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2024 이사회 평가

'기본'에 충실한 녹십자, 필요한 건 운영 선진화

규모·다양성 등 외형 지표 양호…선임·평가제도 보완 과제

이기욱 기자  2024-11-15 09:24:33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1967년 설립된 녹십자는 60년에 가까운 오랜 업력을 자랑한다. 긴 시간동안 이사회가 운영됐고 현재 기본에 충실한 구성을 갖추고 있다.

필요한 건 운영 방식의 선진화다. 사외이사 추천 경로와 평가 제도를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해당 절차를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노력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의 기능이 강화되고 경영 성과 부문의 약점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사회 규모 및 구성, 평균 수준…4개 부문 2점대 후반·3점대 평점 포진

THE CFO는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지표로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 녹십자는 255점 만점에 120점을 받았다.

참여도가 3점으로 가장 높은 평점을 기록했고 구성과 견제기능 부문이 각각 2.9점, 2.8점으로 뒤를 이었다. 정보접근성도 2.7점으로 비슷한 점수를 기록했다. 평가개선프로세스와 경영성과가 각각 2점, 1.4점으로 상대적 약점으로 평가됐다.

6개 부문 중 4개 부문이 2점대 후반에서 3점대 초반의 평점을 받았다. 우수한 점수는 아니지만 기본적인 요소들은 잘 갖추고 있는 상태다.

구성 부문을 보면 이사회 구성원은 총 7명으로 5점 만점에 3점 수준의 규모를 갖추고 있다. 사외이사 4명과 사내이사 3명으로 사외이사 비중이 57%를 차지하고 있다. 이 역시 5점 만점에 3점에 해당하는 사외이사 비율이다.

그 수가 많지 않지만 소위원회도 구성, 운영되고 있다.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추천위원회 외 경영위원회도 별도로 운영 중이며 감사위와 사추위는 모두 사외이사로만 구성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내 이사회구성원 역량 지표도 작성하고 있다.

여성 사외이사 선임과 타기업 출신 사외이사 선임 등으로 다양성도 중간점인 3점을 받을 수 있었다. 다만 구성 부문에서 아쉬운 점은 오너 3세 허은철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참여도 부문 역시 기본에 충실한 모습이다. 모든 이사들의 이사회 참석율은 100%로 5점 만점을 기록했으며 이사회 개최 7일 전에 안건 통지 등이 성실히 이뤄졌다. 작년 사추위 미개최로 일부 감점이 있었으나 감사위와 경영위를 각각 6회, 4회씩 개최하며 이를 일부 보완했다.

◇'최대 약점' 경영 성과…11개 중 10개 문항 최하점

향후에는 기본 체제 구축을 넘어 운영의 선진화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사외이사 선임 및 평가 프로세스 개선 등이 대표적 사례다. 녹십자 이사회는 '평가개선프로세스'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2점의 평점을 받았다.

현재 녹십자는 사외이사에 대한 개별 평가 제도를 따로 운영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평가 결과를 재선임 과정에 반영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사외이사 뿐만 아니라 이사회 전체에 대한 평가 활동도 별도로 수행하지 않고 있다.


선임 과정 역시 투명성 개선이 요구된다. 사추위가 운영되고는 있지만 각 사외이사 후보가 추천되는 경로는 따로 공개하지 않는다. 이사 선임 및 사후 평가 절차를 보완하면 이사회 전체 역량이 강화될 수 있다.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해 이사회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 등도 있다.

이사회 역량 및 기능이 강화되면 녹십자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경영성과' 부문의 평가 상승도 기대해볼 수 있다. 녹십자는 경영성과 문항 11개 중 10개 문항에서 최하점인 1점을 받았다.

유일하게 5점을 받은 항목은 부채비율이다. 작년말 기준 녹십자의 부채비율은 71.66%로 5점 기준인 '73.57% 이하'에 해당한다.

나머지 주가 및 실적 관련 지표들은 모두 기대 이하의 수치를 기록했다. 배당수익률은 1.2%로 2점 기준인 1.42%에 살짝 못 미치며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수익률은 각각 1.1배, -1.18%로 2점 기준인 2.38배, 25.74%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매출 성장률과 영업이익성장률도 각각 -4.95%, -57.62%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다.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총자산이익률(ROA)도 각각 -1.28%, -0.77%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순차입금/EBITDA 항목은 1.12배 이하일 경우 2점을 받을 수 있지만 녹십자는 이를 훌쩍 뛰어넘는 6.11배를 기록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