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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 리빌딩

부상하는 3세 체제…대원산업 저평가 둘러싼 논란

④현대·기아차 시트 납품 사업 안정적, 주가 관리 미진에 '불만' 목소리

이돈섭 기자  2024-11-15 15:58:59

편집자주

기업은 도전에 직면한다. 도전의 양상은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제각각이다. 기업 이사회뿐 아니라 외부 투자자까지 기업 이슈를 지적하는 곳은 많지만, 내외부 의견을 경청해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더벨은 파이낸스와 거버넌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를 목전에 둔 기업 면면을 조명, 기업 변화의 양상을 분석해본다.
초우량 자동차 부품업체 대원산업도 조만간 거버넌스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원산업 계열사에서 꾸준히 몸집을 불려 온 3세 경영인 중심으로 지분 증여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꾸준한 사업으로 대량의 현금을 쌓아온 대원산업이 지배구조 개편으로 만성적 저평가 논란을 넘어설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대원산업 창업주 적통 허선호 전무의 지분 매집

허선호 대원산업 전무는 지난달 허수열 명예회장으로부터 대원산업 주식 19만7593주를 증여받았다. 이에 따라 허 전무 지분은 2.61%에서 3.59%로 확대했다. 허 전무는 허재건 대원산업 대표이사 회장의 장남이자 창업주 허수열 명예회장의 증손자다. 1984년생 미국 시민권자인 허 전무는 대원산업 연구소에서 기술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허 전무의 지분은 촌수가 같은 친인척 가운데 가장 앞서고 있지만 아직 선친들을 대신하기엔 한참 모자란 것이 사실이다. 현재 대원산업 개인 최대주주는 지난 6월 말 현재 지분 16.54%를 갖고 있는 허재건 회장이다. 허 전무에게 주식을 증여한 허 명예회장 역시 올해 100세 나이에도 여전히 2.5% 남짓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원산업 R&D 센터. [이미지=대원산업 홈페이지]
대원산업 현재 주주구성만을 보면 오너십 대물림은 요원해 보이지만 대원산업 계열사 현황을 두루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오히려 그동안 승계 밑그림을 꾸준히 그려왔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거버넌스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 힌트는 허 회장과 대원산업 등이 1999년 공동 출자해 설립한 옥천산업의 오너십 변화 과정에서 살펴볼 수 있다.

옥천산업은 자동차 시트 프레등을 제조해 판매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작년 한 해 매출 1122억원의 83%(933억원)가 대원산업을 비롯해 대원산업 산하 해외법인 사이 거래를 통해 발생했다. 지난해 말 자산 규모는 427억원. 허 전무 측은 2020년 전후 허 회장과 대원산업 보유 지분을 매수, 옥천산업 오너십과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대원산업과 그 관계사에서 벌어들여 온 수익은 허 전무가 향후 선친들이 보유한 주식을 증여받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될 개연성이 크다. 옥천산업은 허 전무를 주주로 맞기 직전인 2019년 대원산업 주식 27만여주(약 8.22%)를 매입키도 했는데, 이는 향후 허 전무의 대원산업 지배력을 끌어올리는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

◇ 기업 저평가 이슈에 오너가 소액주주 간 이견 뚜렷

시장에서는 오너십 대물림 이슈를 중심에 놓으면 대원산업이 그동안 주가 관리에 비교적 소홀했던 이유를 알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원산업은 자동차 시트를 제조해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는 사업으로 오랜 기간 100억원대 영업이익을 꾸준히 달성해 왔다. 꾸준한 흑자로 회사 내 쌓인 현금 규모는 이미 시가총액을 뛰어넘었다.

지난 9월 말 현재 대원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연결기준, 단기금융상품 포함)은 3085억원, 같은 시기 자산총액 6481억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일 뿐 아니라 시가총액 1174억원의 3배에 달하는 사이즈다. 대원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6배로 금융투자업계 내에서는 오랜 기간 국내 초저평가 대표적 기업으로 통용돼 왔다.


대원산업은 최근 10년간 보통주 한 주당 많게는 175원 적게는 100원씩 배당을 실시하며 순이익의 10% 남짓을 주주에 환원했는데 시장에서는 기업 실적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과거 국내외 펀드들이 지분을 5% 이상 대량 매집해 주주가치 제고에 관여하려고 한 것 역시 이러한 시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오너십 대물림 과제를 목전에 둔 경우 오너가 입장에서는 기업 주가를 낮은 상태로 유지함으로써 증여 비용 부담을 덜으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도 "일반 주주 입장에서는 기업 저평가 해소를 통해 주가가 오르기를 바라기 때문에 오너가와 소액주주 간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원산업은 오너가와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거버넌스도 사실상 갖추지 못한 상태다. 대원산업 이사회는 3명의 사내이사와 1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허재건 회장과 허재명 사장, 김재덕 전무 등 오너가와 경영진이 등기이사 자리의 4분의 3을 꿰차고 있어 사외이사가 이견을 내더라도 오너가의 의견을 그대로 관철시킬 수 있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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