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는 코로나19 사태로 최근 3년간 신용등급이 두 차례나 떨어지는 등 어느 업종보다 어두운 시기를 보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가 어느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3분기가 돼서야 영업이익이 턴어라운드하는 등 회복이 더뎠다. 재무적으로는 CJ그룹 등 외부 자금 수혈을 통해 자본확충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장기간 지속한 영업손실 여파로 재무안정성 악화가 두드러졌다. 특히 이 기간 베트남·중국 등 일부 해외법인이 실적에 큰 타격을 입어 자본잠식까지 빠졌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올해 당분간 극장을 늘리는 확장 전략보단 수익성 개선 중심으로 전략을 짠다는 계획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CJ CGV 베트남법인(CJ CGV VIETNAM) 자본총계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마이너스(-)891억원을 기록했다. 베트남법인의 자본잠식은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연도인 2020년 말부터 이어졌다.
당시 베트남법인 매출은 206억원으로 전년(419억원)보다 반토막 났고 영업이익은 -28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코로나19 타격 이후 빠른 속도로 일부 관람수요를 회복했음에도 상영매출 수익이 고정비를 하회하면서 적자를 보였다.
중국법인인 광저우 CGV 시네마(GUANGZHOU CGV CINEMA)도 지난해부터 자본잠식에 들어가 작년 3분기 말 기준 자본총계 -188억원을 기록했다. 자본잠식은 베트남법인보다 2년가량 늦게 들어갔지만 영업손익은 -196억원으로 심화됐다.
그나마 작년 4분기 코로나19 회복과 정치 이슈 해소 등으로 지연작 개봉이 예상되면서 흑자전환을 기대했지만 녹록지 않았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면서 코로나19 확진자 추세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에 CJ CGV는 본사 CFO였던 정승욱 경영리더를 중국법인총괄로 현장 배치시켰다. 정 리더 대신 새로운 CFO 자리에 앉은 최정필 경영지원담당은 CJ그룹에 처음 몸담기 시작했을 때부터 CJ주식회사 재경실에서 일하는 등 그룹 재무 현황 전반을 꿰뚫고 있는 인사로 평가됐다.
그는 CJ주식회사 재경실 근무 당시 CJ주식회사 초대 수장이었던 허민회 CJ CGV 대표이사와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최 리더가 CFO로 오자마자 최근 CJ CGV는 최대주주인 지주사 CJ로부터 신종자본차입 500억원을 재실행하는 등 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 만기도래한 사채와 차입금을 차환하는 데 적극 활용하는 용도다.
다만 외부 도움과는 별개로 올해 최 리더는 해외법인 수익성 개선과 자금 조달 이슈에 집중해야 할 상황이다. CJ CGV는 그동안 대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며 자본성 자금 조달을 늘려왔다. 이 같은 차환 전략 덕에 총차입금을 2020년 1조934억원에서 2021년 9931억원, 2022년 3분기 8262억원 등으로 줄였다.
조달하는 자금 중 상당 부분은 해외법인으로 흘러가고 있다. 예컨대 CJ CGV는 홍콩법인에 2021년 6월 904억원, 지난해 6월 1030억원을 빌려주고 튀르키예법인에는 2021년 3월 450억원, 지난해 5월 330억원 규모의 금전을 대여했다.
해외법인 턴어라운드 시기는 아직 요원하다. 튀르키예법인 작년 3분기 영업손익은 -67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규모가 커졌다. 중국법인은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 실패가 예상되고 올해 1분기까지도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나마 베트남법인은 3분기의 영업이익 규모를 지속할 경우 현재의 자본잠식 규모(-891억원)의 절반가량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자본을 투입하지 않고도 수익 회복세를 지속하면 빠르면 연내 자본잠식을 해소할 수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은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1분기 이후 영화산업 정상화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올해 멀티플렉스 업계는 운영 효율화와 공간 활용 기획력 강화 등 외부 확장보단 내부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