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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는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이자 동시에 최고 감시감독기구다. 기업의 운명을 가르는 결정이 이사회에서 이뤄지고 이에 대한 책임도 이사회가 진다. 기업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주주와 임직원, 정부, 시민사회 등 한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가 이사회에 높은 독립성과 전문성, 투명성, 윤리성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이유다. THE CFO가 이사회의 A부터 Z까지 샅샅이 살펴본다.
사외이사의 겸직은 직무 충실과 업무 집중도를 좌우하는 요소로 인식된다. GS그룹 계열 상장사 사외이사진 가운데 타사 등기임원을 겸직하는 사외이사 비율이 26%로 나타났다.
7개 상장 계열사 중 지주사 GS, GS리테일, GS건설, GS글로벌, 휴젤 등 5곳에 소속된 사외이사들로 전체 23명 가운데 6명이다. 다만 이들은 3개사 이상에서 사외이사를 겸직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상법 요건은 준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무충실' 맞물린 사안, 현행법 '3곳 이상 겸임 제한' THE CFO가 GS그룹 상장 계열사 7곳의 지난해 3분기 보고서와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등을 토대로 살펴본 결과 사외이사진 23명 가운데 다른 기업의 사외이사도 겸직하는 인물은 총 6명(26.1%)이다. △문효은(GS) △이인무(GS리테일) △강호인(GS건설) △서진욱(GS글로벌) △패트릭 홀트(휴젤) △지승민(휴젤) 사외이사가 타사 이사직도 함께 맡고 있다.
사외이사 겸직은 원활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사안과 맞물렸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통해 "다수 기업에서 임원을 겸직하는 경우 사외이사 활동을 위한 시간과 노력이 분산돼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의사결정 사안을 둘러싼 정보 검토가 충분해야 한다는 관점이 투영됐다.
업무 집중도를 끌어올리는 취지에서 사외이사의 과도한 겸직을 방지하는 건 현행 상법에서도 드러난다. 상법 시행령 34조에서는 상장 기업의 사외이사 선임을 제한하는 요건을 명시했다. 해당 상장사를 제외한 2개 이상의 다른 회사에서 이사·집행임원·감사로 재임 중인 경우 사외이사로 영입할 수 없다.
GS그룹 계열 상장사에 포진한 '겸직 사외이사' 6명은 모두 상법을 준수하고 있다.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기업이 각각 1개사다. 2022년 3월부터 지주사 GS 이사회 구성원으로 합류한 문효은 전 다음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은 교보생명 사외이사도 함께 맡았다. GS에서는 ESG위, 교보생명에서는 △보수위 △리스크관리위 △경영위 △지속가능ESG위에 소속돼 있다.
◇'GS건설' 강호인 前 장관, SK스퀘어 이사회 의장도 맡아 강호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GS건설과 SK스퀘어 사외이사를 동시에 수행 중이다. GS건설 사외이사로 첫 선임된 2022년 3월에 강 전 장관은 SK스퀘어와 맘스터치앤컴퍼니 사외이사를 겸하고 있었다. 당시 의결권 자문기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상법상 겸직제한 규정 위반을 거론하며 선임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에 강 전 장관은 그해 3월 맘스터치앤컴퍼니 이사회에서 물러났다.
현재 강 전 장관은 겸직 사외이사 가운데 부여된 직위가 단연 많은 인물이다. GS건설에서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 ESG위원, 내부거래위원 등 3개 직위를 맡았다. SK스퀘어에서도 이사회 의장을 필두로 △거버넌스위원 △ESG위원 △사추위원 △감사위원 등 5개 직책을 달고 있다. 지난해 3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해외기관 투자설명회에 SK스퀘어 이사진을 대표해 참석하는 등 이사회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가는 양상이다.
이인무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2018년 3월 이래 6년째 네이버 사외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 교수는 2020년 3월에 GS홈쇼핑 사외이사직도 맡으며 GS그룹과 연을 맺었다. 이후 2021년 7월 GS리테일의 GS홈쇼핑 흡수 합병을 계기로 지금까지 GS리테일 사외이사로 등기돼 있다.
겸직 사외이사들의 지난해 상반기 이사회 출석률을 살피면 문효은·이인무·강호인 사외이사는 100%로 나타났다. GS글로벌 이사회에 몸담은 서진욱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의 경우 네 차례 열린 회의 가운데 한번 불참하면서 출석률이 75%를 기록했다. 겸직 중인 이마트 이사회 출석률은 같은 기간 100%였다. 휴젤(100%)과 삼천리(86%)에 등기된 지승민 사외이사의 출석률 역시 차이가 존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