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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파이낸셜 스토리

직방 R&D 지출확대, 프롭테크 기업 진화 '큰 그림'

③5년새 경상연구개발비 '60억→200억', 스마트홈·가상오피스 투트랙 개량

박동우 기자  2023-05-22 14:43:17

편집자주

'유니콘(unicorn)'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를 뜻한다. 현재 국내에는 23곳의 유니콘 기업이 포진해 있다.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혁신적 사업 아이템만 있었던 건 아니다. 자금을 확보하고 비용을 제어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분투도 유니콘 기업의 성공 신화를 뒷받침했다. THE CFO는 국내 유니콘 기업의 재무 구조와 CFO 면면을 살펴본다.
매물 중개 플랫폼으로 시장입지를 굳힌 직방은 '프롭테크'(정보기술을 융합한 부동산 서비스) 기업으로 진화하는 큰 그림을 그렸다. 연구·개발(R&D) 지출이 꾸준히 확대된 배경과 맞닿아 있다. 5년새 경상연구개발비가 6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3배 넘게 불어났다.

지난해 매출의 25%를 기술 연구 비용으로 집행했다. 스마트홈 제품과 가상오피스 플랫폼 개량에 공들이며 R&D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부동산 밸류체인 전반으로 수익 창출원을 넓히고 밸류에이션 상향에 기여하는 취지가 반영됐다

◇'공간기술' 테마, 매출대비 '25%' 집행

직방이 첨단기술에 관심을 둔 건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영진은 모바일 플랫폼 이용자 편의를 증진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가상현실(VR) 기술에 특화된 스타트업 '큐픽스'를 겨냥해 15억원을 투자하고 협업을 거쳐 'VR홈투어' 서비스를 내놓은 배경이기도 하다. 이용자들이 매물 현장에 가지 않더라도 스마트폰으로 집안을 살필 수 있는 이점을 염두에 뒀다.

'공간 기술'을 연결고리로 R&D를 이어가는 방향을 설정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생활 환경에서 불편한 요소를 제거해 고객의 효용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취지가 반영됐다. 매물 중개 플랫폼 운영에 국한하지 않고 수익 창출원을 주거 산업 밸류체인 전반으로 확장하는 구상과 맞물렸다.

책정되는 밸류에이션의 당위성을 확립하는 차원에서도 첨단기술을 연구하는 기업을 어필하는 건 유효한 접근법이었다. 그동안 직방은 유상증자를 잇달아 실시하면서 벤처캐피탈의 자금을 끌어들여 사업 외연을 넓힐 수 있었다.

벤처 투자사들이 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자금을 집행하는 만큼 직방 경영진은 부동산과 정보기술(IT)을 융합한 '프롭테크' 발전 기조를 적극 어필했다. 덕분에 자금 조달 과정에서 직방의 기업가치는 2019년 7000억원을 돌파했고 지난해 2조5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직방은 R&D 강화 기조에 부응해 영업수익(매출) 대비 경상연구개발비 비중을 끌어올렸다. 2017년 14.2%를 시현하면서 처음으로 10%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24.7%로 나타났다. 5년새 10.5%포인트(p) 오른 수치다.

경상연구개발비 규모도 해마다 증가했다. 2015년 7억원에 불과했으나 △2017년 49억원 △2019년 63억원 △2021년 153억원 등으로 꾸준히 확대됐다. 2022년에는 218억원을 기록했는데 1년 전보다 42.5% 늘어난 금액이다.

◇'개발직군 인건비' 좌우,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양대축

최근 5년 동안 연구개발비의 전년대비 증가율이 단연 높았던 해는 2021년으로 93.7%였다. 연구진 충원을 둘러싼 인건비를 예년보다 많이 투입한 대목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그해 직방 경영진은 개발 직군을 충원하면서 업계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인 초봉 8000만원을 책정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현재 직방이 연구개발비를 집행하는 지향점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두 갈래로 나눠 공간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맞췄다. 하드웨어는 디지털 도어록, 월패드 등 스마트홈 제품의 개량과 맞물렸다.

지난해 7월에 966억원을 들여 삼성SDS 홈IoT 사업을 인수한 뒤부터 하드웨어 R&D가 궤도에 올랐다.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실내 가전제품을 원격으로 조정하는 등 주거 환경 제어에 초점을 맞췄다. 스마트폰 접촉만으로 현관문을 여는 방식을 구현하는 등 도어록 신제품도 선보였다.


소프트웨어 연구는 '가상 오피스'에 방점을 찍었다. 기업 사무실을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구현하는 게 핵심이다. 2021년에 직방이 '메타폴리스'라는 가상 공간을 자체 구축하면서 첫 발을 뗐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오프라인 사무실 출입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면서 자사 원격 근무 용도로 시범 도입했다.

메타폴리스의 실용성을 눈여겨본 여타 기업들이 메타폴리스 플랫폼을 활용해 원격 근무를 시행했다. 아워홈, AIF 등 20곳 넘는 회사를 끌어들이는 성과를 얻었다. 직방 경영진은 비대면 기반의 업무 양식이 계속 확산할 것으로 내다보고 사업 확장에 시동을 걸었다.

메타폴리스를 '소마(Soma)'라는 플랫폼으로 개편한 배경과 맞물렸다. 직방은 2022년 4월에 6억원을 출자해 미국 법인 '소마 디벨롭먼트(Soma Development)'를 설립했다. 내수 영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 포진한 기업들을 공략하는 거점으로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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