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군수 시장에서 저력을 드러낸 한국 방산업계는 수주 성과에 힘입어 축적한 현금을 요긴하게 활용했다. '빚 감축'에 나선 원동력이자, 차입금 의존도를 줄이는 결실을 얻은 배경이다. 다만 상환 만기를 분산하는 일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전체 차입금에서 단기성 차입금이 구성하는 비중을 낮추는 게 관건이다.
◇한화에어로 1년새 차입의존도 '37%→25%'국내 방산업계에서 활약하는 주요 기업들은 지난해 대규모로 쌓아둔 현금을 발판 삼아 외부에서 끌어다 쓴 빚을 갚는데 주력했다. 총차입금이 감소한 대목이 방증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2022년 말 별도 기준 총차입금은 1조1161억원으로 2021년 말 1조2025억원과 견줘보면 약 7.2% 줄었다.
현대로템 역시 1조1995억원에서 1조1111억원으로 1년새 7.4%가량 감소했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말 총차입금이 3639억원이었는데 2021년 말 5459억원 대비 33.3%나 감축했다. 다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디펜스를 흡수 합병한 효과가 작용한 탓에 총차입금이 2021년 말 1조8847억원보다 3000억원 가까이 불어난 2조1727억원을 기록했다.
방위산업체들은 빚을 감축하는 노력과 거액의 유동성 유입이 맞물린 덕분에 차입금 의존도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 단연 큰 폭으로 차입금 의존도가 줄어든 회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지난해 말 25%를 시현했는데 2021년 말(36.7%)보다 11.7%포인트(p) 하락했다. LIG넥스원 역시 돋보인다. 2018년 말 27.4%로 정점을 찍은 이래 해마다 낮아져 작년 말에는 12.1%로 나타났다.
방산업에 포진한 4개사의 재무구조를 살피면 부채총계가 자본총계보다 훨씬 많은 점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말 △한화에어로스페이스(227.4%) △LIG넥스원(221.6%) △현대로템(219.4%) 등의 부채비율이 200%대를 형성한 대목이 방증한다. 특히 KAI는 430.5%까지 치솟았다.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부채비율을 드러내는 건 방산 부문의 특수성과 맞닿아 있다. 납품 전에 발주처로부터 미리 당겨받는 현금(선수금) 등을 포함한 계약부채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계약부채는 미래 시점에 매출로 확정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부채비율이 높다고 해서 재무 여건이 나빠졌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그동안 방산 기업들은 해외 국가를 겨냥해 수주 활동에 전념했고 무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수익 창출의 기회를 잡았다. 작년 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계약부채는 2조5379억원으로 부채총계(6조352억원)의 42%를 차지했다. KAI가 보유한 계약부채도 2조1868억원으로 부채총계 6조2540억원 대비 35% 규모다.
◇'2·3·5년물' 만기 다변화 노력빛 뒤에는 그림자도 존재한다. 총차입금 가운데 단기성 차입금의 비중이 큰 실정이다. 만기가 1년 이내인 자금이 많을수록 경영진은 상환 방안을 찾는 데 매몰된다. 투자나 사업 확장 등을 겨냥한 자금 운용 스케줄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차입금 상환 만기를 폭넓게 구성하는 과제가 중요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9년 말 총차입금 대비 단기성 차입금 비중이 16%를 기록한 이래 해마다 우상향했다. 2022년 말에는 41%로 나타났다. KAI는 2021년 말 단기성 차입금이 전체 차입금의 7% 수준에 그쳤으나 작년 말 47%로 훌쩍 뛰었다.
지난해 말 현대로템이 1년 안에 갚아야 할 자금은 6621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총차입금의 60% 규모다. LIG넥스원의 총차입금에서 단기성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67%(2443억원)였다. 2021년 말 41%와 견줘보면 1년 만에 26%p 상승했다.
방산업계의 '만기 다변화' 노력은 차환 사례에서 드러난다. 올해 4월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회사채를 30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2년물(1150억원), 3년물(1550억원), 5년물(300억원) 등으로 나눠 구성했다. KAI는 "장·단기 차입구조 개선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이자율 변동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고 2022년 12월 사업보고서에 기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