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한 때 배당을 성실하게 하는 주주친화적인 기업으로 꼽혔다. 하지만 두 회사는 최근 3년간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연속적으로 기록한 탓에 배당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두 회사 모두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모두투어는 부동산 투자 자회사의 배당을 통해 꾸준히 곳간을 채워왔다. 하나투어는 올해 실적 회복과 함께 배당절차 개선에 나선 만큼 배당을 재개에 할 것으로 전망된다.
◇ ‘3년 무배당’ 모두투어, 자회사로부터 ‘현금 수혈’ 모두투어는 코로나19 이전까지 꾸준히 배당을 실시해왔다. 2005년 코스닥 상장 이후 매년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보이며 꾸준히 성장했고 그 기간 지속적으로 배당금을 늘려 주주에게 수익을 환원했다.
이같은 정책은 모두투어의 사업보고서에도 명시되어 있다. 사업보고서에는 “매 사업연도 종료 후 상법상 배당가능이익의 범위 내에서 배당을 결정하고 있다”며 “별도 당기순이익의 35% 이상의 배당성향을 유지하는 현금 배당정책을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지속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모두투어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2017년 총 82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이후 2018년과 2019년 잇따라 매출이 감소해 배당총액은 63억원, 21억원으로 줄었다. 해외여행 트렌드 변화로 패키지 여행 수요가 감소하고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등으로 반일감정이 고조돼 일본 여행객이 줄어 당기순이익에 타격을 입었다.
그러던 중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하늘길이 꽁꽁 얼어붙었고 모두투어는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갔다. 이에 매출액은 전년 2932억원에서 542억원으로 뚝 떨어졌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로 돌아서자 배당정책은 무배당으로 바뀌었다. 2020년 한 해 순손실 규모가 647억원에 달해 배당을 실시할 여력이 없었다. 이듬해 14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긴 했지만 이는 손상차손 환입과 법인세비용 차감 전 계속사업 손익에 따른 영업 외 수익이 증가한 영향이었다. 영업손실 규모가 전년보다 커져 결산배당을 실시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지난해에도 10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적자 기조가 계속됐고 결국 무배당 정책을 고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모두투어는 부동산 투자 자회사로부터 현금을 수혈했다. 모두투어리츠는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던 2020~2022년 3년간 매년 현금배당을 실시해 모두투어의 곳간을 채웠다. 꾸준히 당기순이익을 낸 덕분에 배당을 실시할 수 있었다.
물론 모두투어리츠가 호황을 누린 건 아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인바운드 여행객 발길이 뚝 끊기자 영위하고 있던 호텔 사업을 접기로 하고 부동산 등 자산을 매각한 탓에 순이익이 발생했다.
2022년 가지고 있던 스타즈호텔 명동 1호점을 430억원에 처분했다. 모두투어리츠는 이를 통해 170억원의 시세차익을 봤고 당기순이익이 2021년 12억원에서 2022년 105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모두투어리츠가 벌어들인 돈은 모회사인 모두투어로 유입됐다. 최근 3년간 12억원, 16억원, 123억원을 배당했는데 이를 모두투어 지분 42.16%로 나누면 약 64억원이 모두투어에게 들어간 것으로 추산된다.
◇ 배당절차 개선한 하나투어, 실적 회복 힘입어 배당 재개? 하나투어 역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연속 배당을 실시하는 등 꾸준히 배당금을 지급해 왔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까지만 해도 결산배당뿐 아니라 중간배당도 실시하며 주주친화적인 모습을 보였다.
연간 배당성향도 100%를 웃돌아 고배당주로 꼽히기도 했다. 실제 배당 현황을 살펴보면 2017년 배당총액과 배당성향은 각각 166억원, 125.9%였다. 2018년에도 144억원, 164.4%를 기록했다. 11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2019년에도 총 111억원 규모의 배당을 단행했다.
하나투어가 곳간을 걸어 잠근 건 2020년부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실적이 악화하자 무배당 정책을 이어가기로 했다. 2020년 2186억원, 2021년 704억원, 2022년 659억원 등 3년 연속으로 당기순손실을 낸 만큼 배당금을 지급할 여력이 안 됐다.
하지만 업계는 하나투어가 올해 배당을 재개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하나투어는 올 초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정관 개정을 통해 배당절차를 개선했다. 의결권기준일과 배당기준일을 분리해 배당 예측을 용이하게 했다.
지금까지는 배당기준일을 회계연도 말일로 설정하고 주주명부 폐쇄를 통해 권리주주를 확정했다. 이후 이듬해 3월 정기주주총회를 열어 배당 여부 및 배당총액을 확정하는 절차를 거쳤다. 그러다 보니 배당기준일에 배당 예측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나투어는 기존 정관을 고쳐 주주총회 날짜 이후에 배당기준일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하나투어 주주는 내년부터 배당실시 결정을 확인한 이후 배당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실적이 빠르게 회복하는 모습도 배당재개 분석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하나투어는 올 상반기 전년 동기대비 426.8% 증가한 165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634억원에서 97억원을 기록, 흑자 전환했다. 당기순이익도 -532억원에서 293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여기에 2019년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1347억원을 투자해 최대주주에 오른 점도 배당실시 유인으로 꼽힌다. IMM은 경영권 확보 직후부터 단 한 번의 배당을 실시하지 못한 만큼 투자금 회수 차원에서 배당재개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