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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 공모채, 이번엔 롯데케미칼 '지급보증 떼고'

롯데케미칼 '부정적' 아웃룩 여파…연 5%대 고정금리 제시

백승룡 기자  2024-07-15 15:50:02
올해 초 롯데케미칼의 지급보증을 앞세워 공모채 흥행을 거뒀던 롯데건설이 이번엔 자체 신용도로 공모시장에 나선다. 롯데케미칼마저 올해 정기평가에서 ‘부정적’ 아웃룩을 받게 되면서 우호적인 투심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 탓이다. 롯데건설은 5%대 고정금리를 제시하면서 월이표채 방식을 택해, 리테일 수요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오는 19일 수요예측을 거쳐 총 1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트랜치(tranche)는 1.5년물 1200억원, 2년물 300억원으로 구성됐다. 공모 희망금리밴드는 △1.5년물 5.0~5.6% △2년물 5.1~5.8%로 제시했다. 주관업무는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이 공동으로 맡았다. 롯데건설은 이번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2000억원까지 증액 가능성을 열어뒀다.

롯데건설이 공모채 시장을 찾는 것은 올해 초 이후 반년 만이다. 당시 롯데건설은 최대주주인 롯데케미칼의 지급보증 방식을 택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신용등급 등급전망 ‘부정적’ 조정 등으로 투심 위축이 역력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지급보증에 힘입은 롯데건설은 2000억원 모집 대비 3440억원의 투자수요를 모으면서 성공적으로 발행을 마쳤다.

앞서 2022년 초에도 롯데케미칼의 지급보증을 활용했다. 레고랜드 사태 직후였던 탓에 건설채에 대한 투심은 얼어붙은 시기였다. 롯데케미칼의 지급보증에도 2500억원 모집 대비 투자수요는 1600억원에 그쳤다. 인수단으로 참여한 산업은행이 나머지 물량을 떠안으면서 미매각은 피할 수 있었다. 이후 롯데건설은 올해 초까지 2년 연속으로 롯데케미칼 지급보증을 통해 공모조달을 이어왔다.

현재 롯데건설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부정적). 여전히 ‘부정적’ 아웃룩이 지속되고 있지만, 이번 발행에서는 롯데케미칼의 지급보증을 떼기로 했다. 롯데케미칼조차 본업인 석유화학 사업 부진으로 인해 지난달 신용등급 정기평가에서 ‘부정적’ 아웃룩을 받게 된 탓이다. 신용등급 강등 리스크가 있는 회사채는 기관투자가들이 평가손실을 우려해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회사채 시장의 강세 속에서도 건설채 투심은 ‘선별적 투자 기조’가 뚜렷한 상황이다. 이달 초 수요예측에 나섰던 DL이앤씨는 1000억원 모집 대비 8050억원에 달하는 투자수요를 모으면서 흥행을 거뒀다. 신용등급이 AA급으로 우량한 데다가, 현금성 자산이 총차입금 규모를 웃도는 우수한 재무안정성이 부각된 것이었다. 반면 GS건설은 지난 5월 말 1000억원 모집에 나섰지만 유효수요는 280억원에 그쳤다.

IB업계 관계자는 “건설채 투심이 양극화로 벌어지는 추세인데, 롯데건설의 입지가 좋은 쪽에 속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사실상 기관은 담기 어렵지만 고정금리로 밴드 수준을 높인 만큼 리테일 수요가 얼마나 뒷받침되는지가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롯데건설의 개별민평금리는 1.5년물 3.86%, 2년물 2년물 3.91% 수준이다. 이번 5%대 금리밴드는 하단 기준으로도 롯데건설의 민평 대비 120bp(1bp=0.01%포인트)가량 높인 것이다. 상단은 최근 발행된 GS건설의 공모채 금리에 준하는 수준이다. GS건설은 1.5년물 5.638%, 2년물 5.712%에서 발행금리가 책정됐다. 롯데건설은 리테일 수요를 겨냥해 이자를 매 1개월마다 지급하는 조건도 내세웠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건설의 PF 우발채무 금액은 올해 1분기 말 연결기준 5조3533억원으로 자본완충력 대비 여전히 과중한 수준”이라면서도 “올해 초 시중은행 등과의 2조3000억원 규모 PF 매입펀드 조성을 통해 만기가 장기화된 점과 1조6000억원 수준의 보유 현금성자산 규모를 고려하면 유동성 위기에 대한 대응력은 강화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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