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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CJ ENM

'따로 또 같이' KT와 투자 콜라보

티빙-KT스튜디오지니 지분 10% 안팎 상호 투자, OTT 독점 경쟁력 강화

문누리 기자  2022-12-28 08:00:00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CJ ENM을 비롯한 콘텐츠업체들은 최근 지적재산권(IP)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다른 경쟁사에서 접할 수 없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 차별화해야 신규 고객을 더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체적으로 IP를 만들어왔던 업체들도 콘텐츠 다각화를 위해 타사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확대하고 있다. 예컨대 최근 CJ ENM 계열사 스튜디오드래곤은 게임업체 넷마블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드라마·게임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의 대표 드라마 중 하나인 '아스달 연대기'를 넷마블이 모바일 게임으로 제작하는 방식 등이다.

CJ ENM은 최근 새로운 동업자와 손을 잡았다. KT스튜디오지니다. 상호 투자 방식으로 지분을 나눠 가졌다. 티빙과 시즌도 합병시켜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OTT업체들과도 경쟁하는 등 치열한 OTT업계에서 살아남는 다양한 콜라보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전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CJ ENM는 올 7월18일 KT스튜디오지니에 1000억원을 출자해 첫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했다. KT스튜디오지니는 OTT플랫폼 시즌을 운영하는 회사다. 투자한 당일 티빙과 시즌 합병도 결의했다.

합병 기일은 이달 1일. 시즌 직원들 중 상당수는 자의에 따라 합병 일자에 맞춰 KT에 남지 않고 티빙으로 자리를 옮겼다. CJ ENM은 KT스튜디오지니의 지분 9.09%(116만4509주)를 취득하게 됐다.

CJ ENM만 투자에 나선 건 아니었다. KT스튜디오지니도 같은 날 합병법인 티빙의 주식 38만2513주를 취득하면서 지분 13.54%를 차지했다. 상호 투자인 동시에 지분을 맞교환하는 방식의 기업 제휴로도 볼 수 있다.

이에 기존 56.5%였던 CJ ENM의 티빙 지분은 48.85%로 압축됐다. KT스튜디오지니의 경우 ㈜KT 지분이 100%에서 90.91%로 줄었다. 서로 혈맹을 나눈 셈이다.



향후 CJ ENM과 KT는 티빙 합병법인을 국내 OTT업계 1위로 굳히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콘텐츠 IP 활용 및 모객 등 전방위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KT스튜디오지니가 제작한 콘텐츠 구매와 채널 편성을 비롯해 콘텐츠 공동 제작 등도 추진한다.

기존에 시즌에 공급되던 '신병', '가우스전자', '굿잡' 등 700편가량의 주요 콘텐츠는 이제 티빙에서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기존 시즌 서비스는 이달 31일 종료된다. 특히 시즌이 그동안 숏폼과 미드폼 영역에서 엔터 회사들과 손잡고 인기 아이돌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 차별화한 만큼 향후 팬덤을 티빙 고객으로 끌어올 가능성도 높다.

향후 KT스튜디오지니가 기획·제작하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티빙에서 독점 공개될 가능성도 있다. KT스튜디오지니가 티빙의 주요 주주로 올라선 만큼 양사간 콘텐츠 공급 전략을 공고화하게 되는 토대가 만들어졌다.

현재 티빙의 월평균 활성 이용자수(MAU)는 지난달 기준 430만명에 시즌 125만명을 추가할 경우 총 550만명을 넘는다. 다만 기존 시즌 가입자가 티빙으로 넘어가지 않고 넷플릭스, 웨이브 등 다른 OTT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이동통신업체 KT의 강점을 활용해 내놓은 특화 요금제 등을 고객 확보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7월에 선보인 '티빙·지니 초이스 요금제'는 OTT 콘텐츠 무제한 이용혜택 등이 포함된 요금제로 KT 초이스 요금제 중 가장 많은 가입자를 기록했다.

고객 로열티를 높이기 위해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술꾼도시여자들2' 스페셜 키트를 만들어 증정하는 마케팅도 진행한다. '술꾼도시여자들2'는 티빙에서 역대 가장 높은 주간 유료가입 기여자수를 달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티빙의 강점은 오리지널 콘텐츠인데 이를 기존 시즌 사용자들에게 얼마나 어필하느냐가 관건"이라며 "향후 충성 고객층 확보 정도에 따라 합병 이후 업계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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