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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CFO

'서브원 CFO 출신' 차동석 사장, 오너 일가의 '해결사'

⑤사회 눈총 받던 회사에 2014년 사내이사 부임, 구광모 회장 체제 후 개편 주도

박기수 기자  2024-10-22 15:56:37

편집자주

CFO를 단순히 금고지기 역할로 규정했던 과거 대비 오늘날의 CFO는 다방면의 역량을 요구 받는다. CEO를 보좌하는 역할을 넘어 견제하기도 하며 때로는 CEO 승진의 관문이 되기도 한다. 각 그룹마다 차지하는 CFO의 위상과 영향력도 상이하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영향력과 존재감 대비 그리 조명 받는 인물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용한 자리에서 기업의 안방 살림을 책임지는 이들의 커리어를 THE CFO가 추적한다.
차동석 LG화학 사장은 임원 승진 후 LG화학 정도경영TFT(태스크포스팀)를 맡다가 2014년부터 한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됐다. LG의 100% 자회사인 '서브원'이었다. 하필 왜 서브원이었을까. 서브원이라는 기업의 특징을 살펴보면 그 배경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리스크 투성이'였던 서브원 CFO로 부임

서브원은 LG그룹의 MRO사업을 맡던 기업이다. 'M(Maintenance)', 'R(Repair)', 'O(Operating)'의 합성어인 MRO는 기업이 생산활동을 위해 구매하는 원재료를 제외하고 설비와 시설물 유지·보수에 필요한 물품과 사무용품·청소용품 등 각종 소모성 자재를 취급하는 사업이다. 복사용지, 프린터 토너, 필기구 등 사무용품도 서브원이 유통했다.

2000년대 중반 '특혜 논란'이 있었던 곤지암리조트 사업을 이끌기도 했던 서브원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덩치를 급격하게 늘려가면서 2010년대 초반 결국 비판에 직면했다. 당시 재계의 화두 중 하나는 대·중소기업의 '동반 성장'이었다. 2005년 매출 9000억원대를 기록하던 서브원이 2010년에는 3조5000억원대로 폭발 성장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늘렸던 서브원은 반대급부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원성을 샀다.


폭발적 매출 증가의 원인은 내부 일감의 증가다. 당시 서브원 매출의 절반 이상은 모두 계열사로부터 발생했다. 하청업체들도 서브원의 제품을 이용했다고 전해진다. 여기에 서브원은 2004년부터 옛 LG그룹 오너였던 고(故) 구본무 회장이 서브원의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었다. LG 외 매년 현금 연봉을 수령해가는 '알짜' 회사였던 셈이다.

오너의 대표이사 부임, 상생 논란, 일감 몰아주기 등 서브원을 향한 시선은 점차 따가워졌다. 마침 당시 같은 대기업집단인 삼성과 한화, SK, 포스코 등은 정부와 사회의 요구에 따라 MRO 사업에서 철수하는 모습을 보여 더욱 효과가 대비됐다. 결국 2012년 구본무 전 회장은 서브원의 대표에서 물러났다.

2014년 차 사장(사진)은 CFO 사내이사로 서브원에 부임했지만 부임 이후 서브원 내 큰 변화는 없었다. 내부거래 비중을 70%대 안팎으로 유지하면서 오히려 매출을 더 불렸다. 2018년 서브원의 별도 매출만 5조2973억원이었다. 서브원은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입의 예시로 불렸고 LG의 100% 자회사인 탓에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오너의 사익 편취 대상으로도 여겨졌다.

◇구광모 회장 부임, 서브원 변화 주도한 '해결사'

서브원의 변화가 시작된 것은 LG그룹에 새로운 리더십이 자리잡으면서다. 2018년 중순 회장으로 취임한 구광모 회장 체제에서 서브원은 더 이상 변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회사였다. 화두로 떠오르던 'ESG경영'에 반하는 이미지인 탓에 구 회장도 서브원에 대해 미련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당해 말 서브원은 곧바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CFO였던 차 사장이 일조했다. 2018년 말 서브원은 MRO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하고 이듬해 5월 지분 60.1%를 홍콩계 사모펀드인 어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6041억원에 매각했다. 간접 지배지만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확 낮춤으로써 구광모 회장의 리스크를 경감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2019년 3월에는 MRO사업 외 서브원의 한 축이었던 건설사업 관리(Construction Management, CM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했다. CM사업에 대한 매각은 없었지만 추후 건설사업과 건물 관리(FM, Facility Management) 사업 분할 후 매각 작업 등 현 '디앤오'의 탄생에 기반이 되는 작업도 차 사장이 관할했다.

차 사장은 2019년 9월 인사로 LG화학 CFO로 부임했다. 기존 LG화학 CFO였던 정호영 사장이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로 이동하면서 그 자리에 차 사장이 앉은 것이다. 서브원에서의 차 사장이 오너들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았기에 이뤄졌던 인사였다는 평가다.

현재 디앤오는 옛 서브원 시절 주축 사업이었던 MRO와 FM, 건설 사업의 지분을 대거 팔고 간접적인 경영권만 행사하고 있다. 이외 자산관리(AM)과 레저, CM사업만 직접 경영하면서 외형이 전보다 크게 줄었다. 그만큼 오너가 받을 수 있는 비판도 줄고 사회적 리스크도 줄었다는 뜻이다. 작년 디앤오의 별도 매출은 2108억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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