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모 회사채 시장을 활발히 찾았던 두산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돌입하면서 향후 추가 조달 여부에 대해 관심이 모이고 있다. 올 들어 두산그룹은 두산퓨얼셀을 시작으로 두산에너빌리티, 두산이 공모 회사채 발행을 진행했고 흥행에 성공했다.
다만 그룹이 본격적으로 개편 작업에 돌입하는만큼 국내 IB들은 하반기 회사채 발행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또한 이미 개편 전에 앞당겨 발행에 나서기도 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하반기 한 차례 공모채 상환 일정이 돌아오는만큼 발행사의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 올해 공모채 흥행 견인…두산 및 두산퓨얼셀은 두 번씩 발행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두산그룹 공모 회사채 발행 규모는 총 387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두산그룹은 총 2200억원 모집에 1조930억원이 모였고 모집액 대비 5배에 가까운 자금이 모이면서 수월하게 증액발행에도 성공했다.
올해 두산그룹은 두산퓨얼셀을 시작으로 두산에너빌리티, 두산이 발행에 나섰다. 두산에너빌리티를 제외한 나머지 두 곳은 두 차례씩 공모채 발행을 진행했다. 이들 모두 BBB급 하이일드 채권으로 분류되지만 시장 인기에 따라 개별민평금리 대비 가산금리(스프레드)를 대폭 축소했다.
특히 상반기 기세를 몰아 두산과 두산퓨얼셀은 지난달 말과 이달 초 두 번째 공모채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두산퓨얼셀은 1.5년물, 2년물 발행금리를 개별민평금리 대비 각각 -53bp, -59bp 낮은 4.401%, 4.63%에 발행했다. 두산 1.5년물, 2년물은 개별민평금리 대비 각각 -90bp, -65bp 낮은 3.867%, 4.185%였다.
두산과 두산퓨얼셀의 경우 발행시기도 절묘했다. 각각 이달 3일, 11일에 발행됐다.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경우 이달 11일에 발표됐다. 두산에너빌리티의 분할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의 분할합병기일은 10월 29일,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포괄적 주식교환일은 11월 5일, 신주 상장은 11월 25일이다.
결과적으로는 두산과 두산퓨얼셀이 지배구조 개편 이전에 조달 작업을 마무리 지은 것이다. 두산퓨얼셀은 두산에너빌리티가 지분 34.78%(보통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양사 모두 사채관리계약에 지배구조변경 제한 조건을 '상호출자제한, 최대주주변경'을 명시했다. 이번 개편으로 양 사의 최대주주가 바뀌지는 않지만 발빠르게 움직였다고 볼 수 있다.
◇ 하반기 만기도래 두산에너빌리티, 지배구조 개편에 '신중' 이번 지배구조 개편에서 가장 많은 변화가 있는 곳은 두산에너빌리티다. 이 때문에 두산과 두산퓨얼셀이 앞당겨 발행을 진행했음에도 두산에너빌리티는 섣불리 발행에 나서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로 이전되는만큼 신용등급에 미칠 영향은 신용평가사별로 엇갈린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 계열사 중에서도 그나마 신용등급이 BBB+로 가장 높고 인기도 많았다. 지난 2월 공모채 발행에 있어서도 2년물(430억원)과 3년물(570억원) 각각 개별민평금리 대비 -179bp, -120bp 낮은 3.948%, 5.235%에 발행에 성공했다. 해당 자금으로 사모사채를 상환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오는 9월에 2022년 9월에 발행한 공모채 8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오지만 하반기 공모채 시장에 등장할지는 미지수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 때문에 현재로서는 결정된 게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당 부분이 정리가 되어야 조달에 대해서도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지배구조 개편 이후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한 호재가 있는만큼 발행 자체가 어렵진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이날 한국수력원자력이 주축이 된 원전 컨소시엄이 24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두산에너빌리티도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이 발표됐을 때 두산에너빌리티 실적이 안 좋다면 많이 부정적이었을텐데 오히려 원전 수주나 이런 호재가 있다"며 "오히려 지배구조 개편 발표 후 회사채 조달을 하면 물량이나 금리 측면에서 유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은행 대출보다도 금리 수준이 더 낮게 형성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