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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

'재무 우량' 롯데케미칼 어디로, 차입금 11조 돌파

범용제품 부진에 본사·타이탄 현금흐름 악화…롯데EM 인수까지 이중고

박기수 기자  2024-08-09 16:04:50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THE CFO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롯데케미칼의 올해 상반기 말 금융권 차입금이 연결 기준 11조원을 넘어섰다. 전체 부채총계 중 70% 이상이 이자부 부채다. 범용 화학제품의 수요 부진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롯데EM) 인수 여파로 차입금이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우량'의 대명사였던 롯데케미칼도 재무구조 개선의 필요성이 현실화하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올해 상반기 말 연결 총차입금은 11조827억원이다. 작년 말 10조141억원 대비 10.7%, 1분기 말 10조9408억원 대비 1.3% 늘어났다. 현금성자산은 4조2051억원이다. 이를 제외한 롯데케미칼의 순차입금은 6조8776억원이다.

롯데케미칼의 연결 부채총계는 상반기 말 15조3388억원이다. 이 가운데 매입채무와 미지급금 등 영업성 부채를 제외한 순수 금융권 이자부 부채의 비중은 72.3%다. 작년 말 75.6%를 기록한 뒤 소폭 낮아졌지만 전체 부채 중 70% 이상이 이자부 부채인 상황은 유지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10년대 후반 석유화학 초호황기를 거친 후 2020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총차입금이 3조3736억원에 그쳤던 기업이다. 3년 만에 6조6405억원, 3년 반만에 차입금이 7조7091억원이나 불어났다.

원인은 '주력'인 범용 화학제품의 글로벌 시황 악화다. 2022년과 작년에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 연속 영업적자를 내면서 잉여현금흐름(FCF)이 크게 악화했다. 2022년과 작년 누적 연결 FCF는 -5조5117억원이다. 올해도 1분기 FCF로 4909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영업적자(1112억원)을 고려하면 상반기 FCF는 더욱 악화했을 여지가 있다.

본사 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전진 기지인 'LC타이탄'도 연결 재무 악화에 큰 영향을 줬다. LC타이탄은 작년 당기순손실로만 1999억원을 기록했다. LC타이탄 역시 현금흐름 악화로 작년 한 해에만 부채가 1조6271억원 증가했다. 그 중 상당부분이 현금흐름을 메우기 위한 금융권 차입금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시황 악화 속 롯데EM 인수로 차입 부담이 더욱 가중됐다. 2022년 10월 롯데케미칼은 롯데EM(옛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인수를 위해 2조7000억원을 투자했다. 롯데케미칼의 연결 총차입금이 가장 많이 늘어난 시기도 이때다.

결국 본업이 살아나야 하는 상황이지만 녹록지 않다. 범용 제품의 신증설 물량이 감소해 수급이 개선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지만, 전반적인 수요 회복이 빠르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롯데케미칼도 2분기 실적발표회를 통해 "수요 회복 지연 및 운임비 상승으로 수익성은 보합세를 전망한다"고 말했다.

위기 속 롯데케미칼은 '자산 경량화' 카드를 내밀었다. 이달 8일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롯데케미칼은 "전략적 중요도가 낮거나 전략 방향과 맞지 않는 항목은 축소해 현금흐름을 개선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에셋라이트(Asset Light)의 경우 시간이 소요되지만 연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 3조원 규모의 자본적지출(CAPEX)도 내년에는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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