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그룹의 시스템통합(SI) 회사인 코오롱베니트는 언뜻 보기에 그룹 내 존재감이 미미하고 부채 부담도 과다하다. 하지만 코오롱인더스트리나 코오롱글로벌과 함께 지주사 코오롱에 매년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자회사다.
다수 해외 IT기업의 한국시장 총판권을 따내는 등 사업을 확장하면서 우수한 현금창출력이 바탕이 됐다. 코오롱은 지분율 100%의 높은 지배력을 바탕으로 코오롱베니트를 배당수익원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유사시 상장이나 담보 등 자금조달원으로 이용할 수 있는 가치도 부각된다.
◇합작사→완전자회사 탈바꿈 SI회사…지주사 출자 부담 미미 코오롱베니트는 코오롱의 100% 자회사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코오롱은 코오롱베니트 지분가치(장부금액 기준)를 384억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체 종속·관계·공동기업 지분가치(1조2085억원)의 3.2%에 불과하다. 코오롱인더스트리(4666억원), 코오롱글로벌(1877억원), 코오롱모빌리티그룹(1818억원) 등 주요 자회사보다 무게감이 떨어진다.
코오롱베니트는 애초 미국 CA테크놀로지스(당시 컴퓨터어소시에이츠)와 코오롱그룹의 합작사로 라이거시스템즈라는 이름으로 1999년 10월 설립됐다. 2007년 CA테크놀로지스가 코오롱베니트 지분 전량을 코오롱그룹 계열사와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에 넘겼고 이후 수차례 지배구조 변경을 거치면서 2018년부터 코오롱의 완전자회사 체제가 굳어졌다.
코오롱베니트 지분가치가 주요 자회사에 미치지 못하는 데는 최근 수년간 코오롱의 출자가 적었던 이유가 크다. 코오롱이 코오롱베니트 최대주주에 오른 2012년 이래로 현금출자한 사례는 2013년 102억원이 전부다. 당시 코오롱베니트의 2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지분율 51%를 보유하고 있던 코오롱이 지분율대로 102억원을 책임졌다.
2012년과 2013년에 한해 2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데다 2013년의 경우 코오롱그룹의 IT사업 일원화 정책에 따라 코오롱글로벌로부터 IT사업부문을 양수하면서 677억원의 자금 소요가 발생한 탓이다. 코오롱베니트는 2022년말 부채비율이 293.4%로 재무건전성도 좋은 편이 아니다. 그동안 부채비율을 낮춰왔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배당금 지급 꾸준…지분 활용가치 주목 그럼에도 코오롱베니트는 코오롱에 지분가치 이상으로 활용가치가 높은 자회사다. 코오롱베니트는 2013년 당기순손실을 마지막으로 2014년부터 2022년까지 9년 연속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5년부터 매년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
특히 코오롱은 지분을 100% 보유해 배당금을 온전히 수취할 수 있다. 배당금은 비록 연간 10억원 안팎으로 크지 않지만 꾸준히 지급하는 몇 안 되는 자회사 중 하나다. 실제로 2022년 코오롱에 배당금을 지급한 자회사는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 코오롱베니트뿐이었다.
코오롱베니트의 배당여력은 현금창출력에서 나온다. 일반적인 그룹 계열 SI회사와 달리 계열 의존도가 크게 낮은 덕분이다. 2022년 특수관계자로부터 발생한 매출액은 644억원으로 전체 매출액(4926억원)의 13.1%에 불과했다. SI사업 외에도 IBM이나 델테크놀로지스(Dell Technologies) 등 해외 IT기업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제품에 대한 한국시장 총판권을 보유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총판권을 통해 제품 공급에서부터 유지보수 서비스까지 현금창출력을 높였다.
부채비율이 293.4%로 높지만 차입금의존도는 16.5%로 낮다. 총차입금(리스부채 70억원 포함)이 435억원으로 운영자금과 유산스(usance) 용도의 단기차입금이 265억원이며 운영자금 용도의 장기차입금이 100억원뿐이다. 코오롱이 제공하고 있는 대여금도 없다. 차입금이 적지만 부채비율이 높은 이유는 매입채무가 많기 때문이다. 부채총계 1973억원 중 60%(1178억원)가 매입채무다. 총판사업과 특수관계자 SI사업의 특성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현재는 배당수익원으로서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지만 지배력이 높은 데다 현금창출력이 바탕이 되면서 코오롱이 유사시 자금조달 수단으로 이용할 여지도 있다. 코오롱베니트를 상장시켜 공모자금을 끌어들이거나 코오롱베니트 지분을 담보로 차입을 일으키는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으로 코오롱이 담보로 제공하고 있는 코오롱베니트 지분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