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도전에 직면한다. 도전의 양상은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제각각이다. 기업 이사회뿐 아니라 외부 투자자까지 기업 이슈를 지적하는 곳은 많지만, 내외부 의견을 경청해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더벨은 파이낸스와 거버넌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를 목전에 둔 기업 면면을 조명, 기업 변화의 양상을 분석해본다.
미원그룹 오너가의 미원스페셜티케미칼(이하 미원에스씨)에 대한 장악력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미원에스씨가 탄탄한 사업을 바탕으로 배당금을 지급하면, 모회사 미원홀딩스가 미원에스씨 주식을 사모으면서 지배력을 강화하는 구조다. 미원홀딩스는 오너십 승계가 이뤄지고 있는 중으로 미원에스씨 거버넌스 변화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대주주의 꾸준한 주식 매집…자사주 매입에도 속도
미원에스씨의 모체는 미원상사다. 미원상사가 2008년 특수화학사업부를 인적분할하면서 본격 출범한 미원에스씨는 2017년 그룹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미원홀딩스를 존속법인으로 미원에스씨를 분리하며 현재의 진용을 갖췄다. 김정돈 회장 일가와 미원상사→미원홀딩스→미원에스씨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확립한 것도 바로 이 시기다.
사업 구조도 탄탄하다. 에너지경화수지 제품 생산에 주력하면서 2017년 분리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6년 간 매년 많게는 799억원(2021년) 적게는 172억원(2017년)의 백억원대 순이익을 꾸준히 내왔다. 2017년 말 2202억원 규모였던 자산 규모(별도)는 지난 9월 말 4747억원 규모로 2배 이상 불어났다. 이 시기 부채비율은 16% 수준에 불과했다.
자산의 상당량은 현금성자산(단기금융자산 포함)으로 축적돼 있다. 현금성자산은 매년 빠르게 불어나 지난 9월 말 별도 기준 1113억원으로 커져 있는 상태. 7년 연속 배당 기조를 이어가 지난해는 104억원을 현금으로 배당했다. 현재 미원에스씨의 단일 최대주주는 미원홀딩스인데, 미원홀딩스는 작년 한 해 배당으로만 39억원을 수령했다.
지난 9월 말 현재 미원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미원에스씨 지분은 33.94%다. 미원홀딩스는 미원에스씨 상장 당시 24.1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매년 미원에스씨 주식을 장내 매집하면서 지분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2022년의 경우 미원홀딩스는 총 72억원을 들여 지분을 매입했는데 이는 전년도 배당수익(35억원)보다 큰 규모였다.
미원에스씨는 2019년 자사주 6만주(1.20%)를 매입한 데 이어 꾸준히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자사주 비중은 2.34%였다. 미원에스씨는 지난 10월부터 내년 1월까지 26억원을 투입해 자사주 2만주를 추가 취득하겠다고 밝혀 자사주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현재 실상 시장에 풀린 주식은 전체 발행 물량의 23% 수준에 불과하다.
◇ 3세 경영인 초점은 미원홀딩스 통한 '장악력 극대화'
시장에서는 오너십 강화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미원에스씨가 사업을 영위해 창출한 현금 중 일부를 모회사에 배당하면 모회사가 그 재원을 활용해 미원에스씨 지분을 매입함으로써 오너 일가의 그룹 장악력을 끌어올리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미원에스씨가 자사주를 늘리는 것도 결과적으로 오너 일가 우호 지분 확대 효과로 이어진다.
미원홀딩스는 미원에스씨뿐 아니라 동남합성에 대해서도 꾸준히 주식을 매집하고 있다. 미원홀딩스 측은 미원에스씨가 주식소각과 이익소각 등을 통해 주가 부양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소각 규모가 크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하면서 결국 오너일가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간 놀라운 성장성과 경영 안정성을 보이면서 주가도 올랐지만 대주주 지분 확대에 필요한 재원을 다른 사업에 투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점이 많다"면서 "기업의 실적 규모나 사업 현황 등을 두루 봤을 때 배당을 확대하거나 자사주 소각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안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미원그룹은 현재 오너십 3세 전환이 진행 중이다. 김정돈 회장 장남 김태준 미원에스씨 전무는 2017년 미원홀딩스의 개인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섰고 현재 미원홀딩스 이사회뿐 아니라 미원에스씨 이사회에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김태준 전무는 일찌감치 미원에스씨 지분 전량을 매도했지만, 미원홀딩스 지분은 지금도 꾸준히 매입하고 있다.
그룹 오너십 승계는 김태준 전무에게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김정돈 회장이 미원홀딩스를 비롯해 미원상사, 미원에스씨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어 증여 이슈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김정돈 회장의 장녀인 김소영 씨의 경우 현재 미성종합물산 등 그룹 비상장사 지분 상당량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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