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간 코오롱그룹의 지주사 ㈜코오롱 보통주 주식의 일평균 거래량은 1만2985주에 그쳤다. ㈜코오롱의 유통주식수는 1262주6426주, 이중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수량은 658만2789주다. 실질적으로 거래 가능한 주식 숫자가 604만3637주가 되는 셈인데, 하루에 거래되는 수량은 0.2% 남짓에 불과한 것이다.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시장에서 ㈜코오롱에 대한 관심도가 낮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투자 종목으로서 매력도가 떨어진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코오롱 자체가 직접적인 사업을 하지 않는 순수 지주사인 데다가 다른 지주사와 달리 주주환원에 대한 특별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도 아니다. 또 지주사의 경우 오너 이슈에 따라 주가가 등락하는 경우도 흔한데,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5년간 지주사에는 '총수 공백'이 이어져 왔다. ㈜코오롱에 투자할 유인 자체가 없다고 봐도 무방했던 셈이다.
◇'이웅열 넷째 아이'에 울고 울었던 ㈜코오롱 그동안 ㈜코오롱이 시장에서 소외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2015년 한때 ㈜코오롱의 시가총액이 1조원이 넘었던 시기도 있다. 현재 ㈜코오롱 시총(2148억원)의 다섯 배에 달하는 수치다. 당시 거래량도 하루 수십만 건은 기본, 최대 120만주를 넘기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전례 없는 ㈜코오롱의 주가 상승을 이끈 것은 이웅열 명예회장이 '넷째 아이'라고 칭할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보였던 인보사였다. 인보사는 ㈜코오롱이 이 지분 20.35%를 보유한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골관절염 치료제다. 당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3상 임상시험을 허가받았고, 국내에서도 상업화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코오롱의 주가 오름세를 견인했다.
종가 기준 ㈜코오롱이 기록한 시총 최고 기록은 2015년 8월 13일 1조939억원이다. 이는 직전해 같은 시 ㈜코오롱의 시총(약 3500억원) 대비 212.5% 오른 수치였다.
이 명예회장은 1996년 그룹 회장에 오른 뒤 적절한 투자처를 찾다가 1998년 인보사 개발을 결정했다. 성공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었음에도 과감한 베팅에 나섰다고 한다. 섬유·건설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코오롱그룹의 미래를 위해 신사업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이 배경이 됐다. 그룹의 미래를 위한 오너의 결단이 2015년 당시 코오롱그룹의 주가 상승으로 돌아왔던 셈이다.
바이오 사업 기대감에 따른 ㈜코오롱의 선전은 2017년까지 이어졌다. 2015년 보여준 저력을 이어가지는 못했고, 등락이 있기도 했지만 ㈜코오롱의 시총은 6000억~1조원 사이에서 움직였다. 인보사의 미국 임상을 위해 설립한 코오롱티슈진이 2017년 11월 코스닥에 상장할 때까지 ㈜코오롱의 주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단 코오롱티슈진 상장 이후에는 코오롱그룹의 바이오 산업을 위한 기대감이 지주사보다는 사업 회사로 몰린 것으로 보인다. 2018년부터 ㈜코오롱의 시총은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이후 2018년 11월 이 명예회장의 '은퇴 선언'과 이듬해부터 본격화된 '인보사 사태'가 맞물리며 ㈜코오롱의 주가는 내리막길을 탔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의 국내 판매를 허가받기 위해 허위자료를 제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코오롱티슈진은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다. 1조원이 넘었던 시가총액이 2000억원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3년 5개월 만에 코오롱티슈진의 거래가 재개되고, 허위자료 제출과 관련한 재판에서 코오롱생명과학 측이 2심 승소한 상황이다. 논란으로 중단됐던 미국 임상 3상도 2021년 12월 재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오롱의 주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웅열 장남' 이규호 부회장 신사업에 쏠리는 눈길 코오롱그룹은 이 명예회장이 은퇴한 이후 신사업 추진에 있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각 계열사별로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신규 사업을 발굴하는 일을 지속하고 있기는 하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수소·5G·우주항공 등 첨단산업소재 사업을 추진 중이고, 지난해 초 출범한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통해 모빌리티 사업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들을 코오롱그룹의 미래가 걸린 신수종 사업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하다.
코오롱그룹 신사업으로 매번 거론되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아라미드 사업은 2005년 일찌감치 양산을 시작했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수입차 유통 사업은 신사업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신규 출시한 모빌리티 서비스 등은 아직까지 큰 성과를 내고 있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코오롱의 대표이사로 새로 선임된 이규호 부회장에게 주목되는 이유다. 올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지주사 대표이사로 올라선 이 부회장은 그룹의 신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이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그룹내 영향력이 막강하다. 향후 이 부회장이 추진하는 신사업이 그룹에서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현재 코오롱그룹이 추진 중인 수소·모빌리티 신사업 확대와 더불어 새로운 사업 진출 가능성도 점쳐진다. 재계 관계자는 "코오롱그룹 지주사에 오너일가 일원이 대표이사로 경영에 나서게 되는 만큼 신사업 추진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며 "㈜코오롱의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