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과 민희진의 갈등은 크게 3가지 관점에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법'이다. 민희진 언행이 배임죄에 해당하느냐다. 하이브의 고발로 재판 결과를 봐야 하지만 많은 변호사가 배임죄는 예비, 음모에 관한 처벌 규정이 없다며 지금까지 나온 자료만으로 처벌은 힘들다고 주장한다. 그저 말을 주고받은 것만으로 배임죄는 성립 안 된다는 얘기다.
둘째는 '도덕'이다. 민희진 언행이 적절했느냐다. 특히 자본시장을 좀 안다는 사람들이 제기하는데, 하이브의 물적자원(어도어 자본금 161억원)과 인적자원(뉴진스 멤버 4명은 하이브 다른 레이블인 쏘스뮤직과 연습생 계약 맺음)을 활용했으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비판이다. 하이브가 민희진에게 어도어 지분을 싼값에 매각한 점도 비판의 근거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은 자본주의적 도덕에만 기반한다. 아이돌 산업에서 기획자의 중요성, 민희진이 대표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거둔 어도어의 성장, 그리고 계약이라는 건 쌍방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으면 체결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 어도어의 성공은 하이브의 물적·인적 자원과 민희진 기획력의 화학적 결과물이다.
마지막으로 '감정'이다. 방시혁과 민희진의 감정싸움이 무엇 때문이냐다. 최초에는 민희진의 어도어 지분 확대를 통한 독립 모의가 방시혁·하이브의 분노 원인으로 보였다. 하지만 기자회견에서 민희진이 공개한 방시혁의 "아 즐거우시냐고요ㅎ" 카톡 메시지는 꽤 오래전에 상대 성공을 응원하기 힘든 수준으로 둘의 관계가 악화했음을 보여줬다.
이를 통해 확인되는 건 민희진의 독립 모의가 둘의 갈등 원인이 아닌 '갈등의 결과'라는 점이다. 그럼 궁금한 점은 도대체 무엇 때문인지다. 민희진은 뉴진스 준비 과정에서 보인 방시혁·하이브의 거짓말과 무시, 그 무시한 뉴진스가 성공한 이후 뉴진스와 비슷한 컨셉의 걸그룹(아일릿)을 데뷔시키며 자신을 반복해서 무시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대해 방시혁·하이브는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물론 민희진 말에 동의하기 때문은 아니다. "민희진이랑 어도어는 정말 말을 안 들었어요"라는 하이브 관계자의 전언에서 알 수 있듯이 충분한 자율성과 보상을 제공한 대가가 '욕설'과 '독립 모의'라는 점에 강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달 말 열릴 어도어 임시주총에서 민희진은 해임될 가능성이 크다. 지분 18%는 지분 80%를 이길 수 없다. 그러나 이 결과가 방시혁의 승리일까. 민희진의 기획력만 활용하며 그녀를 컨트롤할 수 있다고 생각한 방시혁도, 다른 사람이 압도적 지배력을 가진 조직에서 자율성이 보장될 것으로 생각한 민희진도 자신과 상대방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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