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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콜옵션 리뷰

'K-ICS 정면돌파' 삼성생명, 채권 시장 데뷔도 '없다'

④24 1H 건전성비율 200% 초반 내렸지만 "무발행 기조 지속"

최은수 기자  2024-10-25 08:02:51

편집자주

2022년 흥국생명의 달러화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콜옵션) 선언은 자본시장에 파문을 일으켰다. 흥국생명은 자금상황 및 해외채권 차환 발행 여건 등을 고려해 콜옵션 미행사를 선언했다. '관행'과 불문율이 가져온 혼란 우려에 흥국생명은 결국 입장을 바꿨다. 콜옵션 논쟁은 수면 아래로 내려갔지만 금리 추이에 따라 언제든 불거질 이슈다. THE CFO는 흥국생명 사태 2년을 즈음해 신종증권을 발행한 금융사들의 대응 논리와 전략을 들여다본다.
생명보험업계 1위 삼성생명은 양호한 재무 및 자본건전성을 토대로 제도 변화 후 충격을 완화하는 경과조치를 거부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새보험회계기준(IFRS 17) 도입 후 보험업계는 자본건전성을 대폭 강화한 새 지급여력규준 K-ICS에 바쁘게 대응 중인 것과 대조된다.

◇예고된 제도 변경 속 보험사 또한 '발행러시' 시작

2010년대 이후 발행규모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국내 채권발행시장 큰손으로 보험사가 꼽힌다. 과거 보험부채를 원가로 따지던 회계기준이 IFRS17으로 바뀌면서 보험사의 자본과 부채에 한층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과거 회계제도에서의 건전성비율인 지급여력(RBC)으로 살펴보면 국내 생명·손해 보험사의 건전성 추이는 금융감독원의 권고치인 100%, 암묵적 적정선인 150%를 넘었다. 그러나 채권의 실효만기인 부채 듀레이션 등에도 시가평가가 적용되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그간 수면 아래에 있던 보험사에 내재된 건전성 이슈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 변화와 더불어 2019년 이후 몇 년 간 글로벌 채권시장 호황기가 이어졌고 국내 주요 보험사들은 원화와 외화를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채권을 발행했다. 특히 회계기준의 적용 '강도'나 여파를 몰랐던만큼 적정치 이상의 자본을 쌓아둬야 한다는 불안감도 이같은 발행 러시를 부추겼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K-ICS 제도를 시작하자 기존 RBC와 대비할 때 건전성비율이 하락했다. 보험사의 규모나 업력을 가리지 않고 대부분의 보험사들의 건전성비율은 100% 후반에서 200% 초반에 수렴했다. 특히 K-ICS 도입이 예고된 2022년과 2023년이 십수년 만에 찾아온 고금리 시기인 점을 고려하면 제도 변경에 따른 충격은 상당했다.

◇여전히 채권과 거리 둔 삼성생명, '우리는 다르다' 자신감

삼성생명은 건전성 비율이 하락하는 추세와 거리를 두는 데 성공했다. 애초에 RBC를 기준으로 200%를 크게 상회하는 건전성을 확보해뒀었고 회계제도 변화를 상정해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삼성생명의 자신감은 새 제도 도입 과정에서 여러 스트레스에 직면한 보험사를 위한 경과조치 즉 규제 전면 적용 유예라는 버퍼를 선택하지 않은데서도 나타난다. 표면적으론 삼성생명은 상장사이기 때문에 제도 충격을 감경하는 목적의 완충장치가 필요없고 이미 적정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평가받고 있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역시 상장사로서 경과조치를 도입하지 않은 한화생명은 2019년 이후 제도가 처음 적용된 2023년까지 총 1조4000억원의 자본성증권을 발행했다. 한화생명은 자산총계 기준 생명보험업계 2위다. 그럼에도 회계제도와 감독당국이 요구하는 있는 그대로의 규준에 부합하기 위해선 채권을 활용한 자본확충 외엔 방도가 없었다

경과조치를 도입하지 않았고 또 이에 따른 별도 채권 자본확충에 나서지 않은 보험사는 생명보험업계에선 오로지 삼성생명뿐이다. 앞서 한화생명 그리고 또 다른 상장 생명보험사인 동양생명도 경과조치를 적용하진 않았지만 IFRS17 도입이 확정된 이후 작든 크든 채권 발행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삼성생명도 자본건전성과 관련한 고민을 완전히 털어내진 못했다. 당장 당국의 건전성 수준엔 부합하고 있지만 K-ICS 비율은 조금씩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218.8%였던 삼성생명의 K-ICS 비율은 2024년 상반기 기준 201.5%로 내렸다.

여전히 권고 수준을 크게 웃돌고는 있지만 장기적인 차원에서 주도면밀한 관리는 필요해 보인다. 업계에선 금리가 1% 하락할 때마다 보험사들의 K-ICS 비율은 적게는 25%포인트 크게는 30%포인트까지 내릴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금리에 높은 민감도를 보이는 K-ICS 비율은 대세하락기에 접어들수록 자본 관리에 대한 보험사들이 느끼는 압박 강도가 강해질 것"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험사들은 한층 활발하게 채권시장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과거 RBC 제도 때도 그렇고 K-ICS 제도 하에서도 우량한 자본건전성을 갖추고 있어 채권 발행을 검토한 적이 없다"며 " 채권 발행 없이 자본 관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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