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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웅진의 상조업계 1위 업체 프리드라이프 인수 결정은 윤새봄 대표이사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등 이사회 투명성을 부각시키는 일련의 장치들이 마련돼 있지만, 이사회 구조를 면면히 뜯어보면 윤 대표의 발언권이 상당해 사외이사 등 기업 밖 전문가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없다는 게 관계자들 설명이다.
현재 웅진 이사회는 총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최대주주인 윤새봄 대표 사장을 비롯해 이수영 대표와 김현호 재무담당 상무, 최일동 CSO 사내이사 상무 등 4명의 사내이사와 이석우·변희찬 사외이사 등 2명의 사외이사 등이다. 이사회 의장은 이석우 사외이사가 맡고 있다. 이 의장은 2021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된 뒤 올 초 재선임됐다.
이사회 규정은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사회는 실제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해 왔다. 2021년까지만 해도 웅진 이사회는 상장사협의회와 상공회의소 등 제3의 공익관련단체에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받아야 한다고 규정, 사외이사 선임 관련 일련의 투명성 확보 장치를 마련하고 있었다.
하지만 2021년 2월 이사회 규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관련 조항을 삭제, 현재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 채널을 해당 규정에서 특정하고 있진 않다. 이사회 산하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설치돼 있지만 웅진 사추위에는 사외이사뿐 아니라 사내이사도 참여하고 있는 만큼 사외이사 후보 선정 과정에 오너가 의견이 반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외이사 기용 수도 최소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자산 2조원 미만 상장사는 이사진 총수의 4분의 1을 사외이사로 채워야 한다. 지난 9월 말 웅진의 개별 자산총액은 4300억원이었다. 웅진은 최근 10년 새 6~8명 규모의 이사회를 꾸리면서 꾸준히 2명의 사외이사를 기용했는데, 현행법이 요구하는 최소 요건만을 충족한 셈이다.
이사회 규정상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 출석과 출석이사 과반수로 이뤄진다. 자기거래 금지 등 일부 안건의 경우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요건을 만족해야 한다. 그간 사내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 등 사측 이사가 이사진 절반 이상을 차지해 온 만큼, 기업 밖 전문가들이 이사회 안건에 대해 이견을 제기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사회 실제 운영 현황이 이렇다 보니 개인 최대주주(지난 9월 말 지분 16.3%)인 윤새봄 대표의 영향력이 이사회 논의 과정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윤새봄 대표는 웅진씽크빅 등 주력 계열사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는 기타비상근이사로,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사내이사로 최근 10여 년간 웅진 이사회 논의에 참여했다.
이사회가 검토하는 안건은 각종 경영과 재무, 이사 등에 관한 사항 등 다양하다. 지난해의 경우 자회사 지분거래 안건뿐 아니라 지배회사 소규모합병 결정 안건 등이 안건으로 올라 이사진 찬반 투표를 거쳤다. 올해는 웅진휴캄 유상증자 참여의 건을 비롯해 웅진에버스카이 자금대여 승인 및 대여금 만기연장 승인 건 등이 논의된 바 있다.
이번 프리드라이프 지분 인수 검토 역시 이사회 논의를 이미 거쳤거나 관련 계획을 보고받았을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 설명이다. 그렇다면 지주 부문을 관리하고 있는 윤새봄 대표의 의중은 가장 먼저 고려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이사진 절반이 사내이사인 오너 기업에선 오너의 의지가 최우선 고려 사항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프리드라이프 몸값은 1조원 안팎일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프리드라이프 매출액은 2296억원 정도였다. 웅진그룹이 조 단위 대규모 빅딜에 나선 건 기업회생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2012년 극동건설 부도 등이 겹치면서 회생절차에 돌입한 웅진은 2014년 법정관리 이후 교육 사업 등 주력 영역에 집중하며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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