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CJ라이브시티는 CJ그룹이 시도한 대규모 복합문화시설 및 공연장 개발 계열사로, 'K-콘텐츠 경험형 복합단지'를 표방했다. 2015년부터 10년 가량 끌어온 대형 프로젝트는 지난 7월 사실상 무산됐다. 그로 인한 매몰비용이 7000억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적 부담은 CJ라이브시티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던 CJ ENM이 주로 짊어졌다. 이 같은 프로젝트는 이사회 차원에서 결정이 이뤄진다. CJ라이브시티의 시작은 2015년이었지만 CJ ENM 이사회에 안건이 올라오기 시작한 것은 2018년부터다. 인허가가 50개월 지연되면서 모회사에 본격적으로 손을 벌리던 시점이다.
◇CJ ENM, 지난 9월 라이브시티 안건 올려 해지 결정
지난 9월 5일 열린 CJ EMN의 이사회에는 CJ라이브시티 사업 기본협약 해지 결정의 건이 올랐다. 이 의안에는 이상현 대표와 이선영 커머스사업 총괄 등 사내이사 2명과 민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홍상표 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 한상대 전 검찰총장 등 사외이사 4명이 참석했다. 결론은 만창일치로 의결됐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앞서 7월 경기도에서 K-컬처밸리 복합문화단지 사업협약 해지를 발표하면서 이를 받아들여 승인하는 안건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미국 제작 스튜디오 피프스시즌과 함께 CJ ENM의 양대 재무부담 요소 중 하나였던 CJ라이브시티가 공식적으로 무산됐다.
여기에 투입한 사업비가 약 7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차입 부담이 커졌는데 CJ라이브시티는 모회사인 CJ ENM을 비롯해 여기저기에 돈을 빌렸다. 반면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탓에 차입금 규모는 늘었다. 작년 말 기준 차입금은 5999억원, 총부채는 6486억원이다. 2016년 말 총부채가 715억원이었다.
또 기존 아레나 공연장도 경기도에 기부채납하게 되면서 870억원 자산을 날렸다. CJ ENM은 지난 8월 28일 이사회를 열고 98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해주면서 연내 만기가 도래했던 일부 차입금을 메꿨다.
좌초된 CJ라이브시티 관련 부담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CJENM은 3분기 실적에 CJ라이브시티 관련 유형자산 처분손실 3222억원을 반영하며 분기순손실이 5314억원에 이르렀다. 2026년까지 도래하는 잔여 차입금과 더불어 경기도와 1000억원대 지체상금 소송은 풀어야할 과제다.
◇2018년부터 종속기업 기재, 대여금 599억 연장해줘
이처럼 CJ ENM에 큰 상흔을 남긴 CJ라이브시티 건은 2015년에 시작했다. 그러나 이사회 안건으로 올라온 것은 2018년부터다. 그 해 12월 19일 케이밸리 자금대여 연장 승인의 건이 이사회에 상정됐다. 케이밸리는 CJ라이브시티의 전신이다.
경기도가 2015년 고양시의 옛 한류월드 부지 개발을 위해 추진한 'K-컬처밸리 조성 공모사업'에 CJ그룹은 'CJ E&M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면서 주식회사 케이밸리를 설립했다. 이상길 당시 CJ ENM 전략기획실장을 대표이사로, 한안수 CJ K Culture Valley 추진팀장과 최도성 CJ ENM 경영지원실장이 사내이사로, 신형관 CJ ENM 엠넷콘텐츠부문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중원 CJ ENM 재무담당이 감사를 맡았다.
이후 2016년 이상길 대표가 빠지고 최도성 실장이 대표를 맡았다. 전략라인이 빠지고 재무라인이 책임자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2016년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인허가 절차가 난항을 겪으며 사업이 지연됐다.
CJ ENM 종속회사에서 케이밸리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8년 때부터다. 이사회에 안건으로 상정된 시기도 그 해다. 당시 CJ ENM은 케이밸리에 599억원의 대여금을 제공하고 있었는데 그 시기를 연장해주는 안건이다. 50개월 만에 인허가를 받으면서 이때부터 재무상태가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그 당시 CJ ENM 이사회는 허민회 대표(현 CJ 경영지원대표)와 최은석 사내이사(현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강대형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 홍지아 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 박양우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사외이사로 참여했다. 이들 중 불참한 홍 교수를 제외하고 전원이 안건에 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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