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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전략 분석

엑시아머티 자금지원, 코오롱이앤씨가 떠안은 이유는

엑시아머티 자본잠식…코오롱글로벌 미청구공사 증가에 현금여력 악화

이민호 기자  2024-01-04 13:50:03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탈현장공법(OSC·Off Site Construction) 건축분야에서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엑시아머티리얼스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하지만 여전히 자본잠식 상태인 엑시아머티리얼스에 대한 자금지원 책임은 또 다른 자회사인 코오롱이앤씨에 전가됐다.

코오롱글로벌은 미청구공사 급증 등 운전자본 부담이 커지면서 차입금을 늘려야 했다. 그럼에도 현금성자산은 오히려 줄면서 자금지원 여력이 감소했다.

◇엑시아머티 자금지원 불가피…코오롱이앤씨에 지원책임 전가

코오롱글로벌이 엑시아머티리얼스 경영권 지분을 처음 인수한 것은 지난해 3월이다. 엑시아머티리얼스는 애초 코오롱글로벌이 2020년 6월 지분 20%를 50억원에 사들인 스마트팜업체 올레팜의 자회사였다. 하지만 경영권 지분을 사들이면서 자회사로 편입했다.

코오롱글로벌은 엑시아머티리얼스 보통주와 전환사채(CB) 취득을 병행해 지분 절반 이상을 손에 쥐었다. 이후 CB 전환을 거쳐 지난해 3분기말 보통주와 CB 전환분을 합한 지분율을 64.28%로 늘렸다. 코오롱글로벌이 엑시아머티리얼스 인수에 투입한 금액은 81억원이다.


코오롱글로벌이 엑시아머티리얼스를 자회사화한 이유는 OSC 건축분야 기술 고도화를 노렸기 때문이다. 엑시아머티리얼스는 2000년 설립된 고분자 플라스틱 소재 개발업체다. 고분자 복합소재 기반의 열가소성 컴포지트를 주력 제품으로 생산한다.

컴포지트는 건축자재와 차량외장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며 특히 모듈러를 포함한 OSC 시장의 신소재 건축자재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9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진출에 대한 추진을 선언하면서 엑시아머티리얼스가 생산하고 있는 컴포지트 복합패널을 이용해 현지 기후에 최적화할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엑시아머티리얼스는 재무건전성이 아직 열악하다. 엑시아머티리얼스가 감사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아 구체적인 재무현황을 알 수는 없지만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3분기말 분기보고서에서 엑시아머티리얼스의 자산을 20억원으로, 부채를 50억원으로 평가했다. 자본이 마이너스(-) 30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이 때문에 계열 내 자금지원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일반적으로 자금지원의 주체는 모회사가 된다. 하지만 모회사인 코오롱글로벌이 현재까지 제공하고 있는 대여금은 없다. 이 역할은 코오롱글로벌의 또 다른 자회사인 코오롱이앤씨에 전가됐다. 지난달말 기준 코오롱이앤씨가 엑시아머티리얼스에 운영자금 명목으로 제공하고 있는 대여금은 총 40억원이다.

◇코오롱글로벌 차입 증가에도 현금 축소…미청구공사 급증 주효

코오롱이앤씨는 모듈러 중심 OSC 건설사로 엑시아머티리얼스와 사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관련성이 높다. 하지만 지분관계는 없다. 코오롱글로벌이 코오롱이앤씨 지분 51.06%를, 엑시아머티리얼스 지분 64.28%를 각각 보유하고 있지만 코오롱이앤씨는 엑시아머티리얼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엑시아머티리얼스에 대한 자금지원 책임을 코오롱이앤씨에 전가한 데는 코오롱글로벌의 현금 사정이 악화된 영향이 크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들어 운전자본 부담이 크게 늘었다. 여기에는 급격히 늘어난 미청구공사가 주효했다. 지난해 3분기말 미청구공사는 3514억원으로 2022년말(2465억원)보다 1000억원 이상 늘었다.

운전자본 부담이 가중된 데다 영업실적 부진이 겹치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큰폭 적자로 전환했다. 이 때문에 차입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2022년말 4413억원이었던 총차입금은 세 분기 만에 7767억원으로 3300억원 이상 늘었다. 토지와 건물을 담보로 은행권 등으로부터 장기차입금을 조달했으며 지난해 8월에는 연 8.30%의 비교적 높은 이자율로 1년 6개월 만기의 680억원 규모 사모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2022년말 2737억원이었던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3분기말 1687억원으로 오히려 1000억원 이상 줄었다. 엑시아머티리얼스 운영자금까지는 책임지지 못할 만큼 빠듯한 현금 사정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엑시아머티리얼스에 대한 자금지원 책임을 넘겨받은 코오롱이앤씨도 사정이 좋지만은 않다. 코오롱이앤씨가 감사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아 구체적인 재무현황을 알 수는 없지만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3분기말 분기보고서에서 코오롱이앤씨의 자산을 181억원, 부채를 187억원으로 평가했다. 자본이 -6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다만 코오롱이앤씨는 엑시아머티리얼스와 달리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 흑자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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