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삼성화재 출신의 이완삼 부사장으로 교체했다. 영업 이해도가 높은 인물을 CFO에 기용하는 기조의 연장선상이자 제3보험의 중요성 대두로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트렌드를 반영한 인사라는 평가다.
18일 삼성생명에 따르면 지난 6일 실시한 보직인사를 통해 이완삼 전략영업본부장 부사장을 경영지원실장에 임명했다. 전임자 이주경 부사장은 경영지원실장 직책을 1년만 수행한 뒤 FC영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생명 경영지원실장은 CFO 직무를 수행하는 직책이다. 이번 보직인사로 이완삼 부사장은 책무구조도 등재 대상 임원인 주요업무집행책임자에도 이름을 올리게 됐다. 임기는 2025년 12월5일까지다.
이완삼 부사장은 1968년생으로 동국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삼성화재에 입사해 경영지원팀장, 영업컨설팅팀장 등을 거친 뒤 2022년 말 삼성생명에 보험운영실장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지난해 말 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전략영업본부장으로 직책이 변경됐다.
경력으로 보면 이완삼 부사장은 순수한 재무전문가보다는 '현장 밀착형 CFO'에 가깝다. 경영지원 업무 수행 경험은 물론이고 영업과 전략 등에도 높은 이해도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전임자인 이주경 부사장이 CPC(고객·상품·채널)기획팀장과 FC영업본부 권역담당임원 등 영업 경력이 두드러졌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삼성생명은 2020년 순이익 9288억원을 낸 이후 2022년 6167억원(IFRS17 소급적용 이전 기준)까지 2년 연속 순이익이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새 회계기준 도입 효과로 순이익이 1조3829억원으로 뛰어올랐으나 자회사 삼성화재의 1조7554억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에 삼성생명은 지난해 말부터 재무지표의 관리를 넘어 현장 친화적인 재무지원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인물을 CFO로 기용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 1조5508억원을 거둬 전년 동기보다 37.7% 증가하는 등 뚜렷한 실적 개선세가 나타나자 현장 밀착형 CFO 기용의 인사 기조를 이어가는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 부사장이 삼성화재 출신으로 경력의 대부분을 삼성화재에서 보낸 데에도 시선을 집중한다. 그간 삼성생명은 자사 출신 인사, 혹은 삼성생명에서 주로 커리어를 쌓은 인물을 CFO에 임명하는 추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전임 이주경 부사장은 물론이고 그 전임자인 김선 현 삼성선물 대표이사 역시 삼성생명 출신이었다. 김 대표의 전임자였던 유호석 전 부사장의 경우 삼성물산으로 입사했지만 삼성생명에서 자산운용 및 경영지원 관련 직무를 장기간 수행한 뒤 CFO에 올랐다. 반면 이완삼 부사장은 삼성생명 출신이 아닌데다 삼성생명 재직 기간도 2년에 불과하다.
지난해 IFRS17 회계기준 도입 이후 보험계약마진(CSM) 확보가 보험업계의 주요 과제가 되면서 장기·보장성보험의 신계약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삼성생명을 포함한 생명보험사들은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 중인 종신보험 대신 건강보험 등 제3보험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제3보험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두 업권 모두 영업이 가능하지만 손보업권이 70% 이상을 점유하는 손보 강세의 영역이다. 이를 고려하면 삼성생명이 이완삼 부사장을 CFO로 기용한 것은 손보업 이해도가 높은 인물에게 제3보험 공략에 힘쓰는 현장에 대해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라는 과제를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