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그룹 오너 4세 김건호 삼양홀딩스 사장이 전략총괄 및 화학2그룹장으로 보임하면서 내부에 몇 가지 연쇄 인사 이동이 일어났다. 김 사장이 담당하던 CFO를 1년 만에 내려놓고 이를 공동대표인 엄태웅 삼양홀딩스 그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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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그룹은 설립 100주년을 맞아 새 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M&A와 글로벌 확장을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C레벨 가운데 가장 중요한 직책인 대표와 CFO를 모두 엄 그룹장에 맡겼다. 엄 그룹장은 삼양그룹에만 40년 넘게 재직하며 그룹의 주요 업무를 두루 경험한 인사다. 책임을 집중시켜 의사결정 속도와 효율을 제고하기 위한 인사로 보인다.
◇'창립 100주년 삼양그룹', 1년 만에 지주사 CFO 인사 변동 삼양홀딩스는 최근 그룹 인사를 통해 재무 라인에 변화를 줬다. 기존 전략총괄로 CFO를 겸하던 김건호 삼양홀딩스 사장이 화학2그룹장이 됐고 스태프 조직을 총괄하는 엄 그룹장이 재경실장을 겸직하는 구도가 완성됐다.
오너 4세인 김 사장이 2023년 12월 삼양홀딩스 전략총괄로 중용하는 과정에서 설립 100년 역사의 삼양그룹은 재무책임자 인사 관행을 잠시 틀었다. 그간 삼양그룹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주로 재경실장(PU장)이 맡아왔다. 다만 지주사인 삼양홀딩스만은 2024년도 임원인사를 통해선 김 사장이 전략총괄로서 CFO까지 맡는 특별한 구조를 택했다.
약 1년 만에 오너 4세가 CFO를 맡는 상황이 해소됐고 이 자리를 현재 공동 대표인 엄 그룹장이 담당했다. 엄 그룹장은 1960년생으로 서강대학교 화학과, 헬싱키 경제대학교 MBA를 수학한 인사다.
1983년 삼양그룹의 전신인 삼양제넥스에 입사했다. 올해로 삼양그룹에 몸담은 지 40년이 넘는다. 엄 그룹장은 2003년 삼양사 식품BU 식품기획팀장, 2008년 삼양그룹 식품연구소장을 거친 후 2010년부턴 경영·전략기획의 길을 걸었다.
2014년 삼양그룹이 바이오 섹터에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운용 중인 삼양바이오팜 대표를 맡으며 본격적으로 C레벨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2021년 지주사인 삼양홀딩스 대표에 올랐고 올해 초 재선임에 성공했다.
◇'대표에 CFO까지'… 새 시대 겨냥한 변곡점 앞둔 중책 수행 삼양홀딩스 오너 4세의 보직 이동 이후 엄 대표가 CFO를 겸직하는 점은 국내 기업 정서나 상황에 비춰보면 특수한 사례로 꼽힌다.
통상 CEO가 CFO를 겸하는 사례는 드물다. 앞서 C레벨의 책무가 한 명에게 몰리는 상황은 조직 개편이나 인적 쇄신을 통해 임원을 감축했거나 기업이 본격적인 성장 기로에서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 택하는 때가 대부분이다.
대한해운과 에코프로머티리얼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SM그룹 계열 해운사 대한해운은 신임 대표로 경영관리본부장을 맡고 있는 한수한 상무를 세웠다. 한 대표는 CFO와 이사회 의장, 그리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까지 겸하며 상당한 그립감을 갖고 기업을 이끌고 나가게 됐다.
에코프로머티리얼 역시 김병훈 대표가 대표와 신고업무담당임원을 겸해 각종 책임을 본인에게 집중시켰다. 김 대표는 에코프로그룹 창업주인 이동채 전 회장(현 상임고문)과 호흡하며 20년 넘게 그룹에 몸담은 인물이다. 에코프로를 시작으로 핵심 계열사들의 기업공개(IPO)를 비롯한 주요 의사결정에도 줄곧 참여해 왔다.
삼양홀딩스가 엄 그룹장에 경영과 재무총괄의 권한을 쥐어준 건 지금이 새로운 100년을 대비하기 위한 결정적 시기인 점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이미 엄 그룹장 체제에서 삼양홀딩스는 적잖은 외연 변화와 벌크업이 있었던만큼 방향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책으로도 보인다.
엄 그룹장 체제에서 삼양홀딩스는 2022년엔 국내외 공장 투자와 더불어 반도체 소재 회사인 엔씨켐을 인수해 첨단소재 분야에 진출했다. 2023년 말엔 약 3300억원을 들여 미국의 스페셜티 케미컬 소재 회사 버든트 스페셜티 솔루션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친환경·웰니스 첨단소재 분야를 중심으로 스페셜티 제품을 지속 발굴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