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김승연 회장의 꿈이 녹아든 기업이다. 국내외를 호령하는 방산 기업을 키우는 일이 숙원이었다. 한화그룹 창업주인 현암(玄岩) 김종희 전 회장의 별명이 '다이너마이트 킴'이었던 만큼 유지 계승 차원에서 방위산업체 육성이 갖는 의미가 남달랐다.
2014년 삼성테크윈을 인수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사의 서막이 올랐다. 한국형 전투기를 개발하고 국산 자주포 K9을 만든 회사였다. 항공전과 지상전을 아우르는 무기 라인업을 갖춘 대목은 김 회장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한국의 록히드마틴'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바라보는 종착지다. 도달하기엔 아직 멀다. 세계 100대 방산 회사 가운데 30위권에 머물러 있는 한화그룹과 달리 록히드마틴은 글로벌 방산업계에서 최정상 지위를 누리는 기업이다. 스텔스 전투기부터 패트리어트 미사일, 이지스 레이더 시스템까지 양산하는 제품군의 폭도 넓다.
두 회사를 더 비교해보니 '골리앗과 다윗'이 떠올랐다. 작년 말 연결기준 자산총계를 살피니 록히드마틴은 508억달러(72조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1조원으로 6배 넘는 차이를 보였다. 수익성 지표 역시 아쉬움이 드러났다. 록히드마틴이 10%대 영업이익률을 실현하는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6%에 못 미쳤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는 법이다. 록히드마틴을 닮으려면 걸어온 경로를 복기하는 노력이 관건이다. 1990년대 초반 전투기 F-16을 선보인 제너럴다이내믹스 항공사업부를 사들이고 2015년에는 블랙호크 헬기 제조사인 시코르스키를 인수했다.
비슷한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를 품에 안아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계산이 깔렸다. 양산하는 무기의 종류도 다양해지면서 수익원을 다변화할 수 있다. 'M&A 승부사'라는 별명을 지닌 김 회장의 스타일과 들어맞는 대목이다.
다행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록히드마틴의 성장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항공기 엔진 부품 제작에 잔뼈가 굵은 이닥(EDAC), 인공위성 개발사 쎄트렉아이 등이 품에 안겼다. 올해 들어서는 ㈜한화 방산 부문과 한화디펜스를 흡수한다. 여세를 몰아 내년까지 다른 계열사들과 힘을 합쳐 대우조선해양 경영권도 인수한다.
록히드마틴에 필적하는 기업으로 나아가는 여정은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한다. 2030년까지 세계 10위 안에 드는 종합 방위 산업체로 도약하는 비전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사활을 걸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봄날'을 맞이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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