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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

'K-방산' 현금흐름 점프, 미래사업 기반닦기 주춧돌

'폴란드 선수금' KAI 가용실탄 2조 돌파, '디펜스 흡수' 한화에어로 FCF·이익률 신장

박동우 기자  2023-05-02 16:23:16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지난해 세계정세가 급변하면서 국내 방위산업체들이 특수를 누렸다. 해외 시장에서 'K-방산'의 입지가 한층 단단해지는 계기로 작용했다. 잇따른 수주 계약과 수출 성과가 빛나면서 현금흐름이 한 단계 점프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선수금 유입에 힘입어 별도기준 현금성자산이 2조원을 넘겼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계열사 한화디펜스를 흡수 합병한 영향도 받아 잉여현금흐름(FCF)과 이익률 모두 대폭 신장했다. 두둑한 자금 여건을 토대로 방산 기업들이 우주 발사체 등 미래 사업의 기반을 닦는 주춧돌을 놓기에 한층 수월해졌다.

◇KAI '5대 신사업' 연간 4000억 투자 탄력

방위산업에 포진한 국내 기업들은 경쟁력이 뛰어난 무기를 어필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와 유도미사일 현무, 전투용 장갑차 레드백 등을 간판 제품으로 앞세웠다.

현대로템은 K2 전차를 발판 삼아 군비를 확충하는 국가들을 공략했다. LIG넥스원은 지대공 미사일 천궁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초음속 경공격기 FA-50으로 유럽 수출의 신호탄을 쐈다.

대부분의 방산 기업들은 수주에 따른 현금흐름 개선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현대로템의 FCF는 2021년 말 별도 기준으로 359억원 순유출이었으나 2022년 말 6944억원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LIG넥스원 역시 449억원에서 3528억원으로 순유입 규모가 7배 이상 급증했다.


선수금을 대규모로 인식한 영향이 작용했다. 선수금은 제품을 만들어 미래에 넘겨주는 조건으로 발주처로부터 미리 받는 돈으로 '계약부채' 항목에 계상한다. KAI가 돋보이는 사례다. 작년 하반기 폴란드 정부에서 FA-50 납품 선수금을 받으면서 2022년 말 계약부채는 1년 전과 견줘 1조1714억원 늘었다.

사내로 자금이 대거 흘러들며 FCF는 2021년 말 1637억원에서 지난해 말 1조2520억원으로 7배 이상 급증했다.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 등을 더한 금액 역시 1년새 2배 넘게 불어난 2조1702억원으로 집계됐다.


5대 신사업에 투자하는 목표 이행이 한결 수월해졌다. 2021년에 KAI 경영진은 2025년까지 5년 동안 2조2000억원을 집행해 △에어 모빌리티 △유·무인 복합체계 △우주 발사체 △항공 전자 △시뮬레이션·소프트웨어 부문을 육성하는 방침을 세웠다. 연평균 투입액이 4400억원인데 투자 3년차에 접어든 올해는 보유 현금으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여건에 놓였다.

◇한화에어로 OCF 5000억 우위,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촉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수주 확대 외에도 2022년 11월에 한화디펜스를 합병한 결정이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두텁게 다지는 데 주효했다. 막대한 현금을 지닌 계열사를 흡수하면서 가용 실탄이 작년 말 1조1784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말 3571억원과 견줘보면 1년새 3배 넘게 불어난 규모다.

영업활동현금흐름(OCF) 역시 전년대비 2배 이상 늘어난 5062억원으로 나타났다. 동종업계 기업들이 2000억원대에 그친 대목과 비교된다. FCF는 1조2822억원으로 2021년 말 2977억원보다 4배 넘게 증가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FCF가 1조원을 넘겼다.


본업으로 이익을 실현하는 수준 역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방산업계에서 우위를 형성했다. 2022년 별도 기준으로 영업이익률이 7.5%로 나타났는데 2019년 이래 3년 연속으로 이어진 마이너스(-) 추세에서 벗어났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율도 10.1%를 기록하면서 1년 만에 7.9%포인트(p)나 오른 수치를 드러냈다.


탄탄해진 현금 창출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미래 사업 기틀을 잡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주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대목이 방증한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제작과 조립을 총괄하면서 2027년까지 최소 네 차례 발사하는 계획을 세웠다. 수직 이착륙 비행기, UAM 등을 상용화하는 과제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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