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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모회사 한진칼이 2020년 유상증자와 교환사채 발행을 통해 산업은행 자금을 끌어온 것에서 시작한다. 당시 한진칼 사외이사들은 시장에서 오너일가 거수기 비판을 들으면서도 단일대오를 갖춰 이사아나항공 인수 첫 단추를 꿰맸다. 그렇게 아시아나항공 인수 전 과정을 함께 한 사외이사들이 내년부터 하나둘 한진칼 이사회를 떠난다. 한진칼 이사회가 내년 한 차례 세대교체를 마주하게 되는 셈이다.
◇ 한진칼 이사회, 주주 간 분쟁 속 만장일치 '힘 실어주기'
한진칼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첫 단추는 2020년 11월 이사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진칼은 제3자 대상 유상증자와 교환사채 발행 등을 통해 산업은행에서 총 8000억원을 유치했다. 산업은행이 투입한 자금은 한진칼을 통해 대한항공으로 유입됐고 대한항공 역시 자체 유상증자 등을 통해 추가 자금을 끌어와 아시아나항공의 신주를 인수했다.
산업은행 대상 유상증자를 실시했을 당시 한진칼은 경영권 분쟁으로 시끄러웠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운용사 KCGI와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이 연합한 이른바 3자 연합은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를 설립, 한진칼 유상증자가 주주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신주발행금지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한진칼 측에 대항했다.
앞서 한진칼은 경영권 분쟁 속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강화 차원에서 이사 수를 6명에서 11명으로 확대하고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그전에는 조원태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었다. 사외이사 절대다수 이사회는 부정적 입장을 관철시킬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상증자 및 교환사채 발행 건을 만장일치 통과시켰다.
그 당시 주요 경영사항 관련 주주권익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설치해 운영하고 있었던 이사회 산하 거버넌스위원회에는 주순식 이사를 비롯해 임춘수·최윤희 등 3명의 사외이사가 참여하고 있었는데, 이 위원회에서도 대한항공의 이사이나항공 인수를 위한 일련의 자금 유치와 자금 대여 건 등은 비교적 원활하게 논의가 이뤄졌다는 전언이다.
그레이스홀딩스 측은 한진칼 사외이사가 오너가 거수기에 불과하다며 경영 성과 등을 도마 위에 올려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는데, 이듬해 법원은 그레이스홀딩스 측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인수 작업은 급물살을 탔다. 대한항공은 우리나라를 비롯 각국 기업결합 승인을 거쳐 지난 12일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편입에 성공했다.
◇ 이사회 거쳐 간 이사진만 17명…내년부터 주요이사 임기 만료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한진칼 이사진 면면은 크게 변했다. 산업은행 인수자금 투입 전 6명이었던 이사회 규모는 유상증자 실시 후 산업은행 측 추천 인사를 사외이사로 받아들이면서 14명으로 불어났다가 현재 11명으로 줄어들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전 과정 중 한진칼 이사회를 거쳐 간 이사진 수만 모두 17명에 달한다.
유상증자와 교환사채 발행 등 한진칼의 인수자금 유치 당시 이사회 결의에 참여해 현재까지 한진칼 이사회에 적을 두고 있는 사외이사는 주인기·주순식·박영석·최윤희 사외이사 등 4명이다. 주인기·주순식 두 사외이사는 주주 간 갈등이 불거지던 2019년 정기주총에서 선임됐는데, 이들을 후보로 검토하던 당시 이사회에는 사추위가 없었다.
미국 뉴욕대에서 경영학 석사와 회계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연세대 교수로 재직 중인 주인기 사외이사는 회계사 자격증을 보유, 회계 전문가로 일정 기간 감사위원회에서 활동했다. 한진칼은 '(당시) 회계 투명성 강화가 더욱 필요한 상황에서 이사회 회계 전문성을 강화, 회계 리스크를 방지하는 데 (주 이사가)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순식 하와이대 경제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직 등을 역임했다. 다양한 기업 공정거래 위반 사항을 처분한 경험을 바탕으로 공정거래 법규 위반 리스크를 예방하고 협력업체 상생을 통한 기업 지속가능 발전에 대해 기여할 수 있다는 게 선임 이유였다. 주순식 이사도 감사위에서 주인기 이사와 호흡을 맞췄다.
주인기·주순식 사외이사는 현행법이 규정하고 있는 사외이사 최대 재직 연수 6년을 모두 채워 내년 3월 사외이사직을 내려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두 이사는 지난 9월 말까지 재직 6년간 참석률 100%, 안건 찬성률 100%를 기록했다. 이들과 함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 참여해 온 박영석·최윤희 사외이사는 2026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