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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는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이자 동시에 최고 감시감독기구다. 기업의 운명을 가르는 결정이 이사회에서 이뤄지고 이에 대한 책임도 이사회가 진다. 기업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주주와 임직원, 정부, 시민사회 등 한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가 이사회에 높은 독립성과 전문성, 투명성, 윤리성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이유다. THE CFO가 이사회의 A부터 Z까지 샅샅이 살펴본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린 삼성은 2017년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시키고 각 사별 이사회 독립경영을 강화했다. 그 일환으로 일부 계열사는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을 선임했다. 아울러 주요 7개 관계사를 대상으로 외부에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해 내부에서 거르지 못한 위법요소들을 감시하는 체제를 갖췄다.
THE CFO가 지난해 '반기보고서'와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기준으로 삼성그룹의 주요 상장 계열사(코스피 기준) 15곳을 살펴본 결과, 사법리스크 같은 윤리 이슈가 불거진 이후 이사회 차원에서 후속조치가 이뤄진 곳은 삼성물산·전자·전기·SDI·SDS·생명·화재 등 주요 7개 계열사다.
삼성의 이사회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시작된 시점은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면서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전실이 해체된 2017년 전후다. 2016년 전자 계열사들이 이사회 의장직을 이사회 구성원 누구나 맡을 수 있도록 정관 개정하면서 사외이사에게도 문을 열어준 게 시초였다.
변화의 시작은 삼성전기였다. 2016년 3월 사외이사인 한민구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기컴퓨터공학부 명예교수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이후 삼성전자가 그 뒤를 이었다.
그간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가 맡아왔던 이사회 의장직을 처음으로 사외이사에게 맡겼다. 2020년 삼성전자 사상 최초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은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다. 2021년에는 삼성물산이 이사회 의장으로 사외이사인 정병석 한국기술대 명예교수를 선임하면서 그 뒤를 이었다.
2020년에는 전반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그룹 밖에 존재하면서 주요 7개 계열사(삼성전자·물산·SDI·전기·SDS·생명·화재)를 감시하는 준법감사위원회가 그 해 1월 출범했다. 법조인, 시민단체 등 준법감시 분야 전문가를 중심으로 구성된 5인의 외부위원과 1인의 내부위원으로 구성됐다.
7개 계열사와 협약을 맺으면서 노동, 내부거래, 경영권 승계 등에 대해 권고하는 상설기구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재계에서는 최초로 시도된 사례다.
삼성은 계열사마다 이미 상당한 수준의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갖춰놓고 있지만 총수 일가와 그룹 고위직이 연계된 사건에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그간 삼성이 수사 받거나 재판 중인 사건은 대부분 오너일가, 사장급 이상 고위직이 연루된 건들이다.
임직원에 대한 준법감시체제는 잘 갖춰져 있는 반면 경영진에 대한 컴플라이언스는 유명무실하다는 의미다. 준법감시조직 수장이 최고경영자(CEO), 최고컴플라이언스책임자(CCO) 등 사내임원이기 때문에 윤리·준법경영은 결국 지배구조와 맞물려 돌아갈 수밖에 없다.
준감위는 2020년 3월 이재용 회장에게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준법 위반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무노조 경영 원칙 포기 등을 권고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 회장은 이를 받아들여 그 해 5월 대국민 사과를 단행했다.
지난 2월 삼성 준감위는 3기를 맞았다. 여전히 7개 관계사 이사회와의 협약을 통해 위원장 및 외부위원, 사내위원이 선임되는 형태다. 임기는 모두 2년씩 부여되고 있으며 7개 계열사 외에는 아직 다른 계열사로 협약 범위가 확장되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