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바라보는 글로벌 평정기관의 시선은 냉정했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롯데케미칼의 ESG 등급으로 'BBB'를 부여했다.
경쟁사들에 비해 평균 수준으로 BBB 등급 이상을 받은 기업들은 상위 42%까지다. ESG 경영에 있어 결코 '선두 주자'가 될 수 없는 롯데케미칼의 현실을 보여줬다. 하지만 올들어 MSCI가 롯데케미칼의 ESG 등급을 한 칸 위로 조정했다. 최근 롯데케미칼이 ESG 경영에 이전보다 신경을 쓰는 모습이라 ESG 등급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도 크다.
◇3년 만에 'BBB' 탈출, 배경에는 환경 MSCI는 지난 5월 실시한 평가를 통해 롯데케미칼의 ESG 등급으로 A를 매겼다. 그간 BBB 등급을 유지해 왔던 롯데케미칼이 3년 만에 등급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롯데케미칼 측은 환경(E) 부문에 대한 MSCI의 평가가 개선된 점이 등급 상향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MSCI에 따르면 다른 석유화학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ESG 경영에 있어 롯데케미칼이 뒤처지는 분야는 없었다. 오히려 기업 행태(Corporate behavior)는 물론 유독성 물질 배출 및 폐기물(Toxic Emissions & Waste), 물 부족(Water stress), 청정기술 개발(Opportunities in clean tech) 측면에서 경쟁사들에 비해 앞서있다고 평가됐다.
사업의 친환경성을 높이기 위한 롯데케미칼의 노력이 통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2021년 처음으로 이사회에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ESG의 중요도를 높였다. 이 시기 MSCI는 롯데케미칼의 ESG 등급을 BB에서 BBB로 조정했다.
또 지난해 경영진들이 참여하는 지속가능경영 추진위원회와 넷제로 운영협의회를 신설하며 탄소중립 과제에 있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고삐를 좼다. 같은해에 친환경 사업인 전기차 배터리의 소재를 제조하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인수했고, RE100에도 가입했다. 이같은 노력이 MSCI ESG 등급 상향이라는 성과로 돌아왔다는 설명이다.
해외 평정기관은 물론 국내 ESG 평정기관 또한 환경 부문에 대한 평가점수를 높이고 있다. 한국ESG기준원으로부터 2019~2022년 4년간 환경부문에서 B~B+ 등급을 받았던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환경 등급은 A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아직 탄소 배출(Carbon emision), 화학적 위험성(Chemical safety) 등은 경쟁사들 수준과 비슷하다고 MSCI는 봤다. 기업 지배구조(Coporate governance)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 '시동', 등급 상향 이끌까 롯데케미칼은 올해도 친환경성을 입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올해 중 ESG 경영성과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ESG경영관리 시스템을 첫 도입했다. 또 국내외 사업장에 재생에너지를 도입하기 위한 활동을 넓히고 있다. 태양광 발전설비 및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설치하고 있다. 또 친환경 인증 제품을 추가하겠다는 의지도 강력하다.
관건은 지배구조다. MSCI도 롯데케미칼의 지배구조가 '보통' 수준이라고 봤는데, 한국ESG기준원도 지배구조 등급으로 'B'를 줬다. B등급은 '다소 취약한 지속가능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상태'라는 뜻이다.
실제 롯데케미칼은 올해 지배구조 체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내고 있다. 올들어 남혜정 사외이사를 선임 사외이사로 추대했다. 선임 사외이사는 사외이사 회의 등을 주재, 사외이사의 의견을 의장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에 있어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더해 2025년까지 이사회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전원 사외이사로 채우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간 롯데케미칼의 사추위에는 사내이사 1인이 포함돼 있다. 이사회 구성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추위를 전원 외부인인 사외이사로 꾸려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또 중간배당 도입을 결정한지 3년 만에 처음으로 중간배당을 집행하기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여전히 실적이 부진하기는 하지만 주주가치 제고를 더이상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