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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자금줄 코오롱, 이사회도 '자금 조달' 초점

이사회서 은행차입·계열회사 관련 키워드 최다 등장

김지효 기자  2024-11-01 08:30:30

편집자주

이사회 의안에는 인사부터 재무, 투자, 사회공헌, 내부통제 등 기업 경영을 둘러싼 다양한 주제가 반영돼 있다. 안건 명칭에 담긴 키워드를 살피면 기업이 지향하는 가치와 경영진의 관심사, 사업 방향성이 드러난다. THE CFO는 텍스트마이닝(text mining) 기법을 활용해 주요 기업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 명칭 속 단어 빈도를 분석하고 핵심 키워드와 기업의 관계를 살펴본다.
코오롱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는 지주사 코오롱이 있다. 코오롱그룹은 2010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현재 코오롱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틀을 구축했다. 코오롱은 이후 자회사에게 유상증자, 자금대여 등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며 그룹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이같은 계열사 지원은 확대되고 있다.

이사회에서도 이같은 기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코오롱 이사회서 가장 많이 논의된 안건 또한 계열사에 대한 자금지원이었다. 최근 5년 간 코오롱 이사회에 오른 161개 안건의 키워드 등장 빈도를 분석해보니 ‘은행차입·사모사채·유상증자’ 등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자회사, 계열회사와 같은 키워드도 등장이 잦았다.

◇이사회 안건에 은행차입 35회 거론, 계열회사·자회사·사모사채·유상증자도 빈번

코오롱 이사회는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총 74회 열렸다. 해당 기간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은 총 161건으로 집계됐다. 그 중 보고사항은 7건, 나머지는 이사회 의결을 통해 승인됐다.

의안명에 적힌 키워드 가운데 보고, 승인 등의 단어를 제외하고 가장 빈번하게 등장한 건 은행차입이다. 은행차입은 총 35회 거론됐다. 올해 들어 10차례 열린 이사회에서 은행차입 관련 안건이 등장한 건 7번으로 나타났다. 실제 코오롱은 연결기준으로 올해 말 순차입금이 2조4335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 1조923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5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그 뒤를 이은 건 ‘계열회사’였다. 계열회사는 27회 거론됐다. 계열회사와 관련해서는 계열회사 지분매입, 계열회사와 거래, 계열회사에 대한 지급보증 등의 안건이 이사회에서 논의됐다. 비슷한 맥락인 ‘자회사’ 또한 12회 등장했다. 자회사는 주로 유상증자와 함께 묶여 거론됐다. 계열회사와 자회사가 등장한 횟수를 더하면 39회에 이른다.

그 다음으로 빈도수가 높았던 키워드도 사모사채, 유상증자다. 사모사채는 17회, 유상증자도 14회 등장했다. 앞서 나왔던 계열회사, 자회사의 키워드와 함께 최근 5년 사이 코오롱이 자회사 및 계열사에 자금을 지속적으로 투입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밖에 타법인은 11회, 경영실적 10회, 재무재제표와 지분취득은 6회 등으로 집계됐다.

◇자회사 투자 늘린 코오롱, “모회사로서 자회사 책임”

이사회 의안 키워드에서 보이듯 코오롱은 최근 5년 사이 자회사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코오롱이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자회사는 코오롱티슈진이다. 코오롱은 임상보류가 해제된 이후 코오롱티슈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코오롱티슈진에 출자한 유상증자 금액은 2021년 219억원, 2022년 350억원, 지난해 400억원이 투입됐다. 올해 5월에도 추가로 478억원을 투입했다. 지금까지 투입한 금액을 모두 더하면 1519억원에 이른다.

코오롱티슈진은 아직 매출이 미미해 스스로 연구개발 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 때문에 모회사인 코오롱의 지원을 받아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코오롱은 지속적으로 자금을 투입하면서 코오롱티슈진 지분은 2020년 27.2%에서 지난 6월 기준 39.12%까지 늘었다.

코오롱은 이밖에도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데크컴퍼지트(현 코오롱스페이스웍스), 파파모빌리티 등의 자회사에도 운영자금 또는 지분 취득의 목적으로 자금을 넣었다. 파파모빌리티는 7~9인승 승합차 기반의 차량호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코오롱이 최대주주로 93.4%의 지분을 들고 있다. 파파모빌리티는 아직 실적은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는 100억원 가량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코오롱은 지난 7월 항공 및 방산분야의 복합소재 사업을 위해 코오롱데크컴퍼지트와 코오롱글로텍의 차량 경량화부품·방탄 특수소재·수소탱크 사업, 코오롱ENP의 차량용 배터리 경량화 소재 등 그룹 내 복합소재 사업들을 계열사간 양수도 방식으로 일원화해 코오롱스페이스웍스를 출범했다. 이를 위해 올해 들어 코오롱데크컴퍼지트에 출자 미 사업 양수자금 등의 금전 대여를 진행했다.

코오롱 관계자는 “모회사가 자회사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며 “향후 자회사들이 충분한 배당 여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해 배당이 늘면 이를 주주들에게 또다시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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