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기업은 도전에 직면한다. 도전의 양상은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제각각이다. 기업 이사회뿐 아니라 외부 투자자까지 기업 이슈를 지적하는 곳은 많지만, 내외부 의견을 경청해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더벨은 파이낸스와 거버넌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를 목전에 둔 기업 면면을 조명, 기업 변화의 양상을 분석해본다.
모토닉은 오랜 기간 '경영이 정체돼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기업이다. 현대차의 1차 벤더로 무차입 기조 기반의 수익을 꾸준히 달성해 상당 규모의 현금을 쌓아 온 모토닉은 올해 3세 경영인 체제를 구축,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진 비즈니스 혹은 거버넌스 차원에서 이렇다 할 변화의 움직임이 관측되곤 있지 않다.
◇ 3세 경영인 등판…'신사업 없고 현금만 상당' 모토닉은 지난 7월 중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고 김희진 전무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김 대표는 36년간 모토닉에서 근무해 온 신현도 대표이사 사장과 공동대표 체제로 모토닉을 경영하게 된다. 올해 2세 경영인인 김영봉 모토닉 회장이 세상을 떠나자 그의 장녀가 바통을 이어받아 경영 전면에 나선 모양새다.
김 대표는 사장 취임과 동시에 개인 최대주주에도 이름을 올렸다. 김 전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 일부를 상속받아 0.03%에 불과했던 지분을 15.03%로 확대했다. 김 전 회장 주식을 동시에 상속받은 여동생 김유진 모토닉 이사(7.50%)와 모친 김혜옥 씨(2.61%) 등 우호 지분을 모두 합치면 25.14%에 달하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1989년생 올해 36세인 김 대표는 2013년 모토닉에 입사해 2022년 임원이 됐고 이듬해 전무로 승진했다. 10년 넘에 모토닉에서 재무 이슈를 다뤄온 만큼 내부 사정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실제 경영 최전선에서 활동한 이력은 전무한 탓에 김 대표 중심의 거버넌스를 완전히 구축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 대표가 마주한 과제도 만만치 않다. 모토닉은 그간 정체돼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수년간 무차입 경영 기조 속 최근 30년간 한 해도 빠짐없이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력 사업 이외 영역에 진출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모토닉은 자동차 연료 시스템과 파워 트레인, 전장 부품 등을 생산해 현대차 등에 납품하고 있다.
지난 6월 현재 모토닉 개별 자산총계는 4964억원으로 이중 현금성 자산(장·단기 금융상품 포함)은 3400억원으로 자산의 68.5%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3일 현재 기준 시총은 2805억원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1배 정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모토닉은 그동안 현금만 많고 경영은 죽어있는 기업의 대명사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 관리에 방점 찍은 이사회…대량 매수 주체 등장 가능성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임 대표 등장에 시장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오너십 승계 이슈가 남아있는데 보유 현금이 막대한 경우 기업 인수·합병 등을 통해 후계 구도 주춧돌을 마련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모토닉은 승계 이슈가 마무리됐고 자원 활용에 대한 이슈만 남아있다. 꾸준한 배당을 기반으로 상속세 이슈도 대부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관리에 방점을 둔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볼만한 여지가 남아있을 뿐, 이렇다 할 움직임은 관찰되고 있지 않다. 모토닉은 김 대표 선임 시 13년간 모토닉 관리본부장 등을 역임한 신세진 전 전무를 사외이사로 추가 선임, 이사진을 4명에서 5명으로 확대했다. 신 전 전무 기용은 경영 관리 능력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기존 사외이사로 일하고 있던 양창무 이사 역시 오너 일가가 소속된 대성그룹에서 오랜 기간 근무해 온 인사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자산 규모가 천억원 단위의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대부분 사추위 등을 갖추지 않고 있어 대표 주도로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사외이사 면면을 통해 경영 기조를 엿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김 대표와 일가족 지분이 25% 이상이라고 하지만 친인척간 경영권 다툼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 전 회장의 동생인 김영목 전 이사는 지분 13.09%를 보유하고 있고, 김 전 회장의 형이자 김 대표의 숙부인 김영준 씨의 세 자녀인 김세민 김성민 김효진 씨는 각각 지분 0.19%씩 총 0.57%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모토닉의 주가는 주당 8500원이다. 2014년 한 때 1만8000원대에 오르기도 했지만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가 올 들어 현 주가 수준을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다. 현 수준 PBR(0.41배)이 계속 이어질 경우 대량 저가 매수 주체 등장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은 9.0배로 동일업종 PER 6.6배를 상당폭 웃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