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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 '2인 CFO 실험'의 끝

최은수 기자  2024-10-15 08:52:12
CJ그룹은 대기업 가운데서도 특이하게 2인 CFO 체제를 운영해 왔다. 이 체제를 전체 그룹사에 도입하지 않고 지주사인 CJ와 주력 사업회사인 CJ제일제당에서 6년 가까이 시도했다.

2명의 재무 총괄을 둔 데엔 재무 전문성과 효율을 함께 높이겠단 목적이 있다. CJ의 경우 재경실장과 재무전략실장, CJ제일제당은 재무전략실장과 재무운영실장에 각각의 CFO 업무를 나눠 맡겼다. 다만 CJ그룹은 올해 들어 이 2인 체제를 모두 철폐하고 원점으로 돌아갔다.

CJ그룹의 CFO에 대한 실험 그리고 평범한 체제로의 회귀를 두고 몇 가지 살펴볼 꺼리가 있다.

먼저 CJ와 CJ제일제당은 몇 년 간 '2인 CFO 체제를 유지한 게 맞느냐'라는 점이다. 통상 CFO의 역할론은 단순한 재무 관리에만 두고 있지 않는다.

CFO는 회사 정보를 가장 잘 아는 직책이다. 기업의 재정상태를 점검하고 보고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CFO의 주요 보고 대상은 CEO나 오너에 국한하지 않는다. 주주 및 잠재 투자자 등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즉 회사 외부 소통을 포함한단 뜻이다.

재무를 관리하는 걸 넘어 회사의 상황을 외부자와 소통하는 것 역시 CFO의 중요한 책무다. 금융감독원 등에 공시하는 각종 공시서류에 대한 책임 또한 갖는다. 대표이사와 함께 공시서류에 대한 확인서를 작성하는 '신고담당업무이사'. 이 책임을 지는 인물이 곧 CFO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런데 2인 체제를 유지할 당시 CJ나 CJ제일제당 모두 신고업무담당이사엔 두 명의 재무담당임원 중 단 한 명만 이름을 꾸준히 써서 올렸다. 그간 CFO를 둘로 나눠 운영해 왔다는 주장과 대치된다.

CJ그룹의 재무라인 중 이사회 멤버로 활동 중인 인사가 매우 적다는 대목도 눈에 띈다. 2인 CFO 체제였던 CJ나 CJ제일제당, 그리고 또 하나의 그룹 사업 중추인 CJ ENM 이사회에도 CFO가 등기임원으로 선임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그룹의 재무라인을 거친 인사가 곧잘 CEO에 선임되는 과정에서 CFO를 한 명으로 다시 정비한 것도 의미가 있다. CFO를 이사회에 참여시키지 않아 온 이유도 이 구도를 대입하면 이해할 수 있다.

CJ그룹은 6년 간 2인 CFO 체제란 실험을 마쳤다. 그리고 이제는 실험보다 '실리'를 찾겠단 판단을 내린 듯하다.

CJ그룹 CFO는 수익성 회복, CJ제일제당 CFO는 영구채 스텝업 대응 둥 굵직한 현안을 속속 풀어가고 한다. CFO를 CEO 승진 코스로 활용해 온 CJ그룹이 다시 '한 명의 CFO'에 힘을 싣기 시작한 이유가 여기에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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