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지주사 SK㈜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7년 만에 교체했다. 그동안 독립 경영을 유지해 오던 SK디스커버리 계열사 SK케미칼의 김기동 경영지원본부장이 새롭게 선임됐다. 2018년부터 CFO를 맡아 온 이성형 SK㈜ 사장은 SKMS 연구위원으로 배치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5일 SK그룹에 따르면 김기동 SK케미칼 경영지원본부장이 SK㈜ CFO로 선임됐다. 김 CFO는 1971년생으로,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98년 SK건설로 입사한 그는 2013년까지 금융팀 등에 근무하며 재무 역량을 키웠다. 이후 SK케미칼로 둥지를 옮겨 금융팀장과 프로젝트 그룹장을 맡았다.
김 CFO는 2017년 SK케미칼의 인적분할로 탄생한 SK디스커버리의 재무실장을 맡았다. 출범 초기부터 분할 비율을 확정하고, 투자 지주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경영 보폭을 넓히던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보좌하며 인연을 쌓았다는 후문이다. 성과를 인정받은 김 CFO는 2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김 CFO는 2022년 SK케미칼 재무지원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같은해 경영지원본부장도 역임하며 올해까지 입지를 쌓았다. 그는 SK케미칼의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구축하는 성과를 보였다. 지난해 말 기준 SK케미칼은 부채비율 55.4%, 차입금의존도 26.7%, 마이너스 순차입금 등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기록했다. 올 3분기 말 기준으로도 부채비율은 81%에 불과했다.
김 CFO는 그룹 리밸런싱(고강도 구조조정)에도 SK케미칼의 재무 성과를 보이며 최 부회장의 '믿을맨'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가 '금고지기'로 불리는 SK㈜ CFO로 올라선 배경이다.
SK㈜는 순수 지주사와 달리 자체 사업을 보유하고 있다. 크게 지주부문(투자부문)과 사업부문(IT서비스)으로 구분된다. 그룹 전반의 투자를 관장하며,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의 재무 건전성도 관여하는 핵심 보직이다
김 CFO는 그룹의 차입금 의존도를 낮추는 등 재무건전성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SK㈜는 이를 위해 포트폴리오 관리 부문을 기존 CFO 산하에서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재편하는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재무구조 안정화에 집중해 성장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CFO는 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인공지능(AI) 부문의 성장사업 발굴에도 힘을 쏟는다. SK㈜가 이날 신설한 'AI 혁신' 및 '성장 지원' 등 2개 조직과 협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김 CFO는 기존 사업에 대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과 함께 AI를 중심으로 한 성장동력 발굴에 속도를 붙일 계획이다.
SK그룹 관계자는 "SK㈜가 보유한 지분가치 중 80%는 자회사, 20%는 글로벌 자산과 자체 투자 포트폴리오로 구성돼 있다"며 "자회사의 성과와 가치를 높이면서 SK㈜의 기업가치 제고로 연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