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연간 실적 발표 때마다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기업이 발표하는 배당정책이다. 유보 이익을 투자와 배당에 어떤 비중으로 안배할지 결정하는 건 최고재무책임자(CFO)의 핵심 업무다. 기업마다 현금 사정과 주주 환원 정책이 다르기에 재원 마련 방안과 지급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주요 기업들이 수립한 배당정책과 이행 현황을 살펴본다.
롯데케미칼이 중간배당 도입을 예고한 지 3년만에 첫 중간배당을 집행한다. 계속되는 손실로 재무 기초체력이 많이 떨어지긴 했으나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배당을 결정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11일 롯데케미칼은 공시를 통해 주당배당금 1000원, 배당총액 422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결산배당만 집행해 온 롯데케미칼의 첫 중간배당이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 3월, '장래사업·경영계획'을 공시하며 중간배당 도입 계획을 공개했다. 당시 공시에는 2030년 매출 50조원 달성 및 수소 에너지·이차전지 소재·바이오플라스틱 등 그린 신사업 추진과 같은 사업 계획과 함께 주주환원 정책이 포함됐다. 해당 정책에는 배당성향 30%(별도 당기순이익 기준) 지향, 중간배당 도입, 자기주식 매입 등의 내용이 들어갔다.
그러나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그해 창사 이래 첫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대내외 상황이 의도한 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롯데케미칼은 중간배당 도입을 미루고 결산배당과 자사주 매입(2022~2023년 누적 1000억원) 등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했다.
여전히 업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으나 회사는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약속했던 중간배당 도입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이달 초 기업설명회(IR)에서 올해 정부가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회사가 먼저 대응에 나선 셈이다.
올초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한 이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기업들의 주가는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 장기적인 증시 저평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들이 예고되며 주식가치가 순자산에 못 미치는 주식들이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롯데케미칼은 작년 말 PBR이 0.42배였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관심에서 벗어나며 주가가 지속해서 떨어졌다. 올초 14만6200원이었던 롯데케미칼 주가는 이날 기준 10만7400원까지 내려왔다. PBR 역시 0.42배에서 0.29배로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전보다 더 떨어졌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한가지 방안으로 과거 예고했던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케미칼은 과거 적자에도 배당을 집행한 이력이 있다. 회사 설립 후 처음으로 영업 적자(연결 기준 -7626억원)를 낸 2022년, 3183억원의 별도 기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그해 3월 제시했던 배당 가이드(별도 당기순이익의 30%)에 따른다면 배당을 집행하지 않을 수 있지만 롯데케미칼은 2022년 사업연도 결산배당으로 1190억원을 집행했다.
올 1분기 기준 롯데케미칼은 별도 기준 5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아직 2분기 실적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시장에선 상반기 순이익 창출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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