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를 구성하는 건 사람이다. 어떤 이사를 영입하느냐에 따라 이사회 역량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사회 역량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다. 더벨은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멤버들 간 네트워크를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 어떤 요소들이 기업 이사회에 잠재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본다.
기업 이사회에는 외국 대학 졸업생들도 다수 진출해 있다. 외국 대학 졸업생은 그들만의 유학 경험을 공유하면서 유대감이 돈독한 편이다. 하버드대도 마찬가지다. 하버드대에서 학위를 취득한 인사들이 속속 기업에 기용되면서 그 네트워크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책학을 전공한 고위 공직자 출신과 로스쿨을 졸업한 법조계 인사가 대표적이다.
◇ 전체 이사진 0.5% 희귀성…케네디스쿨 네트워크 탄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의무 법인 3062곳이 제출한 올 상반기 말 반기보고서를 종합한 결과 해당 기업 이사회 멤버 중 미국 하버드대에서 학위를 취득했거나 박사후 연구원 및 방문교수 등 활동 내용 등을 기재한 이사진은 총 99명이었다. 해당 법인 등기이사가 모두 1만8123명임을 감안하면 전체의 0.5%가 하버드대 경험을 이력으로 내세운 셈이다.
구체적으로는 하버드대에서 학위를 마친 이사(수료 제외)가 모두 76명이었다. 석사 학위를 취득한 이사가 52명으로 학·석·박사 중 가장 많았고 학사 학위자가 9명, 박사 학위 자가 15명이었다. 학석사 혹은 석박사 등 2개 이상 학위를 취득한 인원은 6명이었다. 박사후 연구과정이나 각종 프로그램 등 비학위 과정을 거친 인원은 23명이었다.
하버드대 학위 취득자는 '하버드 클럽 오브 코리아'라는 동문회 중심으로 수시 모임을 갖는데 특히 케네디스쿨 공공정책대학원 졸업생 사이 유대감이 끈끈하다는 후문이다. 한 하버드대 졸업생은 "아무래도 같은 업종 종사자 간 유대감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케네디스쿨 졸업생의 경우 공직에 있는 경우가 많아 교류가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조사대상 법인 이사진 중 케네디스쿨을 졸업한 이는 8명으로 모두 사외이사다. 고용노동부 장관과 기획재정부 장관을 역임한 한국앤컴퍼니의 박재완 사외이사를 비롯해 에스엘 이현승, 디아이 송휘국, 씨티케이 황종규, 삼양홀딩스 이용모, 아이티엠반도체 양병수, 호텔신라 김준기, 키움캐피탈 김병기 등으로 상당수가 공직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이현승 이사(1966년생)와 이용모(1964년생), 양병수(1965년생), 김준기 이사(1965년생)의 경우 올해 예순 안팎으로 연배가 비슷한 점도 눈에 띈다. 이현승 이사는 재경부 서기관 출신으로 KB자산운용 대표 등으로 일했고 양병수 이사는 대전지방국세청장 등으로 일했다. 김준기 이사와 이용모 이사는 각각 서울대와 건국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 로스쿨 출신 법조계 현직 활발…MBA 취득자도 활약
하버드대에서 가장 많은 국내 이사를 배출한 곳은 로스쿨이다. 지난해 상반기 말 로스쿨을 졸업한 사외이사는 모두 24명이다. 하버드대 로스쿨 졸업생 출신 이사들은 대부분 법조계에서 현직으로 일하고 있다. 구체적인 면면을 보면 변호사 라이선스 보유자 16명을 비롯해 경영진 및 연구원 출신이 3명, 대학교수 3명, 공인회계사가 2명이었다.
현직 변호사 사외이사 면면을 보면 법무법인 태평양과 김&장 법률사무소 등 대형 로펌 변호사가 여럿 있었다. 태평양에는 김희관 한솔제지 사외이사와 한이봉 현대코퍼레이션 사외이사, 김&장에는 한상욱 오상헬스케어 사외이사와 이준호 두산에너빌리티 사외이사가 대표적이다. 법무법인 세종은 현직 1명과 전직 1명이 이사회에 있다.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이사진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인 장승화 현대자동차·제일기획 사외이사와 송옥렬 효성화학 사외이사를 비롯해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한애라 SK하이닉스 사외이사 등이 있었다. 장승화 사외이사는 과거 포스코홀딩스와 LG, 송옥렬 사외이사는 과거 금호석유화학과 국민은행 등에서 일했다.
경영학 학위 취득자도 적지 않다. 하버드대 경영학 학위를 딴 이사는 18명. 현재 쌍용씨앤이와 남양유업, 케이카 등 이사회에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윤여을 한앤컴퍼니 회장을 비롯해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를 역임한 제임스김 현대모비스 사외이사, 여성 웰니스 글로벌 기업 라엘을 창업한 백양희 사외이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SK디앤디 김경민 사외이사와 신세계인터내셔날 김경은 본부장 등은 건축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두 이사는 모두 1972년생으로 동년배이기도 하다. 한편 이사회 밖의 미등기 임원 중에도 하버드대와 인연을 맺은 인물이 17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SK그룹의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세아그룹의 김수진 이사 등이 대표적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