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그룹은 오랜 기간 공을 들여 육성해온 환경사업을 모두 정리했다. 이 기간 지주사 코오롱을 포함해 그룹 차원에서 자금이 투입됐으며 사업 효율화를 위해 지배구조 재편도 역동적으로 전개됐다.
환경사업을 그룹의 주력 사업으로 키워내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적절한 가격에 매각하면서 신규사업 추진을 위한 현금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몸집 불린 환경사업…역동적 지배구조 재편 전개 코오롱그룹은 애초 코오롱글로벌의 품에서 환경사업을 키워냈다. 시작은 코오롱글로벌이 2002년 1월 폐기물 처리업체 코오롱환경서비스를 자회사로 출범시키면서부터다. 코오롱글로벌은 환경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위해 2007년 2월 환경시설관리공사 지분 100%를 525억원에 사들였다. 환경시설관리공사는 국가산업단지를 포함한 전국에서 하수·폐수 처리장을 운영하던 회사다.
지주사 코오롱은 환경사업을 직접 추진하기로 하고 2009년 12월 환경시설관리공사에 스탠다드차타드프라이빗에쿼티(SC PE·현 어펄마캐피탈)를 재무적투자자(FI)로 유치하는 동시에 코오롱글로벌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전량을 643억원에 사들여 자회사화했다. 2011년 10월 이 회사 사명을 바꾼 것이 코오롱워터앤에너지다.
이어 2012년 1월 코오롱글로벌로부터 코오롱환경서비스 지분을 66억원에 매입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2014년 11월에는 코오롱환경서비스 지분 전량을 코오롱워터앤에너지에 현물출자해 모회사(코오롱)-자회사(코오롱워터앤에너지)-손자회사(코오롱환경서비스)의 지배구조를 갖췄다.
코오롱은 2015년 12월 코오롱워터앤에너지를 인적분할해 코오롱에너지를 출범시켰다. 코오롱에너지는 코오롱환경서비스, 환경·플랜트 IT 솔루션업체 코오롱엔솔루션, 연료전지업체 코오롱하이드로제닉스를 자회사로 뒀다. 반면 코오롱워터앤에너지는 그린순창, 그린경산, 그린화순 등 하수·폐수 처리장 운영업체를 자회사로 남겼다.
코오롱이 코오롱워터앤에너지를 인적분할한 이유는 하수·폐수 처리장 운영사업을 2007년 2월 개시 이후 약 9년 만에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신규사업을 위한 현금을 마련하는 동시에 환경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코오롱은 2016년 8월 코오롱워터앤에너지 지분 62.6% 전량을 FI였던 SC PE에 886억원에 팔았다. 코오롱워터앤에너지 지분 처분에 따른 이익은 대부분 코오롱에너지가 이름을 바꾼 코오롱에코원으로 투입됐다. 코오롱이 코오롱에코원에 유상증자로 투입한 현금은 2016년 126억원, 2017년 92억원이었다.
◇그룹 차원 사업재편에 환경사업 매각…현금 확보 만족 하지만 이후로도 코오롱은 환경사업에 대한 몸집을 계속 줄여나갔다. 하지만 중심이 된 것은 코오롱에코원이 아닌 코오롱환경서비스였다. 코오롱환경서비스는 2018년 2월 코오롱엔솔루션과 방호시설·데이터센터 솔루션 자회사 코오롱아이포트리스를 흡수합병한 데 이어 2019년 6월 모회사 코오롱에코원을 역합병하면서 코오롱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사명도 코오롱환경에너지로 바꿨다.
그해 9월에는 코오롱하이드로제닉스와 신재생에너지 발전업체 케이에이치파워까지 흡수합병했다. 코오롱환경에너지 자회사로는 2017년 12월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으로부터 현물출자받은 환경관리 시스템 구축업체 코오롱이엔지니어링만 남게 됐다.
당시 코오롱그룹의 환경사업 계열사 축소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맞물려 있다. 코오롱티슈진의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Invossa)의 미국 내 임상 3상 중지와 코오롱티슈진 거래정지 등 여파로 그룹 차원에서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였다. 이에 따라 비주력사업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했는데 2020년 3월 SKC와의 합작사였던 SKC코오롱PI 지분 27.03% 전량을 매각해 3035억원을 현금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코오롱은 2020년 5월 코오롱환경에너지 지분 80.51% 전량을 395억원에 팔았다. 나머지 지분 19.03%는 이웅열 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 회장도 지분 전량을 같은 밸류에이션에 팔아 93억원을 손에 쥐었다. 폐기물 처리사업이 눈독을 들이고 있던 아이에스동서가 이앤에프PE(E&F 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코오롱환경에너지 합산 지분 99.54%를 489억원에 사들였다.
코오롱이 매각 직전인 2019년말 코오롱환경에너지 지분가치(장부가액 기준)를 277억원으로 평가한 것을 고려하면 코오롱그룹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매각가로 평가됐다. 폐기물 처리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관련 기업들의 몸값이 뛰고 있던 상황도 주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