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롯데렌탈 인수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를 비롯해 국내 기업들도 인수전에 관심을 보이면서 조만간 우선협상자가 전망이다. 인수 후에는 롯데렌탈 이사회 개편이 불가피하다. 상장사이기 때문에 사외이사 최소 비율은 지켜야하므로 전체 이사 수엔 큰 변화가 없을 수 있지만 내용적으로 상당한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986년에 설립된 금호렌터카를 모태로 삼고 있는 롯데렌탈은 2015년 롯데그룹으로 편입됐다. 금호렌터카는 2010년 KT그룹에 인수돼 KT렌탈로 존속하다가 롯데그룹과 만나 현재 진용을 갖췄다. 롯데렌탈 지배구조는 롯데홀딩스→호텔롯데→롯데렌탈을 주축으로 구축돼 있으며 롯데오토리스와 롯데오토케어 등 13개 종속회사를 두고 있다.
롯데그룹에서 롯데렌탈은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인수 이후 매년 백억원대 순이익을 달성, 2014년 말 1162억원이었던 이익잉여금은 지난 9월 말 5620억원으로 불어났다. 지난해 연결 순이익은 1152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자산 규모는 2015년 2조8420억원에서 지난 9월 말 6조1832억원으로 10여 년 만에 2배 이상 불어났다.
그동안 사령탑은 세 차례 교체했다. 롯데그룹은 KT렌탈 인수 이후에도 한동안 표현명 전 KT렌탈 대표를 기용하다가 2018년 롯데렌탈 오토렌탈본부장 등을 역임한 이훈기 대표를 기용했다. 2021년 상장을 앞두고는 김현수 전 롯데물산 대표를 영입했다. 지난해 3월에는 ADT캡스와 SK브로드밴드 등을 이끌어온 최진환 대표를 새로 선임했다.
현재 롯데렌탈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과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3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오랜 기간 5~8명으로 이사진을 꾸리는 가운데서도 사외이사 수는 꾸준히 2명을 유지했지만 2021년 상장을 계기로 4명으로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현행법 상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이사회 멤버 절반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해야만 한다.
사외이사진이 대학교수 위주로 이뤄진 것은 이사회 운영의 한계점으로 꼽힌다. 상장 이후 지난해 말까지 사외이사진은 권남훈 건국대 교수와 이호영 한양대 교수, 유승원 고려대 교수에 이윤정 르쿠루제 코리아 사장으로 이뤄져 이윤정 사외이사를 제외하곤 기업 경영 경험이 전무했다. 권남훈 이사는 최근 일신상 사유를 들어 사임했다.
롯데렌탈이 롯데그룹에 인수된 후에도 기존의 사외이사진을 그대로 기용하는 모습에서는 이사회가 아닌 그룹이 주도하는 경영이 이뤄졌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롯데그룹은 롯데렌탈 인수 직후 표현명 대표와 김세호 사외이사 등 기존 이사진 일부는 그대로 둔채 임병연 롯데그룹 미래센터장과 이춘기 롯데케미칼 부문장 등을 기용했다.
현재 롯데렌탈 인수전에는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를 비롯해 쏘카와 타이어뱅크 등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어느 쪽으로 인수가 되든지 인수 뒤에는 이사진 대부분이 교체될 전망이다. 인수 대상은 호텔롯데(37.80%)와 부산롯데호텔(22.93) 등이 갖고 있는 지분 60.63%로 시가로 약 7500억원 규모다.
다만 롯데그룹 측에서 생각하는 기업가치에 기반해 경영권 프리미엄과 롯데렌탈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자산 등을 가산해 산출한 지분 가격은 1조5000억원선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어피니티 측이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관측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인데, 어피니티 측은 지난 8월 SK렌터카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비상장사 SK렌터카의 경우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3명으로 이사회를 꾸리고 있었지만 인수 후 사내이사 1명과 기타비상무이사 4명으로 개편했다. 기타비상무이사진은 모두 어피니티 측 임원들이 맡았다. 롯데렌탈의 경우 상장사이기 때문에 사외이사 선임 최소 비율을 준수하겠지만 기타비상무이사 위주 이사진을 꾸릴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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