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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 리빌딩

인탑스 2세 오너십 구축 관건…이익 터널링 비판도

⑤2020년부터 자사주 꾸준히 매입…오너 일가 우호 지분 50% 육박

이돈섭 기자  2024-11-20 08:00:32

편집자주

기업은 도전에 직면한다. 도전의 양상은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제각각이다. 기업 이사회뿐 아니라 외부 투자자까지 기업 이슈를 지적하는 곳은 많지만, 내외부 의견을 경청해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더벨은 파이낸스와 거버넌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를 목전에 둔 기업 면면을 조명, 기업 변화의 양상을 분석해본다.
코스닥 상장사 전자제품 부품 제조업체 인탑스는 2세 경영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지만 여전히 거버넌스 개편 구조를 마주하고 있다. 창업주 지분을 언제 어떻게 2세 경영인에게 넘길지가 관건인데, 인탑스가 4년째 꾸준히 자사주를 매집하고 있는 모습에도 눈길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증여를 위한 이익 터널링 시도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 액티브 2세 경영 뒤에는 오너십 이전 과제 현안도

1981년 설립된 신영화학공업사를 모태로 삼고 있는 인탑스는 전자제품 부품 제조업체다. 스마트폰 케이스 제조에 주력하면서 냉장고와 세탁기, 자동차 부품 등도 만들어 삼성전자와 현대IHL 등에 납품한다. 2015년부터 올해 9월 현재까지 10여 년간 매년 많게는 1402억원(2022년) 적게는 183억원(2023년)의 영업이익을 꾸준히 내왔다.

안정적인 경영을 바탕으로 인탑스는 상당 규모의 현금을 쌓았다. 지난해 말 인탑스의 현금성자산(기타금융자산 포함)은 총 1693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시기 인탑스의 시가총액이 4644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자기 몸집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자산을 사실상 현금으로 보유했던 셈이다. 인탑스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46% 정도다.

창업주 김재경 인탑스 회장 장남인 김근하 대표 사장이 2008년 회사에 합류한 뒤 연이은 승진을 거쳐 2014년 사장이 돼 2세 경영 체제를 구축한 뒤에는 사업 다각화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미국 유학파 출신 김 사장은 메디컬 디바이스와 로봇 제조 사업과 벤처캐피탈 등으로 회사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올 초에는 부동산도 취득했다.

왼쪽부터 김재경 회장과 김근하 사장 [이미지=인탑스]

하지만 김 대표가 회사 오너십까지 틀어쥔 건 아니다. 현재 인탑스 개인 최대주주는 김재경 회장이다. 올해 77세를 맞은 김 회장 지분은 지난 9월 말 현재 18.21%. 같은 시기 김 대표 지분은 14.24%로 김 대표 개인 회사 플라텔이 가진 3% 지분을 포함한다손 치더라도 김 회장 지분에 못 미친다. 김 회장 주식 증여 이슈는 여전히 유효하다.

김 대표는 그간 김 회장 지분 일부를 증여받고 직접 주식을 사 모으면서 지분을 늘려왔다. 김 회장이 설립한 뒤 인탑스 추가 출자를 통해 몸집이 불어난 플라텔의 지분을 2011년 전량 확보한 뒤에는 이 회사를 통해 인탑스 지분 3%를 매입키도 했다. 플라스틱 제조업체 플라텔은 매출의 3분의 1 정도가 인탑스와 관계사에서 발생한다.

◇ 회삿돈 들여 자사주 꾸준히 매입…주가부양은 글쎄

이런 상황 속에서 인탑스가 회사 자금을 들여 자기주식을 꾸준히 확보하고 있는 모습에도 이목이 쏠린다. 인탑스는 신탁계약을 통해 2020년 20억원을 들여 자기주식 19만여주를 확보한 데 이어 매년 꾸준히 보유 주식량을 확보하고 있다. 10월 말 현재 인탑스가 갖고 있는 자기주식은 130만6297주인데 이는 전체 지분의 7.6%에 해당한다.

인탑스가 2020년 자기주식 취득 계획을 밝히면서 내세운 이유는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였다. 기업이 주주가치 제고을 위해 주식을 매입하는 경우 매입 주식을 소각해 유통 주식량을 줄여 주가 부양 효과를 기대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인탑스의 경우 4년째 자기주식량을 늘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배당에도 이렇다 할 변화는 없었다. 인탑스는 수년간 매년 두 차례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중간배당의 경우 꾸준하게 8억원대 배당금을 책정하고 있는데 결산배당의 경우 해당 사업연도 실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의 경우 결산배당으로 30억원을 배당했는데 이는 전년도 결산배당 99억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이 때문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인탑스의 자사주 매입이 사실상 오너 일가의 우호 지분 확대를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곤 한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인탑스 경영은 굉장히 액티브한 편으로 시장에서 호평을 받지만, 회삿돈을 투입해 자사주를 늘리고 있는 것은 증여를 고려한 이익 터널링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시장 일각에서는 인탑스가 과거 헤르메스 펀드를 포함한 국내외 자산운용사 주식 매집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어 우호 지분을 50% 이상으로 확대한 후 주식 증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한다. 현재 인탑스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돼 있어 이사회가 독립성을 완전히 구축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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