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이 올해 신용평가사 3사의 정기 신용평가에서 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됐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신용등급이 한 노치(notch) 조정됐던만큼 추가 조정이 이뤄지게 되면 조달 자체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롯데케미칼은 올 하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공모채는 현금 상환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내 IB들은 현재 롯데케미칼이 그룹 내 신용도를 지탱하고 있다는 데 주목,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신종자본증권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상반기 건너 뛴 롯데케미칼, 하반기도 쉽지 않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오는 8월 만기가 돌아오는 1350억원 규모의 회사채에 대해 현금상환을 고려 중이다. 지난 4월에는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왔고 보유 현금으로 이를 상환했다. 롯데케미칼은 이번에도 현금상환에 무게를 뒀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아직 시일이 남았기 때문에 확정되진 않았으나 (8월 만기 도래 회사채에 대해서는) 일단은 자체자금으로 상환하려고 검토 하고 있다"며 "자금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1분기말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은 2조3652억원으로 집계됐다.
오는 8월에도 현금상환을 하게 되면 롯데케미칼은 올해 공모채 시장을 찾지 않는 것이다. 이는 신용등급과도 무관하지 않다. 최근 국내 신용평가사 3사 정기 신용평가에서 등급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됐다. 2023년 신용등급이 AA+에서 AA0로 한 노치 하향조정된 후 1년만에 전망도 바뀐 것이다.
롯데그룹의 든든한 캐시카우였던 롯데케미칼이 휘청이기 시작한 것은 2022년 하반기부터다. 롯데에너지머티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인수로 인한 재무부담 확대로 인해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됐고 이후 영업적자 폭도 커지면서 2023년 정기 평가 때 등급이 하향조정됐다.
롯데케미칼은 신용등급 조정 이후인 2023년 9월 한 차례 공모채 조달을 진행했다. 등급이 하향됐지만 지난해 3월 조달 때보다 크레딧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조달 금리를 낮게 가져갈 수 있었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공모채 시장에 나오지 않았다. 대신 올해 초 롯데건설 회사채 발행에 지급보증을 서면서 힘을 보탰다.
◇ 등급 하향 트리거는 충족, 크레딧 리스크 잠재울 묘수 필요 롯데케미칼이 1년만에 다시 크레딧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등급 조정 이후에도 크게 개선된 부분이 없는만큼 재무 구조 개선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1분기말 연결 기준으로 봤을 때 1년 안에 만기 도래하는 차입금은 5조5304억원으로 집계됐다. 총차입금(10조9400억원) 중 절반에 해당한다. 현금성자산과 영업현금창출 등으로 일정 수준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차입구조가 점점 단기화되고 있다.
또한 지난해 이미 롯데케미칼이 대규모 유상증자 카드를 쓴 만큼 남은 선택지가 많지 않다. 지난해 1월 1조215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그럼에도 당시 롯데에너지머티얼즈 인수대금과 해외공장 신설 등 자금소요가 상당했던만큼 부채비율이 높아졌다. 2022년말 55.1%에서 2023년말 65.5%였다. 현재는 72%다.
현재 롯데케미칼은 각 신용평가사에서 제시한 등급 하향 트리거에 도달해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율 5% 미만, 순차입금/EBITDA 배수 4 초과를 제시하고 있다. 현재 각각 3.6%, 8.8배다. 한국기업평가는 순차입금/EBITDA가 3.5배, 나이스신용평가는 5배 등으로 제시하고 있다.
결국 언제든지 AA-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신종자본증권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 금융회사 외에도 일반기업들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고 있다. 부채가 아닌 회계상 자본으로 잡히는만큼 재무 건전성을 관리할 수 있어서다.
IB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은 등급 전망에 '부정적'이 달린만큼 일반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 조달하는 것은 쉽지 않아보이고 오히려 등급 방어를 위한 노력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며 "자본확충이 필요한만큼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 하지 않겠나"고 설명했다.
다만 롯데케미칼 측은 "업황이 어렵고 신용등급 전망 조정도 있긴 한데 부채비율도 60~70%대인만큼 그렇게까지는 어려운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