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코오롱인더스트리 주가는 최근 3만원이 붕괴되면서 2020년 4월 수준의 주가로 회귀했습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타이어 코드 수요 위축과 전방산업 침체에 따른 필름사업 적자 지속 등 불확실한 대외 여건이 올 3분기까지 이어지며 주가도 계단식 하락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코오롱인더 주가는 이날 장중 2만885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최저가를 갈아치웠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며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4일 종가 4만5800원을 이달까지 한 번도 넘어서지 못한 채 하락했습니다. 코오롱인더 주가가 3만원 밑으로 떨어진 건 2020년 4월 이후 처음입니다. 시가총액도 7939억원으로 떨어졌습니다.
코오롱인더는 투자심리선 50%, 관망 시점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연일 최저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앞서 투자심리선은 현재 주식 종목이 과열인지 침체인지 파악하는 단기적 지표로, 시장 상황을 즉각 반영하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코오롱인더 주가는 침체권으로 분류되는 25% 이하에는 속하지 않았지만, 최근 12일 동안의 상승 폭이 1~2% 내외에 불과해 하락 폭을 메꾸지 못했습니다.
이같은 하락세에 최근 12거래일 동안 개인 투자자를 제외한 외국인·기관 투자자와 금융투자, 연기금은 모두 매도세로 돌아섰습니다. 개인 투자자는 이 기간 동안 총 14만7620주를 순매수했습니다. 주당 평균 3만원으로 계산 시 44억원을 순매수한 셈입니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와 연기금은 8거래일 이상 순매도하며 주가 하락을 이끌었습니다.
코오롱인더 주가는 이날 5~10일 지지선을 차례로 이탈하며 가파른 하락 곡선을 그렸습니다.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3배로 떨어졌습니다. PBR 1배 미만이면 회사가 보유 자산을 전부 매각하고 청산하는 것보다도 현 주가가 싸다는 점을 뜻합니다.
◇Industry & Event
코오롱인더는 올 3분기 매출 1조995억원, 영업이익 32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45%, 영업이익은 5.15% 늘어난 수치입니다. 주력하는 산업자재와 화학 부문의 늘어난 수요에 수익성 방어에 성공한 영향입니다. 하지만 패션 사업이 전 분기 대비 적자로 돌아서며 당기순손실(43억원)은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신차 공급이 늘어나면서 에어백과 타이어코드의 매출이 늘어났습니다. 특히 자회사 코오롱글로텍의 카시트 제품의 높은 수익성은 질적 성장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산업자재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전 분기(6.5%)에 이어 3분기도 6%대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아라미드는 공장 정기보수에 따라 매출이 감소했습니다. 코오롱인더는 내년 초부터 광케이블 등 주요 아라미드 시장이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며 내년 하반기부터 수요가 회복, 공장 풀가동 시점은 2026년 초로 계획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석유수지와 페놀수지 등 고부가 석유화학 제품 시장을 이끄는 화학사업부도 3분기 21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전년 동기(168억원)와 전 분기(191억원)를 모두 뛰어넘었습니다. 다만 패션 부문은 영업손실 149억원을 거두며 전 분기(161억원)에서 적자 전환했습니다.
코오롱인더는 꾸준한 연구개발(R&D)로 신사업 활로를 찾아 실적 반등을 꾀할 계획입니다. 앞서 코오롱인더는 2019년부터 매년 1000억원 이상의 금액을 R&D 비용으로 투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 상반기도 전체 매출의 2.27%인 559억원을 R&D에 사용해 확대 기조를 이어갔습니다.
미래 사업은 이차전지와 수소 관련 사업을 낙점했습니다. 코오롱인더는 이미 수소연료전지의 핵심소재인 막전극집합체(MEA)와 수분제어장치, 고분자전해질막(PEM) 등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다만 수소 시장이 아직 충분히 개화하지 않아 수익성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차전지 소재도 차세대 전지인 전고체 배터리 시장을 바라보며 고체 전해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Market View
증권가는 코오롱인더 주가를 객관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실적 부진은 인정하면서도, 점진적인 회복을 예상했습니다. 아울러 부채비율을 80%대로 유지하는 등 건전한 재무 구조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특히 올 3분기 실적 발표에 맞춰 나온 리포트의 제목들이 눈에 띕니다. 당시 신한투자증권은 '우려 대비 양호한 실적. 시선은 2025년으로'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발간했습니다. 석유화학 업황 불황에도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통한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다만 본격적인 수익 실현은 내년으로 예상하며 목표주가를 기존 5만원에서 4만5000원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습니다.
하나증권과 대신증권은 '견조한 타이어코드와 석유수지' 제목으로 수익성에 주목했습니다. 특히 올 3분기 컨센서스 영업이익에 부합했으며,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409억원) 대비 10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에 코오롱인더의 기존 목표주가를 각각 4만6000원, 4만9000원을 유지했습니다.
IBK투자증권은 '부채비율 88%로 급감'이라며 재무 구조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이동욱 연구원은 "지속적인 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2018년 150%를 상회하던 부채비율이 올 3분기 88%로 감소했다"며 "내년부터 증설 프로젝트들의 가동 효과가 발생하는 가운데, 재무 구조의 추가적인 개선과 주주환원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목표주가는 기존 5만3000원에서 5만원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코오롱인더의 재무와 주가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윤광복 부사장(사진)이 총괄하고 있습니다. 그는 1989년 코오롱상사 회계팀으로 입사한 이후 2009년까지 그룹의 곳간을 관리하는 재무팀에 몸을 담갔습니다. 2010년부터는 경영관리실 담당 임원으로 부서를 총괄하다가 2020년 부사장으로 승진했습니다.
더벨은 코오롱인더의 주가 부양 계획과 내년 사업 계획을 듣기 위해 윤광복 CFO에게 접촉을 시도했지만 직접적인 멘트는 얻을 순 없었습니다. 대신 코오롱인더 IR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코오롱인더 IR 관계자는 주가 하락에 대한 배경에 대해서는 "업황 불황에도 꾸준히 흑자를 유지하며 시장 컨센서스에 준하는 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과 최근 중국과 중동 업체의 증설로 국내 화학업종의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주가 부양 계획에 대해서는 "올해 타이어코드 판매 확대와 필름 사업 JV설립 등 실적 개선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며 "내년도 배당 성향 20~40% 가이드라인을 유지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에 힘을 쏟아 주가 상승과 이어지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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