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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 리빌딩

승계 작업 막바지…케이씨 2세 지배력 '안정권'

⑦자사주 확대 및 추가 증여 물량 주가 상승 장애물 지적도

이돈섭 기자  2024-11-28 09:13:35

편집자주

기업은 도전에 직면한다. 도전의 양상은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제각각이다. 기업 이사회뿐 아니라 외부 투자자까지 기업 이슈를 지적하는 곳은 많지만, 내외부 의견을 경청해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더벨은 파이낸스와 거버넌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를 목전에 둔 기업 면면을 조명, 기업 변화의 양상을 분석해본다.
코스피 상장사 케이씨는 오너십과 경영 승계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창업주 지배력이 2세 경영인에게 대부분 이동했지만 지분 증여분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케이씨가 주가 부양에 소극적일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하곤 한다. 오너 일가가 주도하고 있는 이사회를 개편해 감시 견제 기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 성실한 승계 작업 끝 2세 지배력 완성 단계

1987년 설립된 케이씨텍를 모태로 삼고 있는 케이씨는 반도체 장비와 소재 생산에 주력하는 업체다. 일본 업체 기술 제휴를 통해 성장한 이 회사는 2017년 인적분할로 관련 사업부문을 떼내는 과정에서 지금의 사명을 갖게 됐다. SK하이닉스 등을 고객사로 꾸준한 실적을 달성해 온 케이씨는 최근 8년 사이 매년 평균 930억원 순이익을 내왔다.

회사 경영이 상당히 안정적임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기업 가치를 완전히 반영하고 있지는 못하다. 27일 종가 기준 케이씨 주가는 1만7560원.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배에 불과해 저평가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1997년 상장 이후 지난해까지 29년 연속 결산배당을 실시했지만,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등 추가 노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기업 저평가 원인은 다양하지만, 케이씨의 경우 오너십 승계가 자주 입에 오르내린다. 창업주 고석태 회장은 2019년 장남 고상걸 당시 케이씨 사장에게 케이씨와 케이씨텍 지분 일부를 증여하기 시작했고, 고 사장 역시 추가 수증과 장내 매수 등을 통해 지분을 확대하면서 지난 9월 케이씨 보유 지분을 26.37%까지 늘려 최대주주 자리를 꿰찼다.

[이미지=케이씨 홈페이지]
표면적으로 보면 회사 오너십 승계가 2019년 시작된 것처럼 보이지만 고 회장의 승계 작업은 그 이전부터 착수된 것으로 보인다. 고 회장이 지배력을 행사하던 시절의 케이씨는 2008년 산하 비상장 기업들과 함께 케이씨티앤에스(현 케이인더스트리얼)를 설립, 2010년 전후 장남으로 하여금 해당 계열사 지분을 양도케 한 것이 대표적이다.

서울과학고와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콜드스프링하버 연구소 신경과학 분야 박사 학위를 취득한 고상걸 씨는 2015년 케이씨에 합류, 매년 승진을 거듭하다가 2021년 대표 자리에 올랐다. 케이씨 본격 합류 직후인 2016년에는 케이씨 주력 계열사 중 한 곳인 케이피씨(현 케이씨이노베이션) 일본 주주의 지분 일부를 매입키도 했다.

◇ 자사주 확대와 추가 증여 시도, 주가 부양 장애물 될까

고석태 회장은 차녀 고유현 씨를 위한 발판 마련도 준비했다. 고유현 씨는 현재 케이씨가 2022년 출자해 설립한 신기술사업투자사 케이씨투자파트너스에 합류해 현재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케이씨투자파트너스는 케이씨가 그룹 사업 다각화를 위해 100% 출자해 세운 신기술금융사로 그간 콘텐츠 사업 영역 스타트업 투자에 주력해 왔다.

고유현 팀장도 고상걸 대표와 마찬가지로 부친의 지분을 증여받아 케이씨를 비롯해 케이씨텍, 케이씨이노베이션 등 핵심 계열사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재 고 회장이 케이씨 지분 7.48%를 비롯해 엔지니어링 계열사 케이씨이앤씨 지분 29.86% 등을 직접 보유하고 있어 향후 부친 지분을 추가 수증해 지분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시장 일각에서는 케이씨 저평가 상태가 꾸준히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곤 한다. 케이씨가 인적분할 이후 자사주 물량을 확대하고 있는 데다, 고석 회장과 그의 아내 오희복 씨 보유 지분 증여 과정에서 발생하는 증여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회사 주가를 일정 수준 범위 안에서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케이씨 이사회가 사내이사 6명과 사외이사 2명으로 구성돼 있어 외부 전문가의 집행부 감시 기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케이씨의 개별 기준 현금성자산(금융기관예치금 포함) 규모는 1955억원인데, 이는 같은 시기 시총의 70%에 해당하는 규모이기도 하다. 같은 시 케이시의 개별 자산총계은 6401억원이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케이씨는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산업 업체 중 저평가 상위 기업"이라면서도 "승계 작업이 진행 중인 기업의 경우 시장 특성상 오너 일가와 소액주주 간 이해관계가 같을 수 없어 주주 간 마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2011년 국내 펀드가 케이씨 주식을 집중 매집해 영향력을 행사한 이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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