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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자본재분배 성적표

코오롱, 수익 극대화 묘수 '상표권 사용료'

[코오롱]①코오롱인더 지분율 31%…'요율 0.35%' 상표권 사용수익, 배당금수익 상회

이민호 기자  2024-01-08 15:34:29

편집자주

지주사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그룹 각 계열사에 대한 자본재분배다. 지주사는 재무건전성 우위 계열사로부터 배당수익과 상표권사용수익 등을 수취해 이를 재원으로 유상증자나 사채인수 등 방법으로 열위 계열사를 지원한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무리한 자본재분배는 우위 계열사까지 망가뜨리고 지주사의 재무건전성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THE CFO가 각 그룹 지주사의 자본재분배 형태와 이에 따른 재무지표상 변화를 점검해본다.
코오롱그룹의 순수지주사 코오롱은 계열사들로부터 연 600억원 안팎의 영업수익(매출액)을 창출한다. 이중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것이 상표권 사용료다. 사용료율을 0.35%로 비교적 높게 책정한 덕분이다.

이는 핵심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로부터 거둬들이는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묘수다. 지분율이 31%에 불과해 배당을 실시하더라도 외부 유출이 우려되는 만큼 요율을 높여두면 매출액에 연동해 상표권 사용수익을 수취할 수 있다.

◇자산 중 지분 압도적…영업수익 연 600억 안팎

코오롱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것은 2009년 12월이다. 당시 화학, 산업자재, 필름·전자재료, 패션 등 제조사업부문 일체를 인적분할해 코오롱인더스트리를 신설했으며 투자사업부문은 코오롱으로 존속해 그룹 지주사로 탈바꿈시켰다. 코오롱글로텍과 코오롱플라스틱 등 코오롱의 일부 자회사가 코오롱인더스트리 자회사로 편입된 것도 이 시기다.


당시 분할에 따른 증권신고서를 보면 대부분 부채를 코오롱인더스트리에 넘긴 반면 현금성자산은 코오롱이 더 많이 보유했다. 이는 코오롱의 재무건전성을 높여 타인자본 조달여력을 키우는 동시에 지주사로서 자본재분배를 위한 재원을 확보해두려는 의도였다.

코오롱은 코오롱인더스트리 분할로 자체사업이 없는 순수지주사가 됐다. 코오롱의 영업수익원은 자산구성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지난해 3분기말 별도 기준 자산총계 1조3982억원 중 배당금수익과 상표권 사용수익의 원천인 종속·관계·공동기업 투자자산이 86.4%(1조2085억원)로 대부분이었다. 이외에는 임대수익의 원천인 투자부동산이 9.6%(1347억원)였다.


다만 코오롱의 현금 사정을 보면 자본재분배 여력이 넉넉한 편은 아니다. 최근 5년(2018~2022년)간 흐름을 보면 코오롱이 매년 창출한 영업수익은 600억원 안팎이다. 애초 계열사로부터 거둬들이는 수익이 많지 않다. 각종 영업비용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350억원 안팎이다.

여기에서 이웅열 회장(지분율 49.74%)을 포함한 주주에게 매년 지급하는 70억원 안팎의 배당금을 제외해야 코오롱이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자본재분배 재원이 된다. 지난해 3분기말 현금성자산이 65억원에 불과한 것도 한정된 재원에서 자본재분배 기능을 최대한 실행한 데 따른 결과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지분율 31%…상표권 사용료율 높여 수익 극대화


영업수익원별 기여도를 보면 2022년 영업수익 706억원 중 수입수수료 비중이 48.5%(342억원)로 가장 높다. 수입수수료에는 상표권 사용수익 등이 포함된다. 코오롱은 기업집단명 ‘코오롱(KOLON)’을 포함한 상표권에 대해 계열사들로부터 사용대가를 받고있다.

상표권 사용수익은 배당금수익과 달리 자회사가 아닌 계열사로부터도 수취할 수 있다. 각 계열사 매출액에 연동해 사용료율을 매기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지분율에 따라 외부 유출이 불가피한 배당금수익과 달리 주력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낮을 경우에도 상표권 사용수익을 통해 지주사로 자금유입을 늘릴 수 있다.

상표권 사용수익을 끌어올리려면 사용료율을 높이면 된다. 코오롱은 사용료율을 0.35%로 매기고 있다. CJ(0.4%)보다는 낮지만 SK(0.2%), LG(0.2%), 롯데지주(0.2%), GS(0.2%), HD현대(0.2%) 등 대부분 그룹 지주사보다 높다. 이는 코오롱 영업수익 중 수입수수료 비중이 높은 핵심 원인이 됐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09년 인적분할 이래로 그룹의 핵심 계열사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지주사의 수익의존도도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코오롱의 코오롱인더스트리 지분율은 31.14%로 비교적 낮다. 코오롱의 2022년 전체 영업수익(706억원) 중 코오롱인더스트리로부터 창출한 수익이 314억원으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이중 수입수수료가 178억원으로 배당금(123억원)보다 많았다. 코오롱에 상표권 사용료는 지배력이 낮은 코오롱인더스트리로부터 수익을 확보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배당금수익이 30.8%(218억원)로 수입수수료의 뒤를 이었다. 다만 코오롱이 배당수익원으로 이용하고 있는 자회사는 많지 않다. 2022년의 경우 코오롱에 배당금을 지급한 자회사는 코오롱인더스트리(123억원), 코오롱글로벌(76억원), 코오롱베니트(14억원)뿐이었다. 이외에 임대수익이 20.7%(146억원)였다. 코오롱은 경기 과천 코오롱타워를 보유해 다수 계열사를 입주시켜 임대료를 수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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