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주요 상장사 사외이사 58명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사들은 장·차관 및 국회의원 등 정·관계 고위공직자 출신이다. 학계·교수 출신들과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룬다. 기업 경영과 산업 전문성보다는 '대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굵직한 인사들이 많다보니 사외이사 중에 다른 기업 사외이사를 겸하는 인원들도 눈에 띈다. 특히 삼성물산의 경우 사외이사 전원이 타 업체 사외이사직을 같이 맡고 있다. 법규상 문제는 없지만 사외이사 업무 집중이 분산되는 우려도 있다.
THE CFO가 지난해 '3분기 보고서'와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기준으로 삼성그룹의 주요 상장 계열사(코스피 기준) 15곳을 살펴본 결과, 사외이사 수 58명 가운데 장·차관 및 국회의원 등 정·관계 고위인사 출신이 19명이다.
삼성중공업의 이기권 전 고용노동부 장관, 호텔신라 김현웅 전 법무부 장관과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삼성생명 유일호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장관급으로 통하는 삼성SDS 문무일 전 검찰총장과 삼성카드의 김준규 전 검찰총장, 삼성전기에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삼성화재 김소영 전 대법관도 있다.
그 밖에 정부부처 차관 출신은 물론 차관급으로 통하는 삼성화재 김성진 전 조달청장과 호텔신라의 진정구 전 국회사무처 입법처장, 김준기 전 국회예산처장, 삼성전기에 김용균 전 서울행정법원장, 삼성전자에 유명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포진해 있다. 정치권 출신은 제일기획의 장병완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 삼성카드 최재천 전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등이 있다.
국내 주요 기업 사외이사의 주류인 학계·교수 출신들은 18명이다. 정·관계 고위인사 출신과 크게 차이가 없다.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사외이사들의 양대 산맥은 정·관계 출신과 학계·교수 출신으로 분석된다.
금융권 전·현직 출신들도 7명으로 눈에 띈다. 삼성물산의 제니스 리 전 SC제일은행 부행장, 삼성엔지니어링 박일동 전 수출입은행 부행장, 삼성전자 김한조 전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 김준성 싱가포르투자청(GIC) 이사, 삼성중공업 남기섭 전 수출입은행 수석부행장, 삼성화재 박진회 전 씨티은행장, 삼성카드 강태수 전 한국은행 부총재보 등이다.
특히 ECA(공적수출신용기관)과 사업적 연계가 있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등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계열사에는 공통적으로 수출입은행 출신들이 포진해 있다.
굵직한 인사들이 많은 탓에 타사의 사외이사도 겸직하는 일도 더러 있다. 11개사, 22명에 이른다. 특히 삼성물산의 경우 사외이사 4명 전원이 타 기업의 사외이사를 겸하고 있다. 제니스 리(에스오일), 필립 코쉐(Lightstone Generation LLC), 이상승(현대자동차), 최중경(CJ ENM) 등이다.
이렇다보니 계열사 사외이사들이 특정 한 기업에서 만나는 경우도 있다. 가령 삼성물산의 제니스 리 사외이사는 에스오일에서도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데 에스원의 이재훈 사외이사가 에스오일 이사회에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이창우 사외이사와 삼성엔지니어링의 문일 사외이사는 한화손해보험에, 삼성화재 김소영 사외이사와 삼성생명 유일호 사외이사는 효성 이사회에 몸담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사외이사 요건이 까다로워 인력풀이 겹치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법규상 2개 이상의 다른 상장사에 겸직하지만 않으면 되기 때문에 문제 되진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