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LG의 CFO

지금의 하범종 사장은 어떤 코스를 걸어왔나

①고려대 경영 87학번, 94년 입사·2003년 LG화학으로…2010년 말 상무 승진

박기수 기자  2024-10-14 07:19:36

편집자주

CFO를 단순히 금고지기 역할로 규정했던 과거 대비 오늘날의 CFO는 다방면의 역량을 요구 받는다. CEO를 보좌하는 역할을 넘어 견제하기도 하며 때로는 CEO 승진의 관문이 되기도 한다. 각 그룹마다 차지하는 CFO의 위상과 영향력도 상이하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영향력과 존재감 대비 그리 조명 받는 인물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용한 자리에서 기업의 안방 살림을 책임지는 이들의 커리어를 THE CFO가 추적한다.
LG그룹 지주사의 재경팀장들은 한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조달과 투자자 관계(IR), 전사 리스크 관리, 재무전략 총괄 등 통상의 CFO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오너의 '비서' 역할을 한다. 오너의 지분과 재산을 관리하는 이들은 항상 이사회에도 한 자리를 차지해왔다. 업계와 그룹을 관통하는 통찰과 관록은 물론 총수의 두터운 신임이 있어야 하는 자리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항상 조명 밖에 있다. 카메라 앞에 서거나 연단에 서서 주목받지 않는다. 그들의 공은 오너,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에 돌아간다. 조용한 자리에서 구 씨 집안의 참모 역할을 담당하는 이들은 LG그룹을 움직이고 이끌어온 주요 인물들이다. CEO와 COO를 보좌하며 때로는 견제 역할을 한다. 이는 CFO의 역할을 재계 어느 기업집단보다 강조하는 LG 고유의 경영 관습과 연관이 깊다.

이 역할을 수행해 왔던 인물들은 LG그룹 내 '네임밸류'가 상당한 굵직하다. 35년 이상 LG그룹에 재직했던 정도현 전 LG전자 사장, 이혁주 전 LG유플러스 부사장, 김홍기 전 LG생활건강 부사장 등이 있다. 이들이 보좌했던 COO들의 이름들도 화려하다. 강유식 부회장, 조준호 사장, 하현회 부회장, 권영수 부회장 등 재계에서 이름만 대도 아는 인물들이다.

올해 회장 6년 차인 구광모 회장 체제 하에 이 역할을 맡는 인물은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 사진)이다. 몇 년 전까지 타이틀이 '재경팀장'이었던 하 사장은 2022년부터 경영지원부문장 '겸' 재경팀장을 맡더니 작년부터는 이남준 전무에게 재경팀장 역할을 떼어주고 경영지원부문장이라는 단독 타이틀을 달았다.

그렇기에 그를 단순히 'LG의 CFO'라고 부르기에는 CFO라는 타이틀의 그릇이 작다. 하 사장은 앞서 언급한 통상의 CFO 역할을 넘어 법무·준법지원·ESG 등 지주사 전반적인 경영지원 업무를 총괄한다. 또 6년차 젊은 오너 경영인인 구 회장을 보좌해 지주사 운영과 그룹 경영에 헌신하는 것이 그의 과거이자 현재다.

하 사장은 1968년 7월생으로 올해 한국 나이로 57세로 고려대 경영학 87학번이다. 그의 LG그룹 입사는 지금은 LX그룹으로 계열 분리된 LG상사(현 LX인터내셔널)였다. 1994년의 일이다. 이후 9년 뒤인 2003년부터 그룹의 모태이자 핵심 계열사인 LG화학으로 이동한다.

당시 LG화학은 현재처럼 재무 이슈가 산적해 있었다. 당시의 LG화학은 지금은 철수한 LCD유리기판 사업을 신사업으로 낙점하고 투자를 늘리고 있던 시기였다. 이외 국내·외 석유화학 시설 투자와 더불어 LG대산유화 합병, LG석유화학 합병, LG하우시스 분할 등 굵직한 재무 이벤트들이 있었던 때였다.

재무부서에 있던 하 사장은 직원 시절 관련 실무에서 기여하며 사내 평판을 쌓았다. 당시 LG화학은 노기호 사장과 강유식 부회장, 조석제 CFO 등 LG그룹의 '전설'들이 이사회에 있던 시절이다. 뿐만 아니라 박진수 전 LG화학 부회장, 김명환 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김종현 전 LG에너지솔루션 사장(현 DL 부회장), 손옥동 전 LG화학 사장 등도 LG화학의 미등기임원진에 이름을 올렸다.

2003년부터 8년 동안 LG화학에서 실무를 담당하며 경력을 쌓고 C레벨들의 신임을 얻은 하 사장은 2010년 12월 LG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한다.

어닝 서프라이즈로 호실적을 누리고 있던 시기였던 2010년 당시 CEO는 김반석 부회장, CFO는 여전히 조석제 사장이었다. LG의 COO였던 강유식 부회장도 비상근 이사였다. 현 디앤오의 대표이사인 이동언 사장은 당시 LG화학의 금융담당 상무였다.

하 사장은 2010년 말 임원 승진 후 줄곧 LG화학의 재무관리담당을 맡았다. 그와 가장 연관이 있었던 인물은 임기 내내 CFO였던 조석제 사장이다. 임원 승진 등 지금의 하 사장을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친 주요 인물 중 한 명도 조 전 사장이다. 하 사장은 2012년에는 잠시 정도경영 TFT에 소속됐는데 이 때 같이 소속됐던 인물이 현 LG화학 CFO 겸 CRO인 차동석 사장이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