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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가스 품은 효성티앤씨, 조현준 '의결 불참' 이유는

효성화학 등 거래당사자에 지배력 행사, 이해상충 이슈 해소 차원

원충희 부장  2024-12-16 15:10:04

편집자주

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효성화학의 재무상태 개선을 위해 매각을 추진 중이던 특수가스사업부가 결국 계열사 효성티앤씨 품에 안긴다. 효성티앤씨는 이사회를 열고 특수가스 부문 영업양수를 결정했는데 이사 6명 중 5명만 참석, 의결했다.

의사결정에서 빠진 이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다. 그는 거래당사자인 두 기업의 모회사 ㈜효성의 최대주주라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의결에 불참했다. 이사회가 계열사 간 거래 등 대해 의결할 때 이해당사자가 참여할 경우 이해상충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의결권이 제한됐다.

◇효성티앤씨, 이사 6명 중 5명 참석…조현준 회장 불참

효성티앤씨는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효성화학의 특수가스 부문 인수를 결정했다. 효성티앤씨 중국 취저우 법인의 삼불화질소(NF3) 생산량(연간 3500톤)과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연간 8000톤) 간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인수완료 후 예상되는 생산능력은 연간 1만1500톤으로 현재 글로벌 1위 SK스페셜티(연간 1만3000톤)에 이어 2위 사업자로 도약하게 된다.

인수가격은 9200억원으로 책정됐다. 딜로이트안진이 가치평가를 진행하고 자본시장법에 따라 삼덕회계법인의 외부평가를 거쳐 산정된 금액이다. 오는 19일까지 계약금 1380억원(인수대금의 15%)을 지급하고 잔금은 양수기준일인 내년 1월 31일에 치르는 구조다.


이사회에서는 영업양수의 목적성과 기대효과, 인수가액의 적정성, 거래조건의 적정성 등에 대한 설명이 있었고 이사들의 가부를 물었다. 효성티앤씨 이사회 멤버 6명 중 5명이 찬성했다. 1명이 의결과정에서 불참했는데 조현준 회장이다.

현재 효성티앤씨 이사진은 조 회장과 김치형 대표이사 부사장, 정준재 나이론폴리에스터원사PU장(상무) 등 사내이사 3명과 조인강 전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 유철규 서울대 의과대 교수, 이재우 보고펀드자산운용 대표 등 사외이사 3인으로 구성됐다.

효성티앤씨는 별도재무제표 기준 자산이 2조원 미만인 상장법인이라 사외이사는 이사회 구성원의 4분의 1만 둬도 된다. 현재는 법적 기준보다 2명 더 추가 선임한 상태다.

◇효성티앤씨·화학에 지배력 행사 가능, 이해상충 원천 차단

조 회장이 불참한 이유는 이번 거래당사자(효성티앤씨, 효성화학)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효성티앤씨의 지분구조를 보면 효성이 20.32%로 최대주주이며 조 회장도 23.32%로 동률의 지분을 갖고 있다. 또 효성화학의 경우 효성이 지분 32.84%를 가진 최대주주이며 조 회장은 12.4%로 2대 주주다.

두 회사의 모기업인 효성은 조 회장이 41.02%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다. 조 회장은 효성티앤씨의 사내이사이자 거래당사자들의 모회사인 효성의 대표이사임과 동시에 최대주주로 직접적인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해당사자인 그가 계열사 간 거래를 다루는 안건에 참여할 경우 이사회 의결 공정성에 문제가 생긴다.

*2024년 9월 말 기준

금융당국은 계열사 간 거래 등 대해 이사회가 의결할 때 이해상충 및 의결권 제한 여부 등에 대한 점검 절차를 강화하는 한편 안건에 대한 이사의 발언, 문제제기 등 독립성 보장을 권고하고 있다. 거래당사자들 사이에서 겸직을 하거나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임원은 이사회 의결에 직접 개입, 주주와 회사의 이익보다 본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결정을 유도할 수 있어서다.

이를 해소할 실무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해당 임원의 의결권 제한이다. 효성티앤씨는 조 회장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빠지는 것으로 문제가 될 요소를 사전에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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