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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정책 리뷰

'PBR 0.29배' 롯데케미칼, 3년만에 지킨 중간배당 약속

2022년 도입 예고, 올해 첫 시행…밸류업 프로그램 선제 대응

김동현 기자  2024-07-11 17:30:38

편집자주

분기·연간 실적 발표 때마다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기업이 발표하는 배당정책이다. 유보 이익을 투자와 배당에 어떤 비중으로 안배할지 결정하는 건 최고재무책임자(CFO)의 핵심 업무다. 기업마다 현금 사정과 주주 환원 정책이 다르기에 재원 마련 방안과 지급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주요 기업들이 수립한 배당정책과 이행 현황을 살펴본다.
롯데케미칼이 중간배당 도입을 예고한 지 3년만에 첫 중간배당을 집행한다. 계속되는 손실로 재무 기초체력이 많이 떨어지긴 했으나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배당을 결정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11일 롯데케미칼은 공시를 통해 주당배당금 1000원, 배당총액 422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결산배당만 집행해 온 롯데케미칼의 첫 중간배당이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 3월, '장래사업·경영계획'을 공시하며 중간배당 도입 계획을 공개했다. 당시 공시에는 2030년 매출 50조원 달성 및 수소 에너지·이차전지 소재·바이오플라스틱 등 그린 신사업 추진과 같은 사업 계획과 함께 주주환원 정책이 포함됐다. 해당 정책에는 배당성향 30%(별도 당기순이익 기준) 지향, 중간배당 도입, 자기주식 매입 등의 내용이 들어갔다.

그러나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그해 창사 이래 첫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대내외 상황이 의도한 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롯데케미칼은 중간배당 도입을 미루고 결산배당과 자사주 매입(2022~2023년 누적 1000억원) 등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했다.

여전히 업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으나 회사는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약속했던 중간배당 도입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이달 초 기업설명회(IR)에서 올해 정부가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회사가 먼저 대응에 나선 셈이다.

배당성향은 별도 당기순이익 기준. 2022년 배당성향은 그해 당기순손실로 미표기(출처=롯데케미칼 IR 자료)


올초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한 이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기업들의 주가는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 장기적인 증시 저평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들이 예고되며 주식가치가 순자산에 못 미치는 주식들이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롯데케미칼은 작년 말 PBR이 0.42배였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관심에서 벗어나며 주가가 지속해서 떨어졌다. 올초 14만6200원이었던 롯데케미칼 주가는 이날 기준 10만7400원까지 내려왔다. PBR 역시 0.42배에서 0.29배로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전보다 더 떨어졌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한가지 방안으로 과거 예고했던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케미칼은 과거 적자에도 배당을 집행한 이력이 있다. 회사 설립 후 처음으로 영업 적자(연결 기준 -7626억원)를 낸 2022년, 3183억원의 별도 기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그해 3월 제시했던 배당 가이드(별도 당기순이익의 30%)에 따른다면 배당을 집행하지 않을 수 있지만 롯데케미칼은 2022년 사업연도 결산배당으로 1190억원을 집행했다.

올 1분기 기준 롯데케미칼은 별도 기준 5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아직 2분기 실적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시장에선 상반기 순이익 창출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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