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물산은 그룹 내 자산을 재배치할 때마다 핵심 역할을 하는 계열사다. 올해 롯데리츠 주주로 합류해 롯데쇼핑 출자 부담을 덜어주고, 호텔롯데가 부동산을 매각하도록 도왔다. 롯데월드타워·몰에서 거둔 임대 수익과 롯데케미칼 배당 수익이 계열 지원 자금으로 다시 풀리는 구조다.
롯데물산은 지난 13일 롯데리츠 2대주주(지분 6.37%)로 합류했다. 롯데리츠가 실시한 1472억원 규모 주주 배정 유장증자에 589억원을 납입해 증자대금 40%를 책임졌다. 롯데리츠 최대주주인 롯데쇼핑(지분 42.04%)은 신주인수권을 전량 매도해 이번 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다. 롯데물산은 롯데쇼핑이 배정받은 신주인수권 중 80%(1840만주)를 16억원에 인수해 출자 부담을 덜어줬다.
이번 롯데리츠 증자는 호텔롯데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거래 중 일부다. 롯데리츠는 증자대금으로 지난 9월 'L7 호텔 강남타워'를 인수(3300억원)할 때 이용한 단기사채(1620억원)를 상환한다. L7 호텔 강남타워는 호텔롯데가 지분 99.55%를 보유한 마스턴펀드(마스턴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29호)가 보유하던 부동산이다. 임대 면적 약 62%를 호텔롯데가 2031년까지 장기 임차한 복합시설이다.
호텔롯데는 올 3분기까지 연결 기준으로 영업손실(285억원)을 기록하며 현금 창출력이 떨어진 상황이다. 면세사업부에서 영업손실(922억원)이 발생했다. 지난해 인천국제공항공사 면세사업권 일찰에서 탈락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을 철수하고, 시내면세점과 온라인 등 다른 채널을 통해 실적 공백을 만회하고 있다.
롯데물산은 그룹에서 재무 유동성이 양호한 수준을 지속할 계열사로 손꼽히는 곳이다. 보유 현금(올 3분기 말 별도 기준 단기금융상품 포함 3736억원), 안정적인 임대 수익(올 3분기 2332억원), 보유 자산 담보 여력(유형자산 3조1950억원, 투자부동산 1조2005억원) 등이 재무 안정성을 뒷받침한다.
롯데물산은 초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지하 6층, 지상 123층)와 복합쇼핑몰 롯데월드몰을 보유·운영하는 계열사다. 롯데쇼핑, 호텔롯데, 롯데문화재단 등으로부터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연간 1400억원 내외 계열사 임대 수익, 오피스 임대 매출 등이 현금 창출원이다. 롯데물산이 롯데케미칼 2대주주(지분 20%)라 배당 수익(올 3분기 385억원)도 거둔다.
롯데물산은 2022년부터 별도 기준(이하 동일)으로 잉여현금흐름(FCF)을 창출하며 그룹 유동성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2021년에는 롯데쇼핑과 호텔롯데가 보유한 롯데월드타워·몰 소유권 잔여 지분(토지·건물) 등을 약 1조4000억원에 사들였다. 2022년에는 롯데쇼핑, 호텔롯데, 롯데자산개발로부터 베트남 초고층 롯데센터하노이를 소유한 법인(Coralis S.A) 지분 77.5%을 약 1593억원에 인수했다. 그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롯데건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진화에도 힘을 보탰다.
지난해 1월에는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대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실시한 주주 배정 일반 공모 유상증자(조달 금액 1조2155억원)에 참여해 2297억원을 납입했다. 지난 2월 롯데건설이 지급보증하는 사모사채를 매입하는 PF 펀드에는 2000억원을 대여했다. 대여 기간은 2027년 3월 6일까지다. 롯데건설 차입금(원금총액 1170억원) 대주사인 하나은행에 자금 보충 약정도 체결했다.
계열사를 지원하면서도 재무 레버리지 지표는 개선했다. 2021년 말 103%였던 부채비율은 지난 3분기 말 88%로 내려갔다. 같은 기간 차입금 의존도는 30%를 유지했다. 2021년 말 1조8711억원이었던 순차입금은 지난 3분기 말 2조881억원으로 늘었다. 해당 기간 리스부채를 포함한 총차입금 상환 규모(229억원)보다 현금 감소 폭(2399억원)이 더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