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범종 사장이 2015년 LG로 전입된 후 맡은 임무는 줄곧 재경 업무였다. 2018년까지 당시 LG 재경팀장이었던 김홍기 전 부사장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하 사장은 구광모 회장 체제가 본격적으로 출범한 2019년부터 사내이사 부임과 함께 재경팀장으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재경임원을 거쳐 재경팀장, 현재의 경영지원부문장 시기까지 발생했던 LG의 재무 이슈들은 대부분 오너들과 관련된 이슈거나 LG가 보유했던 자산을 매각하는 사건들이었다.
오너의 지분 등 자산 관리 업무를 맡는 지주사의 재경임원답게 하 사장은 재경임원 당시부터 구광모 회장의 지분 관리 업무를 담당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2012년 국내 복귀 이후 꾸준히 LG 지분을 늘리고 있었던 구 회장은 2015년 5월 말 LG 지분 7만주 매입에 이어 2016년 12월 고모부인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으로부터 LG 지분 35만주를 증여 받았다.
이후 2018년 11월 고 구본무 회장으로부터 LG 주식 1512만2169주를 상속받았다. 2020년 6월에는 고 구자경 명예회장으로부터 LG 주식 164만8887주를 상속받기도 했다.
자산매각은 다방면으로 이뤄졌다. 2017년 8월 LG실트론(현 SK실트론)을 6200억원에 SK로 매각한 것이 대표적이다. 반도체용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하는 LG실트론은 그룹내 핵심 사업과 업무 연관성이 적다는 이유로 비주력 자산으로 분류됐었다. 또 지속적인 설비 투자가 필요한 산업 특성 상 투자 부담이 이어진다는 점도 고려됐다.
2017년 말에는 디스플레이 구동칩 후공정 회사인 '루셈' 지분 전량(68%)을 LB세미콘에 750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비주력 사업으로 분류된 자산들에 대한 유동화가 이뤄졌던 시기다.
루셈 매각이 이뤄지기 전 LG는 구 씨 회장 일가가 보유하고 있었던 LG상사(현 LX인터내셔널)의 지분을 전량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LG상사는 구본준 LX그룹 회장과 故 구본무 전 회장, 구광모 회장이 각각 지분 3.01%, 2.51%, 2.11%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외 오너 일가들 도 개인적으로 지분을 보유해 특수관계자 지분이 27.28%이었다. 이 지분을 LG가 인수하면서 2967억원의 현금을 지출했다.
2018년 8월에는 글로벌 헤드램프 기업인 ZKW를 인수했다. LG전자가 70%를 인수하고 LG가 30%를 인수하는 구조였다. LG는 4219억원을 지출했다. LG전자의 인수 과정에 LG가 자금 지원군으로 나선 셈이었다.
2019년에는 다시 매각 이슈가 있었다. LG CNS 보유 지분 85% 중 35%를 팔기로 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면서 LG는 CNS 지분을 팔아 선제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이듬해 LG는 LG CNS의 지분 35%를 맥쿼리코리아 오퍼튜니티즈 사모투자합자회사 제5호가 설립한 SPC인 '크리스탈코리아 유한회사'에 1조19억원에 팔았다.
2021년에는 LX그룹과의 계열 분리가 있었다. 구광모 회장 체제가 자리잡고 구본준 회장이 계열분리에 나서면서 LX인터내셔널과 LX세미콘, LX하우시스 등이 LX그룹으로 분리됐다.
계열사 지분 취득도 이뤄졌다. 이는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2020년 LG는 LG유플러스 주식 704만5598주를 900억원에 취득했다. 올해 8월에는 LG전자와 LG화학의 지분 매입에 총 5000억원을 쓰기로 결정했다.
하 사장이 재경팀장으로 부임한 2019년 이후 LG는 LG CNS 지분 매각으로 취득한 대규모 현금 덕에 매년 1조원 이상의 현금성자산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LG의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은 1조3725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