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세종은 인수합병(M&A)시장에서 '전통의 강호'로 불린다. 1990년대 말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 투자자의 자문과 국내 기업의 구조조정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전문적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했다. 김두식 전 대표변호사를 필두로 M&A 황금기를 거친 드림팀이 두각을 드러내면서 시장에서 높은 신뢰를 받았다.
세종은 특정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기 보다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를 지향한다. 시대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법률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전문화된 역량을 확보하고 키워나간다. 기업, 사모펀드(PEF), 유니콘 벤처기업 등이 M&A 시장에서 순차적으로 영향력을 확보해나갈 때 그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앞으로 우수한 인력 영입과 차세대 육성으로 취약 부분을 보강해 국내 탑티어 경쟁력을 갖춰 나간다는 복안이다.
◇ '세종 팀' 구축 전력 투구...안정 속 성장 박차
세종은 외환위기를 거치며 'IMF 황금세대'가 구축된다. IMF 위기 때 로펌 전반적으로 쌓은 풍부한 M&A 경험이 주니어 변호사를 대거 양성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김두식 전 대표변호사가 앞장서 시장을 개척했으며 송창현(26기)·이동건(29기)·장재영 변호사(29기) 등 스타플레이어들이 대거 나타났다. 이런 풍부한 인력 풀을 기반으로 세종은 2011년 더벨 리그테이블에서 김앤장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이후 김앤장이 10년 간 법률자문 시장에서 절대왕좌를 단 한차례도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단한 성적표였다.
세종의 리더십이 다소 혼란을 겪으면서 '성장통'을 겪기도 했다. 우수한 자문 인력이 이탈하면서 1위권 경쟁에서 다소 밀려나게 됐다. 그러나 원심력이 강하게 형성된 시기에도 로펌 사관학교로 불릴만큼 차세대 육성에 강점을 보이며 여전히 강고한 맨파워를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이런 토대는 세종의 기업자문팀이 빠르게 경쟁력을 회복하는 원동력이 됐다. 세종은 창립 멤버인 김두식 변호사가 6년 만인 2018년 다시금 대표변호사에 올라서면서 리더십 문제가 빠르게 해소됐다. 2019년에는 기존 분리돼 있던 M&A팀들을 통합해 '기업자문 M&A 그룹'으로 확대 개편했다. 젊은 변호사들 위주로 혁신적이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골자다. 지난해에는 오종한 대표변호사가 취임하면서 원펌으로의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기업자문 M&A 그룹은 현재 약 150여명의 구성원을 두고 있다. 지난해 그룹장으로 올라선 이동건 변호사가 팀을 이끌고 있다. 이 변호사는 "로펌은 시장 주도자가 아닌 시장 팔로우"라며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대응이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이 발빠르게 2018년 판교에 별도 사무소를 연 것도 IT·게임·플랫폼 업체 등이 즐비한 스타트업 기업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사무실을 확대 이전했으며 카카오의 크로키닷컴(패션플랫폼 지그재그) 인수나 ‘포티투닷’(자율주행 스타트업)의 투자유치를 성공적으로 자문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 인력 충원, '올라운드 플레이어' 지향
세종 기업자문 M&A 그룹은 시장 팔로우를 지향한다. 고객 맞춤 법률 솔루션을 제공하며 1등 로펌을 추구한다. 유행을 쫓기보다는 대기업, PEF, 유니콘 기업의 M&A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꾸준한 성장을 모색한다는 구상이다.
이런 전략의 핵심은 우수한 인력 확보다. 인수합병(M&A) 부문에서 높은 인지도를 보유한 최충인 미국 변호사를 율촌에서 영입했다. 최 변호사는 심슨대처&바틀릿, 김앤장, 율촌에서 M&A 자문업무를 담당했다. 글로벌 PEF 칼라일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투자, '배달의 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에 투자한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투자금 회수,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의 해외 투자 유치 등을 수행한 이력이 있다.
이 변호사는 "세종은 상대적으로 외국계 PEF 클라이언트에 취약함을 보여왔지만 최 변호사 영입으로 보완이 가능해졌다"며 "훌륭한 인재영입으로 약한 분야를 채우면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기에 추가 영입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2 황금세대'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이들은 PEF시장이 개화한 2010년대 자문업무를 진행하며 M&A 실무를 담당했다. 실무급에서 최상위 역량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들이 많다. 세종의 '두개의 혜성'으로 불리는 정혜성(35기)·안혜성(38기)변호사는 세종의 차세대 기수로 주목받고 있다. 정 변호사는 지난해 미국 시그나그룹의 한국 라이나생명 매각을 자문하며 굵직한 딜을 이끌었다. 안 변호사 역시 예금보험공사의 우리금융지주 공적자금 회수, 글랜우드PE의 PI첨단소재 인수 등을 자문했다.
강지원 변호사(34기)는 탄탄한 실력에 여성 파트너 변호사로서 후배 변호사들의 롤모델 역할을 하며 세대 간 가교 역할을 맡고 있다. 크로스보더 딜에서는 스테파니김 미국 변호사와 김앤장에서 자리를 옮긴 설원주 미국 변호사가 주목받고 있다. 이밖에 이수균(연수원 36기), 이호연(연수원 39기), 박동준(변시 2기) 변호사 역시 기대주들이다. 세종은 우수 인력을 바탕으로 전 산업 분야와 다양한 고객들의 법률 니즈를 충족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