이슈를 도출해 평가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인적자본 관리 △투명성 및 건전성 △윤리경영 및 준법경영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 등 4개 이슈를 선정했다.
◇이사회 구성·주주환원정책 공시 모범
CJ의 의사결정 과정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늠할 수 있는 항목은 이사회에 대한 '정보접근성'이다. CJ는 THE CFO가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실시한 '2024 이사회 평가'에서 정보접근성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 구성원 선임과 활동 등을 어느 정도까지 공개하는지를 통해 기업의 신뢰도나 투명성을 점검할 수 있는 기준이다.
CJ 이사회에 대한 정보접근성은 전체 7개 세부 항목으로 평가했다. 각 항목은 5점 만점으로 CJ는 전체 35점 중 25점을 받았다. 평균 4.2점을 기록했다. CJ는 상장사로서 전자공시시스템(DART)나 홈페이지 등에 이사회 활동 내역을 충실하게 공시해 만점을 받았다.
CJ 이사회 활동 내역은 DART에 공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및 홈페이지 'ESG 활동과 성과' 페이지 내 거버넌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사회 개최 일자와 의안 내용, 가결 및 보고 여부, 참석 이사의 수, 사외이사 의결 및 참석 여부 등을 공개했다.
이사회에서 결정되는 주주환원정책은 배당 정책으로 일부 가늠할 수 있다. CJ는 3개년 주주환원정책 등 중장기 계획을 미리 공시한다. 2020년 12월에 이어 2023년 2월 두 번째 주주환원정책이 결정됐다. 2023~2025년 사업연도에는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 70% 이상을 배당하기로 했다. 이는 홈페이지에 국문과 영문으로 게시돼 주주들아 언제든지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정관을 개정해 배당 기준일을 배당 결정일 이후의 날로 정할 수 있게 했다. 주주들이 배당액을 확인한 뒤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금융위원회 배당 절차 개선 방안 권고를 따랐다. 실제로 2023년 사업연도에 대한 배당 기준일은 주주총회 이후인 2024년 4월 5일로 정해졌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 경로 '불명확',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 73.3%
정보접근성 평가 항목 중에선 다소 미흡한 부분도 있다. 우선 이사회에 관한 구체성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사회에 상정된 의안의 경우 간략하게 표기돼 해당 의안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지를 파악하긴 어려웠다. 일례로 이해관계자와의 거래 승인의 건은 참석자 7인 모두 찬성으로 가결됐지만 구체적인 당사자는 드러나 있지 않았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 경로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 CJ는 이사회 아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두고 후보자를 선별하여 추천한다. 동일한 후보자는 2회를 초과해 추천할 수 없도록 명문화해 독립성을 제고하고 있다.
사외이사의 이력과 선임 배경 등은 공개돼 있지만 누구로부터 추천을 받았는지는 명문화되지 않았다. 대신 제3의 외부 업체를 통해 후보군을 추천받고 있다는 짤막한 내용의 설명만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명시돼 있다.
CJ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제3의 외부 업체를 통해 추천된 후보군 가운데 사업부문과 관련된 전문지식이나 경험이 풍부하고, 임직원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 입장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을 선정한다. 외부기관의 추천을 받아 사외이사를 구성한다는 점은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인 것으로 해석되지만 구체적인 업체명이 공개되지 않아 낮은 점수를 받았다.
CJ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73.3%에 그쳐 해당 항목은 4점을 받았다. 자산총액이 1조원이 넘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CJ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주주와 이사회, 감사기구 등 지배구조에 대한 핵심지표 15개 항목 준수 여부를 보고서를 통해 매년 공시해야 한다. CJ는 자체 평가를 통해 15개 항목 중 11개 항목을 준수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이 밖에 이사회 의안 반대 사유를 투명하게 공개하느냐에 대해선 지난해 반대 안건이 없었기 때문에 평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